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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2-35 도수보다 뜨거운 하루

기운이 없어 보여요...
어깨 펴고 힘내욧^^!
파이팅!!


타인의 한마디가 내게는 하루를 버티게 해 주었다.
그럼에도 그 하루는 길었고, 충분히 길었으며 집이 아닌,  타인에게 가고 싶었다. 못난 마음이었지만, 숨길 수 없었다.



술이나 따르며 살랑살랑 웃는 성격은 아니기에,
나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는 편이 좋았다.


다른 일정이 있어 늦게 도착했다. 작가가 나 혼자였기에 여자는 나뿐이었고, 해서 운전해 주는 아르바이트생에게 함께 가달라 했고, 흔쾌히 승낙했다.

"절대 내 일에 끼어들어서 일 크게 만들지 마요!"
"넵^^"

알바생은 취준생으로, 20대 중후반의 어린 남자다. 운전 하나는 진짜 잘한다. 군대에서 운정병이랬다.

모임의 장소는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지역이었고 룸으로 된 주점은 꽤 크고 넓었으며, 깨끗했다. 이미 그들은 취기가 올라,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긴장했다.
죄송한 표정을 잔뜩 짓고선 늦어서 죄송하다 인사했다. 우리 출판사님이 앞으로 나와 나를 다시 소개했다. 누군가 지각생이라며 한껏 웃으며 술잔과 술병을 들고 나왔다. 술 못하는 날 배려해,  편집장님은 노래를 하라셨고, 나는 얼른 스탠드 마이크 쪽으로 갔다. 그렇게 나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불렀고, 한곡이 끝이 났다.

"신청곡!!"
"말씀하십시오. 아는 노래는 다 부를 수 있습니다^^"

<제3한강교> 노래가 시작되었다.

"돈, 필요해서 나온 자리가 아니랍니다^^"
"그럼?"
"곧 책 나옵니다.."

왜 목소리가 작아지는지.. 작가로서 잘하고 있는 건지 회의가 들었다. 비겁해 보였다. 자신이.
누군가 노래하는 내게 오만 원권을 꺼내 주었다.. 아직까지, 여전히 이런 분위기의 회식은 변함이 없었다. 진절머리가 났다.

"그렇게 뻗뻗해서야.. ㅋㅋㅋㅋ"
"...."
"그럼 노래만 부르지 말고 벗어야 하는 거 아냐? 그 정도 성의를 보이는 것도 방법이지"
"명색이 소설 쓰는 작가인데.. 그럴 수야 있겠습니까^^ 차라리 스스로 벗는 쪽이 서로 좋지 않을까요??"
"좋지~~"
"왜....? 가만히 있어요? 안 벗고?"
"벗는 쪽이 비싸진 않지만, 쉽진 않아야 재미있죠??^^ 제가 스스로 벗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오~~~ 어떻게?"
"각자 잘하는 걸로 하죠. 전 작가니까요... 제가 벗을 수 있게 달콤한 말이든, 다정이든 로망이든, 뭐든요^^"
"에이~ 안 벗겠다는 거네"

입고 있던 트위터 자켓을 벗었다.

"오~~~~~"
"벗게 해 주시면 당장 벗겠습니다. 보기와 다르게 저 어리지 않거든요^^"

