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86 정열의 투우소


그는 다이어트에 실패했지만 살이 빠졌고,
나는 다이어트에 성공했지만 살이 쪘다.

앞에 봤던_ 통통하게 올랐던 턱살과 빵빵한 볼살이 온데간데 없어졌고, 귀여움도 함께 사라졌다. 그것이 나는 못내 아쉬웠다.





여지없이 오늘도 늦었다.
택시에서 튕겨져 나와 계단을 막 오르려던 참이었다.

"작가님"
"??"


'잘못 들었나?'

피카도르 창에 목이 꽂힌 흥분한 투우소가 붉은 천이 달린 화려한 마타도르를 향해 일격 하는 것처럼, 어른 남자에게 단숨에 달려갈 기세를 멈춰 세운 건, 다름 아닌 그의 목소리였다.

"작가님!!"

마스크를 내리며 큰 목소리로 부르던 그의 모습이 빠르게 눈에 들어왔다. 수없이 어긋나기만 했던, 그의 마중이었다. 어른남자였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기다리는 게 아니었어?ㅋㅋ 저렇게 길바닥에 덩그러니 서 있었던 거야?'

길바닥에 덩그러니 서 있는 어른 남자가 왜인지 웃겼다. 귀여웠다. 반면에 저 모습으로 언제 올지도 모를 나를 위해 길바닥에서 서성거렸을 그가 떠올랐고, 괜스레 미안해졌다.
그럼에도 나는 좋았다. 그의 손을 맞잡고 폴짝폴짝 뛰고 싶은 걸 겨우 참아내야만 했다. 티를 낼 수 없으니까. 그러려면 표정을 숨겨야 했고, 말을 아껴야 했다.  엘리베이터를 잡은 그와 나란히 몸을 실었다.

'젠장. 하필 오늘... 구두를 안 신고 와서ㅜㅜ'

옆에서 본 그는 무척이나 커 보였고, 나는 한없이 작아 보였다. 그는 180이 넘는 키였고, 나는 150 조금 넘는 키였으니...

"잘 지내셨어요?"
"네"


나는 원래 연기를 못하는 태생인가 보다. 그를 몹시도 사랑하는 마음만 숨기기로 했지만, 그걸 숨기기 위해 그에게 묻고 싶었던 것들도 죄다 숨어버렸다. 어떤 마음으로 그를 보러 갔던 건데...
그런데, 그 와중에도 그는 변함없이 잘생겼으며, 다정함과 배려는 마타도르의 능숙한 일격에 죽을 투우소처럼 빤히 정해져 있는 운명에서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 듯, 그는 짧은 시간에 나에게 강렬한 찰나의 순간이었다.

비스듬하게 서서 나를 기다리는 있는 그는, 분명 나를 구원할 자이긴 하나, 나를 구원하지 않을 자다. 반대로 나는 그를 어떠한 상황에서도 완벽히 구원해 줄 수 있지만, 그는 나의 구원을 바라지 않을 자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없는, 철저한 타인과 타인의 자리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서로에게 내가 되고, 어른남자가 되는. 그런 구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슬픔뿐이었다.

그와 나 사이는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부어도 메워지지 않는 깊고 깊은 틈과 같았다. 얼마나 더 쏟아부어야 그 틈이 채워질까. 채워지기나 한 걸까. 그를 마주 보고 있으면서도 손을 뻗어 잡을 수 없었고, 자꾸만 구멍만 더 커지고 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회의실 안에는 미묘한 공기가 가득 메웠다.
그 어색한 공기를 누르려고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유난히 그를 좋아하는 내 마음이 오늘따라 무겁게 느껴졌다.

'오지 말았어야 했어....'

이 생각이 들자, 몸에서 바람 빠지듯, 설렘과 사랑이 '피유~' 소리를 내며 한 순간에 빠져나갔다. 그때였다.
꼬르륵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렸다. 내 배일지도 몰라 당황했지만, 내 배는 아니었다. 그의 배꼽시계가 말문이 트자, 내 배도 쉴 새 없이 꼬르륵거렸다. 그는 꼬르륵 소리마저 귀여웠다 ㅎ
조용한 탓에 꼬르륵 소리는 더 크게 들렸고, 나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민망했다. 서로 누가 누가 소리가 큰지 대결이라도 하듯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길 필요도 없는데, 내가 기어이 어른 남자를 이기고 말았다. 썅.


"살이 좀 찐 거 같아요"
"네, 쪘어요ㅜㅜ"

살이 쪘는지 빠졌는지 매번 정확하게 알아맞혔다. 눈썰미가 좋은 편이었다. 그는 다이어트를 하다가 실패했다고 했지만, 그는 분명 살이 빠졌다.

