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2-34 우리, 조금 멀어집시다


"....... 이게 춤이에요?"
"이상해요?^^;"
"푸하하. 너무 귀여워요"
"놀리지 말고..  제대로 찍기나 해요"


마감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편은 바쁘고, 영상을 혼자 찍기에는 너무 창피했다. 춤을 췄어야 했으므로. 남편에게 휴가를 내라고 했지만 그럴 수 없다 했고, 그에게 이야기 해둔다고 했다. 그렇게 그가 영상 찍는 걸 도와주기로 했다.
평소 길거리에서(?) 간혹 아이들과 춤을 춰본 경험으로 민망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는 연신 뚝딱거리는 나를 보고 웃느라 영상은 자꾸 흔들렸고, 나는 풀이 죽어갔다.

"컨셉이에요?^^"
"아뇨..."
"개다리춤은 잘 추시잖아요. 그거 추면 안돼요?"
"ㅡㅡ 코믹이 아니라, 예쁘게 찍어야 한단 말이에요"
"푸하하..^^"
"많이 이상해요?ㅠㅠ"
"귀여워요...^^"
"예쁘게 잘 좀 찍어봐요...."
"어떻게 찍어도 똑같아요....^^;; 이대론 안 돼요. 귀여움으로 밀고 나갑시다. 얘들 하원시간 다가오는데?"



몇 시간을 고생해서 드디어 끝마칠 수 있었다. 나도 안다. 춤을 잘 추지 못한다. 나라고 뭐든 잘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독자들이나 팬들은 나의 새로운 모습과 다른 모습을 기대하고 있고, 나의 삐그덕 대는 댄스 실력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ㅋㅋㅋ
어릴 때부터 신도 많고 흥이 많은 나였지만, 아빠가 여자는 조신하게 살아야 한다는 철저한 가정교육에 그 끼(?)를 누르고 살아왔다. 아쉽게도 몸이 그 흥에 따라오지 못한다는 사실...

"수고 많았어요ㅠㅠ 팔 아프죠??"
"광대가 아파요. 너무 웃어서^^"
"치.. 맛있는 거 사줄게요. 가요!"
"뭐 사줄 건데요?"
"집 앞에서 김밥 먹을래요??^^"
"에이.... 그걸로 되겠어요?"
"얘들 곧 마칠 시간이라.."
"그럼 언넝 가요. 김밥 먹으러~~"

보호장비를 하나씩 벗었다. 그런 나를 보고 보호장비를 다 착용하고 가면 안 되냐고 물었고, 나는 눈을 찢어 흘겨주었다. 그러지 않으면 또 초딩같다고 놀려댈 것이 불 보듯 뻔했으니까.
키오스크에서 김밥 8줄과 라면, 우동을 시켰다. 쟁반에 가져오는 주인은 의아하게 쳐다보았고, 나는 해맑게 웃어 보였다.

"이쪽이 대식가라..^^"
"아아!!"

그는 친절히 내쪽이 대식가라고 아주 친절하게도 콕 집어주었다. 우리 동네에 나 곧 식충이로 소문 날 것이 분명했다. 젠장.

"다이어트 안 해요?"
"해요!"
"그런데 이렇게나 많이 먹어요?"
"6시 전에는 많이 먹어도 살 안 찐데요"
"누가요?"
"내가요^^ 먹는데 개도 안 건드린데요, 어서 먹어요"
"직업을 바꿔야 한데도.. 푸드 파이터로"
"이 씨!!!!"
"성격도 썩 좋은 편도 아니시고.."
"ㅡㅡ"

그는 김밥 두 줄과 우동, 나는 여섯 줄과 라면을 깨끗이 비워냈다. 시장했던 차에 아주 든든했다.
편했다. 마치 티카티카하는 남동생과의 관계처럼.
그동안 수없이 못볼꼴(?)을 보였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그와는 조금 더 가깝게 지내야 한다. 뮤즈로 삼아보려 하기에. 그러기 위해서는 그와의 가까운 관계를 조금은 떨어뜨려놔야 한다. 그는 나를 놀려대기 바쁘고, 나는 눈 흘리기 바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진짜 오누이로 보기 때문이다. 편의점 사장님은 나와 그가 닮았다고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