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님~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 글이 뜸하셔서 연락드려요~
어디 많이 아픈 건 아니죠?ㅎㅎ

느닷없이 당신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글이 안 써져 머리를 쥐어짜고 있던 차에 말이에요. 너무 좋아서 단숨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버렸어요. 잔잔하고 고요한 내게 설렘과 행복의 파동이 일렁이기 시작했어요. 그 파장의 발산은 쉬이 멈추지 않았고, 기어이 당신은 나를 사무치게 그리움에 휘청이게 했어요.
그럼에도 잘 지내냐는 안부에_나의 근황을 모르는 당신은 여전히 내 글을 읽지 않는구나 했죠.
-다음 주 오후에 시간 되실까요?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어요.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벅찼거든요. 내가 당신을 보러 가지 않을 적엔 나를 잊고서 지낼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 확신했어요. 그런데 먼저 연락온 당신에 의해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내게 당신은, 그 모든 것이 사랑이고, 사랑이었고, 사랑이 아니라면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니깐요.
선약이 있었지만, 차마 당신이 보여준 마음에 나는 쉽게 거절하지 못했지요.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했지만, 일이 있다고 답할 수밖에요..
-제가 다음 주부터 휴가라서요~ 휴가첫날에 작가님 점심 사드리려고 했죠^^ 언제 시간 되시나요? 밥 같이 먹어요^^
곱씹어 보아도 당신의 휴가 첫날을 나와 보내겠다는 말이잖아요? 내가 지금 눈에 콩깍지가 씌워 제대로 이해 못 하는 거 아니죠? 그렇죠? 에먼 발만 동동 구를 뿐, 할 수 있는 게 없어 몹시도 슬펐어요. 사무실에 전화를 해서 그날 오후 약속을 조금 당길 수 있는지 한번 확인해 달라 했고, 돌아온 답변은 '불가하다' 했어요. 다시 당신에게 연락을 해야 했죠... 당신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날려버린 것 같은 억울함과 당신을 보지 못한다는 슬픔에, 답장을 적는 화면이 순간 뿌옇게 보이기 시작했지요. 그래도 답장을 기다리는 당신에게 답을 해야 했어요. 손등으로 눈을 힘껏 문질렀지만, 금세 다시 뿌옇게 변화는 액정에 괜히 심통이 났어요. 당신을 보지 못하는 건 순전히 내가 이유였지만, 왜 하필 그날이냐고 불만스러움이 터져 나와버렸어요.
-저 편집장님 보러 가도 돼요? 부담스럽다고 하셨잖아요..
나도 모르게 당신에게 투정을 부리고 말았어요. 그러지 말걸....
당신은 나의 슬픔을 모르고, 나를 속마음을 잘 알지 못하겠죠.
-'그 부담'이 '그 부담'이 아닌데....
뭐야... 답변받고 놀랐어요. 지시대명사적 표현을 한 문장에??? 나 작가라고 그렇게 대답하신 거죠? 당신이 말한 첫 번째 '그 부담'은 문장에서 주어 역할을 하고, 품사로서는 지시와 명사죠. 두 번째 '그 부담'은 보어 역할이고, 품사로서는 첫 번째와 같은 명사죠. 같은 단어를 반복하셨지만, 의미가 다를 수 있음을 강조한 거, 맞나요?? 지금 당신이 느끼는 부담은 내가 아닌, '선물'이라는 것이죠?
-전 그 부담이 그 부담도 포함인 줄 알았어요^^;; 진즉에 알았더라면 편집장님 보러 갔을 거예요ㅠ
그래, 왜 이제야 알려주신 건가요. 진즉에 알려주셨더라면 당신을 보지 못해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나를 부담스러워하시는 줄 알았잖아요..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언제쯤 당신을 보러 가야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하며 얼마나 고심했다고요....
사실은요, 너무 다행이다고, 정말 다행이다고, 나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무척 기뻤어요. 꾹꾹 참아왔던 감정들에 다시 액정이 뿌옇게 변했고, 한번 터진 눈물은 참아지지 않았어요.
-작가님 잘 지내세요
-네^^
해서, 성의 있게 답변하는 건 무리였어요. 자꾸만 격해지는 감정에 혹시라도 당신에게 전화해버릴까 봐서요. 그렇게라도 마무리 지어야 했으니까요. 내가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무해한 사랑이었어요. 당신은 모르시겠지만요..
당신은 비가 내리지 않아도, 내게 특별해요.
뭐 하나 특별할 것도 없는 하루가 당신의 연락으로 특별해지는 거 보면, 나 정말 당신을 많이 좋아하나 봐요.
도대체 내게 연락한 진짜 저의가 뭐예요ㅜㅜ
당신이 말한 '그 부담'을 돌려주기 위함인가요.. 아니면 진정으로 나와 같이 식사를 하고 싶은 건가요.. 당신의 답이 후자라면, 나도 당신의 마음에 한번 걸리기라도 한건가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당신 마음에 나도 한번 걸렸으면 좋겠어요.
속수무책으로, 대차게 걸리길 바라면 너무 속 보이는 거겠죠?
어김없이 당신은 오늘도 나를 살게 하는 유일한 구원입니다.
이러니 내가, 당신을 어떻게 잊어요.
이러니 내가, 어떻게 당신이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겠어요.
이러니 내가, 당신 없이 어떻게 살아요.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너무 보고 싶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을 잊을 방법이 내게는 없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원 없이 사랑하지 말 걸 그랬어요. 당신과의 기억과 추억을 조금 덜 만들고 억지로라도 덜 사랑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럼에도 나의 바람은요,
당신이 평안하기를, 따뜻하기를 바라요.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무 말 없이 당신을 기다리는 쪽에 서 있습니다. 내게 와요.

<있을 법한 이야기를 지어낸 짧은 소설, 엽편 소설입니다>
엽편소설 외에 다른 소설은 이 곳에 연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엽편소설은 매일 업로드 하지 않는다고 몇 번 말씀드렸습니다. 자꾸 재촉하시면 또 잠수탑니다. 협박 아니고요, 상냥히 이야기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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