그는 큰 키에 건장해 보이지만, 굉장히 겁쟁이었다. 조그마한 뱀이 뭐가 무섭다고.. 그냥 조금 큰 지렁이일 뿐인데 말이지.
다음에 어른 남자가 미울 적에는 뱀과 함께 출근하련다. 뱀에게 목줄?을 하고서 그에게 가야지. 그러면 나를 평생 잊지 못할 거 아냐? 잊으래야 잊을 수 없겠지.


#자연스럽지만 어색한

'모르는 건가? 모르는 척하는 걸까,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나의 체온과 비슷한 그의 손이지만, 내게 닿는 그의 손으로 몸의 감각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그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나와는 달랐다. 평소와 같은 평온한 얼굴이었고, 한술 더 떠 그는 나와 대화까지 가능했다. 경험에서 나온 여유인 건지, 연륜에서 나온 여유인 건지 알 수 없었으나, 대화를 이어가는 나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어 이성이 끊어짐을 늦추고 있었다.
공적인지 사적인지 모를 가슴에 스치는 그의 손이 그동안 숨어있던 욕정을 수면 위로 금방 떠오르게 했다. 얇은 바지 위에 움직이는 손을 내게로 잔뜩 끌어오고 싶은 것을 이성이 겨우 나의 체면을 살려주었다. 혁대를 푸는 그의 손은 조심스러웠고, 그의 얼굴은 편안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그의 표정이었다. 그 짧은 시간, 혁대 푸는 그를 도와주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도우지 않기로 했다. 그랬다간 그 용기에 힘입어 그를 빠르게 만지고 싶어 할 내가 분명하기에.
그의 손이 도톰한 살을 가로질러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윽고  등이 활처럼 힘이 들어갔다. 그의 표정은 평소와 매한가지였고, 나는 몹시 일그러졌다. 지금부터 서로에게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이자, 서로의 은밀하고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이따금씩 질끈 감기는 그의 눈을 보지 않았으면, 오해할 뻔했다. 그는 지금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라고 말이다. 손등으로 새어 나오는 신음을 참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삼켜야만 했다. 통통하고 빵빵하던 배가 어딘가로 사라졌음을 알아챘지만 중요치 않았다. 순해진 그의 뱃살에 비해 그의 상체는 순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남자는 상체운동을 포기할 수 없다'는 대목이 한 번에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온통 순하지 않는 곳에서 순하고 여린 부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움켜쥔 손에는 사심이 가득 담겨있었지만, 사심만 채우는 나를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의 가슴과 가슴 사이, 단단한 상체 사이에서 조금 더 머무르며 만지고 싶은 욕심을 말이다. 내 욕심보다 그를 괴롭히는 쪽에 좀 더 마음이 갔고, 해서, 그의 여린 부위를 손바닥 전체에 닿았다. 내 손이 움직일 때마다 손가락 사이에서 느껴지는 가슴이 주는 감촉과 점점 일그러지는 그의 얼굴. 거기다 나를 자극하는 손가락은 육체적 쾌락에 초점을 맞추기에 충분했다. 영혼과 영혼을 교류하는 특별한 시간이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쾌락에서 신뢰로, 신뢰에서 더 깊은 관계가 되었으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넓은 상의 속에서 손을 빼내고, 그의 중심, 단단함에 가닿았다. 나도 모르게 단단함을 지나쳐 가장 연약한 부위를 감싸 쥐었다. 입을 살짝 벌리는 그의 모습이 섹시했다. 옷 위를 만지는 손이 안타까웠는지 그는 내게 중심을 꺼내 보여주었다. 배꼽으로 향하는 묵직한 단단함이 튕겨져 나왔다. 놓치지 않고 나는  손에 쥐었다. 뜨거웠고 미끌거렸다.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면, 나는 금방 그를 향해 무릎을 꿇어앉아 그의 미끌거림을 죄다 핥았을 터이다. 그러나 나는 그와 눈이 마쳤고,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되어 그 지경까지 가지 않고 얌전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미 충분히 미끌거리고 있는 단단함은 내 손아귀에서 움직임이 매끄러웠고, 야하고 솔직한 그의  표정이 나를 더 야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의 은밀한 곳을 내어주고 은밀하고 집요하게 얽혀갔다.  보드랍고 연약한 손가락 살결 사이로_  그의 단단함이 미끄러져 움직이는 행동을 반복할 때마다 그는 움찔거렸고, 용수철처럼 튕기듯 중력을 거스르고 있는  중심에는 맑은 눈물이 맺혔다. 나는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울지 않길 바라며 온몸으로 안았다. 그리하여 낮고 뜨거운 그의 소리가 내 귓가에 닿았다.
그는 '점잖은' 나의 타이틀을 벗어던지게 하는 사람이다. 억압된 욕망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수치심을 없애준다. 대부분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지 않고 부정하거나 숨기게 되는 데, 나는 이상하게 그에게만 무장해제 되어버린다.
혀의 움직임만으로 그의 입술은 살짝 벌어졌고, 입술의 흡입력에 눈썹은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어른 남자의 삶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는 내가 '들어가도 된다'라는 허용을 받는 듯했다. 거기서 오는 진정한 흥분이 나를 적셨다. 강력한 규율과 권위를 나타내는 그가 입고 있던 옷에서 묘한 성적 흥분을 느꼈다. 단정함과 착한 남자가 관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가 아니라면, 내가 변태일 거야. 분명'

