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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87 조금만 행복하세요


나는 매일 밤 당신에 관한 글을 되게 많이 끄적여요.
너무 보고 싶고, 목소릴 듣고 싶어요. 결코 내게 올 것 같지 않은 당신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치발 든 채 맨발로 당신을 목이 빠져라 기다립니다. 어쩔 수 없는, 속절없는 일이거든요. 내게 당신이 그래요. 부질없는 걸 알면서도 달리 어쩔 도리가 없어요.
나는 당신을 매일 밤 걱정해요.
비염은 괜찮은지, 성격이 급해 잘 부딪힌다는 당신이 어딘가 부딪혀 멍이 들지는 않았는지, 다른 작가들이 귀찮게 괴롭히지는 않은지, 오늘은 행복했는지를요. 부산스럽겠지만, 달그락 소리 나는 구급함을 들고 당신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싶어요.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당신을 따라다닐 수 있는데 말이죠. 키 큰 당신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 정신없다고 내게 핀잔주실 거죠? 치.. 안 봐도 뻔합니다. 다른 작가들이 자기주장 굽히지 않고, 당신에게 스트레스 주면 내게 문자 하세요. 이름하고 주소만 적어서 보내세요. 그 작가는 다시는 당신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할게요^^ 작가가 아니라도 어느 누구든 상관없어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두 팔 걷고 씩씩 거리는 코뿔소처럼 으름장 놓을 수 있어요. 조용히 당신만을 지키는 유일한 사람이 될게요. 당신의 말 못 할 고달픔이 있어도 내게 와요. 두 팔 벌려 포옥 안아줄게요. 온전히 당신의 편에 서서 힘이 되어줄게요. 흉흉하고 삭막한 세상에 당신이 예측 가능한 사랑을 끊임없이 전하겠습니다. 당신은 로망과 낭만만 쭈욱 하세요. 내가 현실은 다 맞춰줄게요.
염치없지만, 내가 없는 곳에서 양껏 행복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날 그리워하세요.




#단언컨대, 당신만큼 사랑하는 사람은 없었고,  없을 예정이에요.

달빛이 텅 빈 방을 쓸고 지나가면 마음 한켠에는 그리운 당신이 떠오릅니다. 익숙한 공간, 당신과 지난 시간의 조각들을 하나씩 끌어 모으다 보면 결국 웃음이 새어 나오고 말아요. 마중, 마중이 그렇게 좋을지 몰랐거든요. 막연히 당신이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다가 몇 분 기다리다 올라갈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내게는 당신이 소중한 사람이지만, 당신에겐 내가 소중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오해했어요.
길바닥에서 덩그러니 기다리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내가 안 오면 어쩌려고 그랬어요 ㅠ 또 내가 늦으면 어쩌려고요. 그동안 어긋날 때마다 혼자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갈 당신이 눈에 선해요. 그런 당신의 뒷모습이 떠올라 심장이 쿵하고 소리를 내려 착 가라앉는 기분이에요. 다음에, 분량의 글 마감하고 당신을 보러 갈 용기가 생긴다면요, 그때도 당신이 마중 나온다면, 나 한 번만 당신 손잡고 폴짝폴짝 뛰어도 돼요?? 너무 하고 싶어요.  비 오는 날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 힛, 상상만 해도 너무너무너무 너~~~ 무 좋아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아요.
그렇다고 마중을 일부러 나오지 않으면 안 돼요!! 아마 용기가 없어서 콩콩 뛰는 일은 없을 거란 말이에요.  만약에 기다리고 있는 당신을 보고 너무 좋아 콩콩 뛰는 나를 보고 절대 놀래지 말아요... 민망해서 죽어버릴지도 모르거든요...



#머문 적 없지만, 머물렀던

내 곁에 단 한 번도 없었고, 당신의 사랑 또한 없었지만,
당신의 존재만으로 내 안 깊은 곳에 자리한 채 조용히 머물렀던 당신. 혼자 품은 마음, 표현 조차 하지 못한 마음이 못내 아쉬워 수많은 밤을 슬퍼했어요. 다시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 이별에 아파하기도 싫다며 말이에요. 그런데도 또 사랑해 버리는 나를 발견해요. 미련한 일이죠. 당신을 비워내고서 다른 사람을 채우는 일이 가능할까요. 꼭 당신을 비워낼 거예요. 그러니 나 없이, 부디 많이 행복하지 말아요. 내가 있음으로 당신이 행복할 수 없다면 내가 없을 시에도 절대 행복하지 말아야 해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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