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 잘 지내십니까.
이제 완연한 봄날씨예요. 당신은 지금 봄인가요? 여즉 내 계절은 시린 겨울이라 생각했는데, 온 지천이 꽃이라 내게도 봄이 들이닥쳤어요. 겨울은 온 데 간 데 없이 가버리고, 봄이 덜컥 코앞으로 와버렸어요. 나무마다 망울져있는 꽃망울을 보며 나는, 당신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조금 전에 소주 사러 슬리퍼 끌며 편의점 다녀왔는데요, 불빛 아래 소담스레 피어 있는 벚꽃을 올려다보다 갑자기 울컥하는 무언가가 눈주위를 따뜻하게 했어요.
'주책이야 정말, 왜 꽃 보고 울고 지랄이야ㅠㅜ 나이 먹었다고 이렇게 티를 내야 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눈물이 차오르는 일이 삼십 대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심해지는 듯해요. 꽃이 만개하면 바람에 흩날리고 정처 없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쳐 사람들 발길에 짓이겨지다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꽃이 꼭 짝사랑에 다친 내 처지 같아서. 그럼에도 꽃이 피는 절정의 순간이 찰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꼭 나와 당신의 시절인연 같아서. 눈물이 나요. 소주 한 팩 사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 소매 끝으로 눈물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몇 차례를 비볐는지 모릅니다.
나 도저히 안 되겠어요.
꽃이 흐드러지게 예쁜 봄, 나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어요. 부푼 가슴 안고 말이에요.
꽃 따라온 그리움은 기별 없이 꽃잎으로 날아와 나를 자꾸 흔들어놔요. 당신을 보지 않고선 살 수 없게 말이에요.
봄처럼 자라나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소주 한 모금에 기울이고서 끝내 수없이 슬픈 끝맺음을 노래합니다.
섣부른 사랑과 때 이른 이별만이 축배를 드는, 흐드러지게 핀 꽃 같은 세상이, 마치 암흑과도 같아서. 애타는 숨소리가 그토록 구슬픕니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동경한다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심각하게 좋아하고 있어요. 내 마음을 글로 적으려면 하루 온종일이 부족합니다. 심도 있게 고민해 봤는데요, 내 마음을 꽤 적절하게 표현할 말이 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은 거 같아요. 나 당신에게 사랑만 주고 싶어요. 내가 가진 모든 사랑의 주체가 되어주세요. 나는요, 당신이 조금만 잘해줘도 껌뻑 죽어요. 그 따스한 손길이 뭐라고, 그 식상한 안부인사가 뭐라고, 목도리 둘러주는 게 그 뭐라고... 그거 없이도 여태 잘살았는데 이제와 왜 못 살 거 같은지... 참나.... 당신을 보러 가잖아요? 당신의 배려와 다정함에 나는 또 분명 당신만을 평생 바라보겠다며, 한동안은 당신과 비슷한 모습과 말투를 죄다 사랑해 버릴 것처럼 달려들 거예요. 당신이 가장 다루기 쉬운 사람이 될게요. 그 마음 변하지 않을게요. 마음껏 나를 이용하세요.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요, 당신에게 쉼 없이 날아든 나를 잡아주시라고요..

#당신에게 빠진 순간부터 지독한 열병을 앓았어요.
당신이 다른 곳을 볼 때 나는 당신을 봅니다.
나의 봄을 온통 당신에게 날렸습니다.
조그맣고 어여쁜 어린 꽃잎처럼
나는 당신을 아낍니다.
당신의 오늘은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고되었을 당신 생각에 아파옵니다.
마음이 나리는 순간이 분명 있습니다.
당신의 꽃밭에 봄이고 싶을 때
그때 나의 봄은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니, 나는 여즉 겨울이지요.