간도 크다. 이런 말을 내가 하는 이유가 뭘까. 이렇게 해서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은 물욕인지, 누군가를 갖기 위한 사랑 쟁탈전인지.. 이렇게까지 하는 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허나, 그들에게 더 이상 마냥 울고 있는 고양이처럼 떠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할퀴는 쪽을 선택하는 편에 섰다. 그동안 아빠가 내게 해주셨던 인생 조언들이 요즘 들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공감한다.
그들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 기혼자들로 늦게 결혼했을 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슬하에 자녀가 있을 것이다. 집안의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남편으로서의 역할, 사무실에서는 상사 눈치를 받다 이렇게 회식 때나 일탈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늙은이들이었다. 어느 누구 하나 총대 메고 나를 함부로 할 만큼의 포부도 없으며, 그저 딱 '간 보는 정도'의 농도 짙은 농담만 오고 갈 뿐이다. 그 농담은 내가 여자이기에 빤한 농담들이 오고 갔다. 내게 보이는 쓸데없는 관심은 지루한 일상 속에 '낯선 여자'의 단순한 호기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여기 자주 얼굴을 마주치는 나의 직장 상사는 내일이면 다시 보는데 껄끄럽지 않냐고? 오늘 있었던 일은 오늘로 끝내야 한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게 사회생활이었다.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고, 의지해서도 안 되는 어른들의 사회생활. 첫 직장에서 회식을 하고 그 뒷날 아무렇지 않은 상사 얼굴을 보고 꽤나 충격이었다. 수많은 직업들을 가져봤지만, 뒤풀이나 회식, 야유회가 제일 더럽고 추잡하게 노는 부류는, 배운 사람들이었다. 직업이 좋다고 뒤풀이가 아름답지는 않다는 것을 20대 때 처음 알고부터 10여 년이 훌쩍 지나서야 나는 이제사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남녀 비율이 비슷한 뒤풀이는 그나마 나았다. 여자 비율이 많은 직업에서는 직장상사의 횡포는 참기 힘들었다. 한 번은 아빠에게 쪼르르 가서 하소연했다가.. 갯값을 문 적도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더 이상 부모님께 말하는 일은 없었다. 힘으로 해결하려는 아빠와 갯값을 물어내는 엄마. 해서, 나는 내가 날 지킬 수 있을 수 있는 자리만 골라 갔었고, 일부러 술에 취한 척 허튼짓도 했다. 그 회사에서는 나를 더 이상 회식자리에서 부르는 일은 없었다. 차츰 나도 사회생활에 적응해 갔다. 이렇게 농익은 농담들이 주고받아도 많이 떨리지 않는 건, 연륜일까, 경험일까.. 그게 뭐든, 서글펐다.

게 중에 제일 성격 좋아 보이는 듯한 중년이, 자신의 잔을 본인 입안으로 털어 넣더니 그 잔을 내게 내밀었다. 어쩔 수 없이 잔을 받았다. 양주가 쫄쫄쫄 채워졌고, 그는 눈썹을 추켜올렸다 내리며 내게 마시라는 제스처를 했다. 결벽이 있는 나는 잠시 고민했고, 컵에 입술이 닿지 않게 마셨다. 결국 블라우스에 흘렸고, 블라우스는 젖었다.

"우리 마누라를 살이 쪄서 브라도 안 하는데.."

술에 취한 그들은 뭐가 웃긴지 낄낄 웃었고, 나는 눈만 간신히 웃고 있었다.

"우리 작가, 내가 닦아줘야지"
"아닙니다^^ 세탁하면 돼요. 문지르면 옷감 상해요. 비싼 거라..^^"

나는 웃으며 말했다. 이쯤이야 당황하지 않고 넘길 수 있는 나도 중년이다. 흘린 탓에 잔을 다 비우지 못했지만, 내가 마신 술은.. 목안이 타는 듯 굉장히 뜨거웠다.
옆에 있던 생수를 벌컥벌컥 마셔도 뜨거워진 목안은 아팠다.

"아직 술을 안 배웠나?"
"마셔도 안 늘더라고 요"
"인생이 편한갑 보네, 박자 가는"
"박작가야 매일이 꽃길이지. 친정 잘 살지, 남편이 애처가지, 아들도 있지 무슨 걱정이 있겠어. 매일이 재미있겠지 ㅋㅋㅋ"
"그러게요. 그래서 매일 꽃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 여자는 그래야 돼."

그놈의 여자 여자...

"작가님에게 가는 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가고 싶었습니다. 작가님에게는 무해하고, 무해한 사랑만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내 선택입니다"

그중 한 중년이 술잔을 들어 외치고 마셨고, 다들 환호했다. 저 문구는 아마 광고로 사용될 문장 중 하나였으므로 그들에겐 익숙한 문장이었다. 그 중년은 잔을 비우고 내게 빈 잔을 들게 하고 잔을 채웠다.

"원샷!"

타들어가는 술의 정체를 알기도 전에 나는 단숨에 마셨다. 잠시 후 생수를 목구멍에 들이부었다. 화장실 생각은 뒷전이었다. 살고 봐야 하기에.

