
"끼이익ㅡ!"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차는 멈췄다.
"아침부터 누가 이딴 식으로 운전하는 거야!!"
나름 순하고 유순한 편이지만, 운전대만 잡으면 성격이 불같이 변하는 건 대부분 다 비슷할 거라 생각하고 위안을 삼아 본다. 깜빡이도 없이 무리하게 끼어들어온 차를 향해 눈을 흘기며 혼잣말을 내뱉는다.
그러다 곧바로 말랑말랑한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그 이유는 무지막지한 차가 그의 차종과 같은 차다.
이 시간에 그는 회사에 있을게 분명하지만 그의 차종과 같은 차종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 이 차가 왠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시작이었다.
이 이후부터는 그와 같은 차종의 차만 찾고 있는 내 눈. 우연이라도 한번 만나 보고 싶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의 만남은 그 행복이 두 배 세배는 되겠지?
오늘도 어김없이 갈 곳 잃은 두 눈은 그를 쫓고 있다.
사랑은 무지막지하다.
자꾸 변하는 내 마음을 도통 종잡을 잡을 수 없다.
그리고 종잡을 수 없는 마음 한편에 욕심이 생긴다.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자꾸만 자꾸만 바라게 된다.
#러닝과 그는 닮았다
어떤 각도에서 보면 러닝은 참 지루한 운동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나처럼 달리기의 매력을 아는 사람에게 러닝의 지루함은 찾아볼 수 없다. 달리기를 해봐야만 알 수 있는 참맛을,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알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러닝이 그와 닮았다.
달릴 때는 숨이 턱까지 차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몸으로 느낀다. 그와 함께 있을 때는 마음이 찌르르하고 울리고 간질간질하며 같이 있어도 그가 보고 싶은 감정들이 내 안에서 피어남을 느낀다.
그 둘은 공통점이 있다.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발산되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
우리 집과 회사는 꽤 가깝다. 그를 짝사랑하기 전엔 그냥 강변도로를 달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에게로 달리는 길이 되었다. 계속 달리고 또 달리고 또 달리다 보면 내 발길은 어느새 회사 앞에 도달해 있다. 그를 보지 못함에도 괜스레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지독하고 지독한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가 정말 좋다. 진짜 좋다. 이렇게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나를 다스려야 마음이 진정되는지 알지 못한다. 매일 그를, 그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곱씹으며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고 어쩔 줄 몰라 베개를 꼬옥 끌어안고 발을 동동 구른다.
지치지 않을 짝사랑에 아직까지는 씩씩하다.
그를 몰래 사랑하는 주제에 뻔뻔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는 내 베짱이 그 당당함이 나는 내가 기특하다.
나의 마음으로 계속해서 침투해 오는 그를 이제는 두 팔 벌려 온전히 받아들이기로 다짐한다. 그가 보고 싶으면 보고 싶은데로, 그가 그리우면 그리운 데로 나에게 다 담아내기로 말이다.
그를 보러 가는 날이 아직은 며칠 남았는데 벌써부터 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이 마음이 마치 시한폭탄 마냥 부풀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다 결국 그를 만나는 날 내 마음이 고백으로 터져 나올지도 모를 지경이다.
성격 급한 내가 짝사랑을 오래 유지하다간 분명 단명할게 눈에 뻔하다.
보고 싶다, 그가.
정말이지 보고싶다.
소설이 현실일까, 현실이 소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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