당신을 처음 만난 계절이 봄도 아니고요, 당신을 사랑하겠다 마음먹은 계절도 봄이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과 함께였던 계절도 봄이 아니건만, 왜 이리도 마음이 부산스러울까요. 봄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데 말이죠. 꽃이 피는 모습에 자꾸만 당신에게 달려가고 싶어 져요. 바람에 흐드러진 꽃을 보는데 왜 당신이 자꾸 보고 싶냐고요. 내게서 몽글몽글 사랑이 피어나 당신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봄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당신이 미워요. 사랑하는 만큼 당신이 미워요. 뭐가 그렇게 미우냐 내게 물으신다면, 말 못 해요. 그냥 다 미워요. 그냥 묻지 마세요. 말간 얼굴로 또 다정한 음성으로 물으실려거든 묻지도마!!!!!!!!!!!!!! 입도 떼지 마!!!!! 썅 ㅠㅠ
당신은 어떤가요. 그저 늘 똑같죠? 그렇겠죠. 마음 같아선 당신이 내 마음과 같아서 나와 같았으면 좋겠어요. 당신도 내가 보고 싶어 펑펑 울어 보셨으면. 쏟아지는 마음을 막지 못해 무너진 댐처럼 그렇게 나처럼 울었으면 좋겠어요. 손바닥으로 폭우 못 막는 것처럼 쏟아지는 마음도 나처럼 한 번쯤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내가 당신을 얼마큼 사랑하는지 아셨으면 좋겠어요.
전에, 예전에 말이에요. 지금보다 덜 가까워졌을 때 말이에요. 당신에게 향하는 마음이 동경인지 염선인지 착각하던 초창기 시기에 일인데요. 그날따라 개인적인 일로 굉장히 예민할 때 출근했었던 날이었어요. 공적으로 당신과 미팅날짜를 잡아둔 상태라 취소하기 그래서 출근한 날이었어요. 여하튼 예민하면 불안도 비례되어 더욱 예민해있는 내게 당신이 물었지요. 편집하던 일을 멈추고 말이에요.
"괜찮으세요? 물 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그땐 내가 화장실이 무서워 물을 마시지 못하는 나를 알기 전이었으니 그렇게 물으셨던 거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요, 그날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런데 당신이 하던 일을 멈추고 내게 물었지요. 그날 아무 말도 안 한 내게 그렇게 물으셨던 당신이 날 보고 있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설레었어요. 그 일은 아마 내 기억 속, 당신이 배려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첫 기억일 거예요. 그날은 온통 신경이 다른 데로 가 있었거든요. 내게 그렇게 물으실 때 집중하지 못하는 나를 알고 있다는 듯이 내 두 눈을 마주치고 묻는 다정함이 너무 감사했어요. 내 몸과 마음에 상처 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비극 속에서 그 비극을 다정한 말 한마디가 불러온 파장은 실로 컸어요.
그 뒤로는 당신의 말 한마디를 주의 깊게 듣기 시작했어요. 그 파장을 또 느끼고 싶었기에. 그때 내게 따뜻한 배려를 해주는 이가 옆에 없어서 더 그랬는지 몰라요.. 한없이 내가 못나 보인다고 생각했으니깐요... 당신의 별 의미 없는 한마디가 참 따뜻했어요. 일면식도 없는 당신이 주는 따뜻함이 눈물 나게 고마웠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을 동경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당신을 동경하면 나도 당신처럼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당신을 만나면 아무 말이나 꺼내 당신과 이야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마저도 계속되니 따뜻했던 배려가 뜨뜻미지근해지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왜 당신에게 자꾸 그 이상을 바라게 되는 이유를요. 그러고 당신과 몹시도 얽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미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 뒤로 당신의 한결같은 배려와 다정함이 내 사랑을 살찌우게 했어요. 불안하고 겁 많은 날 위해 회의실 안에서 편하게 일하자는 제안도 해주었고요. 아마 사무실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배려를 내게 다 해주었던 거 같아요. 감사하게도 내게 계속 배려해 주었지요.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당신의 손이 내게 닿지 않았지만, 당신 손이 내 옆에 있다는 그 온기를 느꼈어요. 여차하면 닿을 수 있는데 당신은 최대한 또 배려했죠. 그리고 그때 생각했어요.
'이제 그만 배려하세요'
여차하면 닿는데 그 여차가 없었어요. 한사코.