"그만 마셔, 박작가"
"아파요ㅠㅠ"
"도수가 한 40도 넘죠??"

출판사님은 다른 중년에게 물었고, 47도랬나.. 아무튼 높은 도수였다. 도수가 셀수록 목이 타듯이 아프다고 했다. 소주보다 2배 이상이 높았다.

"저 괜찮을까요???^^;;;"

이상하리만큼 정신은 멀쩡했지만, 죄다 슬프기 시작했다.
내게 목이 타는 듯한 술을 준 중년이 우스갯소리로 안 벗냐 물었고, 블라우스에 있는 리본끈만 풀었다. 그러고는, 벗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내가 쓴 글이었으니까..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알바생을 데려가기로 했다.

"화장실..."
"네~ 다녀오세요"
"아니.. 같이 따라가 줘"
"네??"
"일단 조용히 하고 따라와요, 급해 빨리빨리"

알바생은 화장실 위치를 물었고, 그는 여자화장실 앞에서 내가 지나갈 수 있게 길을 터줬다.

"미안한데, 나 혼자 못 가요ㅠㅠ"

이미 눈물이 시작되었다.

"그럼요?"
"같이 따라가 줘요ㅠㅠㅠㅠ"
"문 앞에 있으면 되나요?"
"아니, 화장실 문 앞에 발을 밀어 넣어주세요. 내가 볼 수 있게ㅠㅠㅠ"
"네네...."

그는 얼떨떨했지만 흔쾌히 그래주었다. 체면 따위는 챙길 수 없었다. 생수병 3개를 마셔버렸으니... 참을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미안해요...... ㅠㅠ나 한 번만 손 잡아줘ㅠㅠ"
"네?? 네.."

나는 어린 알바생에게 손을 뻗었고, 나는 그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물을 내리고 그를 버려두고 세면대로 달려갔다. 물 내림과 동시에 영혼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불안함.. 아직 고쳐지지 않았다.

"미안해요..ㅠㅠ"

손을 씻으며 미안하다 말했고, 어린 그는 소리 죽여 웃었다.

"흠흠!!! 작가님, 괜찮으세요? 눈이 엄청 빨개요"
"안 괜찮아요. 내가 저기 술자리에서 졸면 집에 가자 해줘요. 이미 주량은 넘어섰거든요"

"박작가, 어디 갔다 온 거야? 저 남자는 누구야?"
"애인입니다^^"
"너무 어린데?"
"20대라네요^^"
"연하 안 좋아하잖아? 박작가는?"
"제가요??"
"나 같이 연륜 있는 남자가 이상형 아냐? 소설 속 남자주인공이 전부 연상이던데?"
"사귀는 건 연하, 연상 안 가립니다. 마음에 들면 사귀는 거죠^^
그리고 저 배 나오고, 아저씨 같은 연상은 딱 질색이에요ㅎㅎ"
"근데 왜 연상이 좋아? 어린 게 좋지"
"연하는 내가 기댈 수 없으니까요.. 저보다 성숙하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전 좋아요.. 연하는... 보호해줘야 할 거 같아서요"

이 말을 뱉고 나서 세 남자가 한 번에 떠올랐다. 눈동자에 차던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뒤를 돌아, 스탠드 마이크를 쥐었다.

"신청곡 받을게요^^"

우리 회사 출판사님이 "살랑살랑!!!"을 외쳤고, 나는 웃었다. 지겹지도 않고 한결같은 모습이 웃겼다.
부를 때마다 조정민-살랑살랑 노래를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들었다. 몸치지만, 최대한 살랑살랑 몸을 움직이며 불렀다. 목은 여전히 타들어가듯 아팠고, 슬펐다. 노래가 슬픈 건 아니었다. 알바생과 눈이 마주쳤지만, 그는 내 눈을 어색하게 피했다. 쟤는 아직 어렸다.  노래가 끝났지만, 그들이 앉아있는 사이로 들어가 앉기 싫었다.