단정한 옷을 하나씩 풀어 내게 보여줄 때마다 '벗겨도 될까?', '만져도 될까?' 하고 묻는 순간에 긴장과 허락의 설렘이 커진다. 그의 맨살도 너무 좋지만, 그보다 더 크게 좋았던 것은 그에게서  허락을 받았다는 사실이니까. 풉, 지금은 내가 닿으면 당연하게 내어주는 그의 배려가 너무 좋다. 마치 내 것을 맡겨두었던 것 마냥 스스럼없이 내게 내어준다. 결국은 그의 알몸과 나만을 위한 그의 신체를 허용하는 순간이 만나 진정한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사랑하는 여자에게만 허락했던 것을 나와도 공유한다는 무언의 '너는 나에게 특별한 존재다'라는 신호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금지와 허용의 경계를 넘나들며 나는 그에게 한없이 빠지고 있었다. 그는 내게 금지의 설렘을 주면서 허락이라는 기쁨의 흥분을 가져다준다.

그의 가장 연약한 부위를 입으로 가져왔다. 흐물거리지만 움직임이 있었다. 좀 더 머물고 싶었다. 보드라운 사탕을 머금고 있는 듯한 느낌이 참 좋았으므로.  하나, 불편했다. 다 내리지 않는 바지와 자세 때문이었다.
내게서 머물고 있던 그의 손이 빨라졌고,  덩달아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셔야만 했다. 손등을 입에 넣었지만 손끝으로 무언가를 붙잡아야만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나는 그의 단단함을 내 입으로 바짝 끌어올 수밖에 없었다. 단단함에 머물고 있는 혀의 움직임을 그가 보았다. 민망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민망함 마저 좋았다.

"넣어줘요"

그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단언컨대,  한 번에 답을 하는 법이 없다. 이 늙은이는. 아마 눈은 청춘이지만, 귀는 보청기를 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곧이어 그는 내 다리로 향해 내려갔다. 내게 들어오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그를 뒤돌아 엎드린 상태에서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들어 기다렸다. 더 이상 그에게 뒤를 보이는 건 내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어갔으므로. 내 세상으로 발을 들였다. 내 세상으로 진입할 때, 그때는 아프다. 그러나 그는 통증만 주는 것이 아니었고, 부드럽게 진입해 깊이 들어왔다. 다만 아쉬운 건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음이었다. 엉덩이를 쥔 손과 이따금씩 가슴을 움켜쥔 손,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그의 숨소리로 계속해서 손등을 입에 넣어 신음소리를 막아야 했지만,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하고 생각했다. 완벽하게 그와 나는 하나였으니 그걸로 되었다.
그가 갑자기 내 세상에서 나갔다. 뒤돌아 그의 얼굴을 확인해야 했다. 그는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서있었고, 그의 중심은 배꼽에 닿을 듯하고 있었다. 안심했다. 나의 체취와 그의 체취가 잔뜩 묻은 중심을 입속으로 가져왔다. 조금 전보다 더 부풀어져 있었다. 더 부풀기를 한 그의 단단함이 입안에서 꽉 찼고, 숨이 막혔다. 이번엔 그가 위, 내가 아래인 자세로 내게 들어왔다.

"아파?"
"도리도리"
"괜찮아?"
"끄덕끄덕"


미간을 더욱 찌푸린 그는 내 가슴을 입속에 넣었고, 나는 그의 귓불을 입에 넣었다.

"어디에 해?"

그가 친절히 내게 선택지를 물었다. 잠시 행복한 고민을 했지만, 내게 머물러 빠져나가지 않기를 선택했다.

