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을 법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입니다>
#비가 오는 바람에 갑작스레 사랑이 시작되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아주 명확한 사실 하나가 있다.
비 내리는 날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것.
비를 좋아하는 다양한 이유 중 하나는, 지금 이 순간이 특별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년 중 평균적으로 100일에서 130일 정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확률로 따지자면 33.6% 정도 비가 내린다고 볼 수 있다. 비교적 비 오는 날이 적다. 비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나로서는 말이다. 화창하고 맑은 하늘 아래, 갑자기 내리는 비는 평범한 일상을 단번에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일기 예보에 비가 잡혀 있었다. 하지만 오전에 비가 내렸고, 오후에는 내리지 않을 것 같은 하늘에 우산을 챙기지 않고 방학인 둘째 아이와 마트로 향했다. 발로 밀어 중심을 잡는 밸런스바이크를 타고서. 강변을 따라갈 때는 전혀 비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마트를 가기 위해선 강 위에 있는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다리에 오른 순간, 갑자기 한두 방울씩 바람에 실려 비가 내렸다. 그러다 곧이어, 그 빗방울이 굵어지더니 소나기처럼 내렸다. 혼자였으면 두 발로 콩콩 뛰어 만끽했을 터지만, 내 작은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야, 비가 너무 많이 와. 빨리 가야겠어. 집으로 돌아갈래? 아니면 마트 갈래?"
"어디가 가까워요?"
"엄마 생각엔, 비슷한 거 같아. **가 하고 싶은 걸 말해줘. 마트 가서 모래놀이 할 건지, 아니면 집에 가서 물감놀이 할 건지"
"모래놀이!!"
"응! 그럼 조금 빠르게 가자^^"
"빨리 안 가도돼. 비 맞으니깐 시원해"
"엄마도 그래!!^^"
그렇게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빗속에서 아이와 나는 특별한 순간으로 바뀌고 있었다.
비 오는 날 차바퀴 소리의 음색이 조금 다른데, 그 소리가 유독 내 기분을 배시시 좋게 만들어주었다. 운동화 속 양말까지 축축해지자 그 행복은 적정선을 넘어섰다. 양팔을 벌려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하늘을 올려보고 떨어지는 비를 얼굴로 맞기도 하고, 온몸으로 떨어지는 비가 나의 감정을 자꾸만 간지럽혔다. 자전거로 고인 웅덩이를 지나가는 소리와 내 작은 아이의 웃음소리까지 더해져, 예쁜 추억으로 남겨질 순간이 한 편의 뮤직비디오가 되었다.
"춥지 않아?"
"한 개도 안 추워! 더웠는데 비 와서 시원해!"
"엄마도 그래^^"
"엄마도 행복해?"
"웅! 너~~~ 무너무 좋아"
"나도 좋아"
신호등 앞에서 초록불이 바뀌기를 기다렸다. 빗속에서 가만히 기다리자니 조금은 아쉬웠던 찰나,
"엄마, 우리 한번 더 저~기 갔다 오장!!"
"좋아!"
우리는 건너온 다리를 다시 건넜다. 비를 좋아하고, 빗속을 함께 걷는 아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물들어있었다. 행복, 그 자체였다. 그렇게 다리를 2번 왕복하고 나서야 횡단보도를 건넜다.

내 작은 아이는 모래놀이는 잊은 채, 마트 앞에서 빗속을 그렇게 달렸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트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무리였다. 둘 다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으므로.
하는 수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다시 그 횡단보도 신호등에서 나란히 서서 내리는 비를 맞고 있었다.
"춥지 않아? 우리 아가가 감기 걸릴까 봐 걱정돼..."
"한 개도 안 추워!!"
"집에서 따뜻한 물 받아줄 테니깐 욕조에서 거품놀이하자"
"네!!!! 따뜻한 초코 주스도 마시면서"
"웅! 핫초코 타줄게^^"
'네~~~"
횡단보도 위 빨간 신호가 초록불이 되었다. 아이와 나는 왼손을 높이 들고 한 손에는 자전거를 번쩍 들어 나란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빵!!!!"
누군가 클락션을 울렸고, 나는 깜짝 놀랐다.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대기하던 차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제야 나는 긴장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다리 끝에는 청바지에 검은 티셔츠 그리고 티셔츠 보다 더 검고 큰 우산을 쓴 사람이 오고 있었다. 멀리 있을 땐 몰랐는데 그 사람은 빠른 걸음이었다.
"**야"
그 사람은 내 아이의 이름을 불렀고, 내 작은 아이는 '아저씨' 하며 자전거 발을 굴려 그에게 갔다. 그였다.
아이가 빗길에 넘어질세라, 나는 아이 옆에 바짝 다가가 속도를 맞췄다.
"안추워?"
그는 아이와 내 쪽으로 우산을 내밀었고, 허리를 굽혀 아이를 보며 물었다. 아이는 시원하다고 대답했고, '어이구 못 말려'라고 대답했다.
"오늘은 우산이 없었던 거죠??"
"네^^ 갑자기 쏟아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어요^^"
"어쩔 수 없었다기엔 너무 행복해 보이세요^^"
"네 ㅋㅋㅋ좋아요"
"제가 클락션 울렸는데... 놀라셨죠??"
"아.. 그쪽이 눌렀어요?"