"박작가는 공동 작업으로 해도 책 잘 팔릴 거 같은데"
"맞지요? 전에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딱 자르더라고"
"부담 없이 혼자가 편해요. 망해도 혼자 망하고, 흥해도 혼자 흥할래요^^ 저는 독고다이가 좋습니다^^"

독고다이라는 말에 그들은 웃었고, 나도 최대한 예쁘게 웃었다. 허리가 펴지지 않는 듯했다. 바빠서 저녁을 건너뛰었고, 독한 술을 마신 탓에 물도 많이 마시고 거기가 화장실까지 다녀온 탓에 힘이 없었다. 신고 있던 부츠가 꽤 무거웠고, 갑갑했다.

"이제 벗을라고?"

그들은 웃었고, 나는 최대한 무해하게 웃었다. 부츠 지퍼만 살짝 내렸다.

"더워서요...^^;"

협동심이 부족한 편이다. 그리고 성격도 좋은 편이 아니다. 함께 하는 게 성과를 내야 하는 건 내게는 젬병일 뿐이다. 무언가를 도모할 일이 있다면, 그건 필시 사랑, 우정, 인연, 악연 따위의 감정적인 관계여야 한다.
남편의 전화였다. 술버릇이 조금 고약한 탓에 회식자리에는 꼭 많이 마셨는지 목소리를 들어 확인하는 편이다.

<아직 멀었어?>
<곧 갈 거야>
<울었어?>
<아니. 오빠 저녁은 챙겨 먹었어? 얘들은?>
<밥 먹고 씻기고 자지~ 술 마셨어?>
<응>
<데려다줄 사람은 있지?>
<응>
<빨리 와. 안 자고 있을게>
<아니야. 먼저 자>
<많이 늦어? 어딘데?>
<단란주점인가? 유흥주점인가? 몰라>
<많이 마시지 말고 빨리 와>
<오빠, 나 그냥 다시 주부만 할까?>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내가 데리러 갈까?>
<얘들은?>
<장모님 댁에 맡...>
<됐어.. 자고 있어. 곧 갈게>

그렇게 통화는 끝났다. 첫 통화였다. 전화 횟수가 줄었다고 해서 사랑이 줄었다는 반증은 아니겠지만, 줄었다. 통화를 끝내고 다시 들어가는데 서글펐다. 정확하게 이것 때문에 슬프다가 아닌, 계속 슬픔이 맴돌았다.
농담반, 공적인 이야기 반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미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지난 듯했고, 웃음이 히죽히죽 새어 나왔고, 땅은 울퉁불퉁했다. 허리에 양손을 짚고 일어섰지만, 흔들거렸다. 아무리 미간을 찌푸려서 마음을 잡아보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허리에 올려진 내 손을 보고, '손이 아기 손이네'라고 말했다. 나는 그가 허리가 얇다고 말할 줄 알았으나,  손이 작다고 말하는 그의 말에 누군가가 떠올랐다. 내려가는 눈꺼풀을 떠서 누가 말했는지 확인했다. 여기 있을 수 없는 이가 보였다. 웃겼다. 단단히 취한 듯하여. 집에 가야 했다.

"저... 집에 가야겠어요"
"벌써??"
"둘째가 어려요. 가봐야 해요"

그들도 누군가의 아빠이기에.. 더 이상 붙잡지는 않았다.

"뒤에 뵙겠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뭐라 뭐라 하는데 귀가 왕왕 거려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부츠를 신은 발은 무거웠으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나를 불안 불안하게 따라오는 알바생.

"하...."

차가운 바깥공기에 숨이 트이는 듯했다. 나는 쪼그려 앉았다.

"괜찮으세요?"
"아니"
"차를 가져올게요"
"혼자 두고 가지 마. 나 여기 어딘지도 몰라"
"그럼 일어나죠. 시간이 늦었슺니다"

가방을 어깨에 걸었지만 자꾸만 미끄러졌다. 알바생이 들고 있던 내 트위터 자켓을 어깨에 둘러주었다.

"걸을 수 있겠어요?"
"응"

꼴랑 2개밖에 없는 계단도 제대로 내려오지 못할 만큼 취해있었다. 나는 비틀거렸고, 긴장이 풀리니 몸은 더 비틀거렸다.

"제 잠바 허리에 묶어드릴 테니 업히세요"

알바생이 입고 있던 잠바를 내 허리에 묶어주었고, 내게 등을 보였다. 맨날 아이들 어부바해주다가.. 내가 업히는 상황이 웃겼다. 웃기기도 했지만, 나는 취했었다.