사랑을 해버린 내 쪽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당신의 손이 내게 닿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닿지 않았어요. 꼭 나와 당신 사이처럼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지만 결코 닿을 수 없다는 듯 느껴졌어요. 날 배려하는 당신이 감사하다가도 한편으론 속상했었어요. 나와 같지 않는 당신의 마음을 확인한 셈이었고, 내게 닿고 싶지 않아 하는 사내의 마음도 알았죠. 그렇게 마음을 숨긴 채 공적으로라도 당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덧없이 행복이었어요. 내게 닿지 않을 당신의 손에 단 한차례도 긴장도 하지 않고서 말이죠.. 얼마 뒤 내게 미끄러져 들어온 손이 실수라고 생각했어요. 그다음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그건 실수가 아니었죠. 내게 닿았다는 사실보다 당신이 내게 향하는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벅차게 행복했어요. 내가 당신을 바라고 기다렸던 것처럼 당신도 내게 그럴 거라는 바람이 실현된 듯싶었어요. 그렇게 당신의 부드러운 손이 내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았고, 나는 내 세상으로 들어온 당신을 받아들였지요. 그 마저도 너무 벅찰 만큼 행복했지만, 오래가지 못했어요. 나도 당신을 만지고 싶었거든요.. 당신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나도 당신에게 닿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그러나 언제나 사랑은 이성을 이기죠.. 나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내 손 끝에 닿은 당신이 너무 황홀했어요. 만지고 만지면서도 당신을 손아귀에 넣으려 헛헛함을 끌어안았어요. 그리고 거기에 구멍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 구멍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채울 수 없는 구멍임도 함께 알아버렸죠. 하여, 마음이 없는 껍데기만이라도 가지고 싶었어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구멍을 막는 길이었으니까요. 같이 있는 시간만큼은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지칭대명사를 쓰고 싶었거든요. 그러기 위해선 하나가 되어야 했어요. 거절만이 내내 답으로 돌아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과 나는 진짜 '우리'가 되었어요. 그 마저도 당신이 내 세상에 빠져나가는 순간, '우리'에서 한 순간에 당신과 나로 바뀌었지만 말이에요... 잠시라도 당신과 내가 '우리'가 되지 말았어야 했어요. 구멍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어요. 그러던 중에 당신이 내 마음을 전부 알게 되어버렸지요. 날 밀어내지 않는 당신의 애매모한 대답에 희망을 품었어요. 어쩌면, 당신도 나와 같을 수도 있겠다 하고요. 그러나 그건 아니었어요. 착한 당신은 그런 내게 동정과 연민을 느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사무실 밖에서 보자고 했을 테죠. 당신을 사무실 밖에서 보았던 그날은 내가 죽기 전에 꼭 생각날 하루임이 틀림없어요. 너무 행복했으니깐요. 당신과 사적으로 둘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내겐 전부였으니까요.
당신의 마음도, 내 사랑의 끝도 불 보듯 뻔히 알면서도 자꾸만 마음이 멈추질 않아요. 한 번만 더, 딱 한 번만 더, 진짜 한 번만 더 당신을 보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모른 척할 수가 없어요. 안타까운 내 사랑이 가여워 나는 또 당신을 보러 가겠다 다짐합니다. 당신을 만나러 간다는 내가 너무 줏대 없어 보여 또 핑계를 대죠. 엘리베이터 앞에서 당신의 마중을 받고 싶다는 핑계를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봄에 나 당신 보러 가렵니다. 당신이 날 환대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날 기다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날 보고 싶어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전부 다 괜찮습니다. 그러나 당신을 보지 못한 내가 괜찮지 않아 당신을 보러 가겠습니다. 가는 길이 쉽지 않겠지만, 또 가볼래요. 가고 싶어요. 매번 말하지만, 당신이 날 사랑하나 할 정도로 날 아껴주세요. 그 정도로 당신의 손길에 온기를 담아주세요. 한동안은 당신의 온기로 살 수 있도록....

#사무실
"과장님, 저 여자친구 있는 몸이에요!!!"
"나도 남편 있는 몸이야"
"아니, 근데 왜 이걸 주세요??"
"**씨 비염이잖아"
"제가 비염인 거랑 과장님이랑 무슨 상관이 있는 거죠?"
"무슨 그리 말이 많아. 이리 내. 다시 줘"
"줬다 뺏는 건 말이 안 되죠. 잘 마시겠습니다"
그는 내가 직접 볶은 작두콩차를 왜 주는지 알지 못했다. 그에게 주었지만 그에게 줄 수밖에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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