"미안해요. 반가워서 눌렀는데, 놀래는 거 같아서 다시 왔어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아저씨 차 타고 가자. 가요, 태워 드릴게요"
"아뇨 아뇨! 너무 많이 젖어서 안돼요. 그리고 코 앞인데요 뭘"
"가죽시트고 여기서 얼마 안 걸리니 타라는 거에요. 가요"
"제가 찝찝해요. 다 젖었는데 차를 탄다는 게 좀...."
"얘 감기 걸려요. 아직 어리잖아요. 그냥 타고 가요"
"......"
"그리고 그쪽 뒤에 몸이 다 보여요. 비 맞는 날에만 꼭 밝은 색 바지를...."
점프슈트를 입고 있었지만 비에 흠뻑 젖어 몸에 달라붙어있었다. 그나마 상의는 검은 티셔츠라 다행이었다. 하는 수 없이 그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는 우산을 씌워도 다 맞았고 있었다. 낮았으므로..
"아저씨 안아"
"아니, 얘도 다 젖었어요. 제가 안을게요. 자전거 들어주세요"
내게 우산을 내밀었고, 그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다시 그가 우산을 들었다. 찝찝할만한데 개의치 않아하는 모습에,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는 내 작은 아이를 안고, 나는 자전거를 들고, 그의 오른손은 우산을 들어, 우리는 그렇게 셋이 한 우산 속에서 함께 걸었다.
마냥 좋았다. 우산을 썼음에도 비바람은 내 몸을 여지없이 부딪혔고, 그의 섬유유연제는 내 코끝을 자극했다. 젖은 내 어깨로 그가 젖을까 봐 조금씩 옆으로 피했고, 그는 나를 우산 속에 넣으려 했다.
"아니, 어디까지 도망가려고요? 그러다 강에 빠지겠어요^^"
"그쪽 젖을까 봐서요"
"이미 다 젖었어요. 괜찮아요. 들어와요^^"
매번 말썽꾸러지처럼 장난기 머금고 웃던 그가 유독 예쁘게 웃는 듯해 보였다. 비가 와서 그래 보였겠지?
그의 품이 따뜻했는지 내 작은 아이는 나른해 보였고, 내 어깨와 닿는 그의 팔은 따뜻했다. 평범한 날이 특별한 날로 탈바꿈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차에 도착했고, 잠시 그는 생각했다.
"그쪽이 옆자리에 타요. 그런 다음 아이를 안아요. 졸고 있어서 얘가 추울 거 같아요"
그가 말한 대로 나는 아이를 안았다. 그의 온기에 의해 아이는 따뜻했고, 내가 안으니 추운 듯 움츠려 들었다. 그는 자전거를 싣고 차에 탔다. 열선을 높여 춥지 않게 배려했고, 히터도 틀어 상냥함도 보였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했고, 그는 자전거를 꺼냈다. 그리곤 다시 자는 아이를 안았다. 나는 자전거를 들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차.. 많이 젖었을 텐데 괜찮아요?"
"닦으면 돼요. 그나저나 얘가 감기 걸릴까 봐 걱정이에요"
"내공이 많아서 괜찮아요^^"
"그쪽은 안 추워요?"
"비 맞을 땐 안 추웠는데 따뜻한 차에서 내리니까 갑자기 춥네요"
"곧바로 따뜻한 물에 샤워해요"
"네"
"지하 2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들렸고 그는 타다 말고 멈췄다.
"괜찮아요??"
순간 뭐가 괜찮은 건지 몰라 어리둥절했고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엘리베이터 말이에요"
"아... 네. 이 엘리베이터는 괜찮아요"
"그럼 타시죠^^"
"네"
"그쪽은 출근 할 때만 평범하시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등하원 때말고는 마주칠 때마다 특이하세요"
"제가요???????"
"진짜 모르시나보네. 내가 그쪽 볼 때마다 비를 쫄딱 맞고 있거나, 미친듯이 달리거나, 보드를 타거나, 잔뜩 쫄아있거나, 편의점에서 울거나 ..."
"나 밖에서 안우는데???"
"우는거 봤는데요??"
"언제요??"
"벚꽃 폈을 때 편의점에서"
"아........"
대답을 쌩까고 집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현관문을 열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어요? 수건 가지고 올게요"
"네, 천천히 하세요"
나는 얼른 욕실에서 큰 타월과 수건을 꺼내왔다.
"그쪽 먼저 옷 갈아입고 와요"
"아.. 그럴까요??"
"네^^"
나는 다시 후딱 욕실에서 젖은 옷을 다 벗고 샤워가운을 걸쳤다.
그는 내 작은 아이에게 큰 타올로 감싼 후였다.
내 품에 아이를 안았고, 그에게 수건으로 젖은 몸을 닦으라고 했다.
"오늘 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또 편히 왔어요. 들어와서 차 한잔 하라고 하기엔.. 좀 그러네요.."
"휴가 가는 날, 그 때 커피 사주세요^^"
"네, 좋아요^^"
"그럼, 이만"
"조심히 가세요^^"
아이를 안아 조심히 욕실에 물을 받았다.
금방 욕실은 따뜻해졌고 추위는 사라졌다.
수건을 감싸고 있는 아이 몸에서 벗겨냄과 동시에 그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아이를 안고 그대로 욕조에 들어갔다.
"**야, 엄마랑 같이 씻고 자자^^"
"....."
대답은 없었지만 내 말을 들은 듯 움직였다. 나는 아이의 겨드랑이를 살살 간지럼 태웠고, 아이는 웃음을 참으며 실눈을 떴다.
"빨리 씻고 찌찌 만지고 잘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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