"나 무거운데??"
"괜찮아요. 업히세요"

알바생 목을 살포시 감싸 안아 체중을 실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다행이었다. 힘들게 일어났으면 미안했을 테니까..  

"무겁죠?"
"진짜 엄청 가벼워요"
"거짓말"
"밥 많이 드시는데 왜 이렇게 가벼워요?"
"ㅋㅋㅋㅋㅋㅋ나도 몰라"

그의 손은 엉덩이가 아닌 내 부츠를 감싸 안았다. 매너 있는 알바생이었다. 눈을 감았다. 아니, 눈이 저절로 감겼다.
내 몸이 땅에 서는 느낌마저 둔해질 만큼 취해있었다. 허리에 묶어있던 잠바를 풀어내고 차에 탔다. 나는 창문에 기대 눈을 감았고, 그는 내게 안전벨트를 해주었다. 그렇게 라디오만 켠 채 집으로 향했다. 히터를 켠 차 안에서 나는 속이 갑갑했고, 불편했다.

"창문 열어도 돼?"
"더우세요? 제가 열어드릴게요"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시원했다. 그러나 가슴은 답답했다.

"나 좀 편하게 있어도 되죠?"
"네네"

부츠를 벗었고, 치마 지퍼를 조금 내렸다. 그럼에도 답답했다. 조금은 울어야 속이 시원할 듯했다. 이내 눈물이 차올랐고,

"착각의 늪... 또 틀어요??"
"어???"
"작가님, 우실 때 듣는 노래 아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울 때 누가 착각의 늪을 들어, 이 사람아..

"아니야ㅋㅋㅋ 슬프니깐 그 노래로 덜 슬프려고 듣는데?"
"그게 그거 아니에요?"
"아니야!!!"
"^^"
"나 잠들면 나 깨우지 말고, 남편한테 전화해서 내려와 달라 해줘. 전화번호 알지?"
"네, 편히 쉬세요"
"응, 내일 보자^^"
"옙!"

몸이 붕 떠지는 느낌에 정신이 들었다.

"엥가이도 짧은 거 입었네"
"일어서면 안 짧아. 오빠가 안아서 그래"
"윽 술 냄새. 얼마나 마신거거야?"
"두 잔"
"걸을 수 있겠어?"
"아니, 그냥 오빠가 안고 가줘^^"
"눈은 좀 뜨고 웃어라~"
"눈이 무거워서 안 떠져^^"
"취했네 취했어. 요즘 나보다 니가 더 술 많이 마셔"
"오빠 빨리 가~ 추워"
"너 무거워"
"알바생이 가볍다던데???"
"안고 나왔나?"
"아니, 자기 옷으로 내 허리에 묶고서 업어줬어"
"잘~~~ 한다. 애 엄마가.. 어려도 남자야"
"쟨 너무 어려. 20대야"
"니도 외모만 보면 어려 보여"
"진짜??ㅋㅋㅋㅋㅋ 나 자글자글한데??ㅋㅋㅋ"
"안 웃고 가만히 있으면"
"나빠"

나는 집에 와서 씻고 오랜만에 푹 잤다.

#뒷날 아침

나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 그럼에도 등원 등교는 시켜야 했다.

"어?? 오늘 상태가 왜 이래요? 울었어요??"
"회식했어요"
"울고 웃었겠네요^^"
"네.. 뭐^^"

나란히 그렇지만 꽤 가까운 거리를 두고서 걸었다.

"단풍이 제일 이쁠 때죠??^^"
"네. 겨울이 오나 봐요"
"주말에 소풍 갈까요??"
"우리 둘이요?"
"둘이 가고 싶어요??^^"
"아뇨ㅡㅡ"

눈을 흘겨주었다.

"형님이랑 집사람도 얘들도 다 같이 데리고 수목원이나 갈까요?"
"좋아요!!"
"많이 울었나 봐요??"
"아.. 울다가 잠들어서 그런가? 많이 부었어요??"
"네. 무슨 일 있었어요?"
"아뇨. 취해서 울었죠 뭐... 아참, 저 오늘 수업이 있어서 먼저 뛰어갈게요"
"네네 오후에 뵙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