"입에다 해줘요"

그가 빠르게 내게서 나왔고, 나는 이끌리듯 그를 입속으로 끌어왔다. 전보다 더 부풀어져 마치 화나있는 상태처럼 보였다. 선택을 입으로 할 때면, 매번 그가 직접 움직였다. 중심을 잡고 움직이는 그. 원래 이렇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못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빠른 움직임에 내 입속에서 그는 뜨뜻미지근함보다는 조금 따뜻한 온도로 하얀 눈을  뿜어냈다. 아마 내가 못해서 그런 것이 분명했다. 그 하얀 눈은 가장 깊은 곳으로 향해 들어갔다. 내게서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삼켜버렸다.
들숨과 날숨으로 그가 숨을 고르며, 나의 입을 조용히 닦아주었다. 그가 그때 할 수 있는 배려와 친절이었다. 이런 다정함이 아마 나를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듯싶었다.

나는 그에게 몹시 사랑하는 마음을 매우 잘 숨겼고,
그도 내게 귀찮아하는 마음을 매우 잘 숨겨주었다.
너무도 잘 숨긴 탓에 그도 날 기다린 건가 하고 착각할 정도였으니.

그가 내게 선택지를 줄 때 알았다. 글을 읽고 계시구나 하고...
그리고 나는 묻지 못했다. 글 보세요?라고 물으면 읽은 남자도 글을 쓴 나도 민망해지는 건 시간문제였으니까.
해서, 글에 욕을 줄이기로 했다.


#병원에서

갑자기 지면이 붕 떠올랐다. 메스꺼웠고, 시야가 흐려졌으며, 얼굴이 자꾸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졸렸다.
눈을 뜨니 병원이었다.

"죽으려고 환장을 한 거야??????!!!!!!!!!!!!!!!!!!"

아빠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살아있음을 너무도 확실히 깨닫는 순간이었다.

"멀쩡한 얘가 왜 쓰러집니까"
"저혈압입니다 ÷*$&<$&#*#****"

의사 선생님 이야기가 점점 멀게 느껴지고 다시 졸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고, 눈을 떴을 땐 아까와는 너무도 다른, 조용한 병원이었다. 내 모든 신체 부위의 감각들이 내 것이 아닌 낯설게 느껴졌다. 행동이 느려짐을 느꼈고, 머리카락도 내 머리카락 같지 않았다. 그리고 굉장히 추웠다. 창밖은 어두웠다.

"괜찮아?"

첫 남자가 물었다.

"응, 얘들은?"
"처가에. 얘들 재워놓고 나만 왔어"
"몇 시야?"
"11시. 정신은 들어?"
"응 미안해 걱정했지?"
"너 영양실조래"
"내가?"
"어. 그렇게 많이 먹는데 영양실조래. 내가 몇 번을 물어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음이 나와??!!"
"나 왜 쓰러진 거래?"
"저혈압으로 쓰러진 거고, 몇 가지 검사했는데 간수치가 정상 범주를 벗어났데 그리고 신장도 문제래. 그리고 며칠 더 입원해야 된데"
"왜?"
"잠시만, 용어가 어려워서 써놨어. 아! 횡문근융해증!!!"
"그게 뭔데?"
"검색해 봐. 나 너 일어났다고 전화 돌려야해"


<횡문근융해증이란, 운동, 수술, 외상 등의 이유로 근육에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괴사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생긴 독성 물질이 순환계로 유입되는 질환입니다>

다행히, 상태가 심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 빠르게 회복했다. 그러나 영양실조는 달랐다. 대식가로 많이 먹지만, 몸이 흡수하는 에너지보다 소비가 많다고 했다.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것이 문제였다.  41kg였으니...

결국, 3일 하고 반나절만에 퇴원했다.
41킬로로 입원해서 44킬로로 통통하게 살이 올라 퇴원했다.
무리한 운동을 하면 안 된다는 의사의 말에 아빠는 다리 뭉댕이를 부러뜨려서라도 못 뛰게 한다고 하셨다. 나는 안다. 저 말이 절대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당분간 나는 뛰지 않았다. 아니 뛰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빠르게 살이 쪄서 47, 48kg까지 찌게 되었다.

또 아프다는 이유로 첫 남자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감성 글쟁이 > 엽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편소설)#1-287 조금만 행복하세요  (1) 2025.05.07
엽편소설)#2-3 이유있는  (4) 2025.05.06
엽편소설)#1-285 영원  (1) 2025.05.01
엽편소설)#2-2 사탕  (2) 2025.04.28
엽편소설)#1-284 비밀이에요  (0) 202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