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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0 갖지 못한 것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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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아빠 밑에서 자라 나는 나약하게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틀렸다. 나는 아빠를 많이 닮아 있었다. 아빠의 말씀대로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못 가질 건 없다고 하셨다. 아빠도 틀렸다. 분명 돈으로 가질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처음 느껴본 좌절? 반항? 에 몸서리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도 서른 넘어서.
정말이지 상상도 못 했다. 살면서 간절히 갖고 싶은 것 자체가 없었다. 그냥 갖고 싶으면 가지면 그만인 것을.
그러나 그는 다르다.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없으며, 돈으로도 살 수 없다. 돈으로 사기엔 내 자존심이, 마음으로 하기엔 용기가 없다. 내 마음을 그에게 보여주기에는 돌아오는 답이 거절임이 틀림없기에 굳이 그를 통해 나에게 상처 입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많은 걸 가졌고, 누리고 있다고 살았는데 아니었다. 빛 좋은 개살구였다.
그와는 오로지 공적인 시간에, 공적인 장소에서 본 게 다인데 어쩌다 나는 이 지경까지 온 걸까? 왜 나를 이지경까지 오도록 내버려 둔 거야!!
나를 이지경까지 오게 만든 장본인이 너무 밉다가도, 내 마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에 화가 치밀어 오르다가도, 금세 다시 말랑말랑 해지는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 생전 느껴보지 않았던 감정들이 내 안에서 일어나는데 이런 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내가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

그 사람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펼치자마자 그 사람 생각으로 가득 차 책을 덮어버렸다. 그에게 한달음에 달려가고 싶었다. 달려가서 말해주고 싶었다. 마음이 너무 커졌다고. 이만큼 마음이 커져버려서 어찌할 수 없는 내 마음을 봐달라고.
그가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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