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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66 연서


사람과 사람 사이 맺어지는 관계를 인연이라고 해요. 세상에는  맺어지는 인연만큼 닿을 수 없는 인연도 존재하죠. 당신과 나처럼 말이에요. 당신을 향해 손을 뻗어보지만 끝내 닿지 않는 두 별처럼 가까운 듯 결코 닿지 않을 그런 관계요..
당신과 나는 분명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계절을 걷고 있는 듯하죠. 당신이 봄을 맞이하고 있을 적에 나는 겨울의 끝자락에 머물고, 당신이 내리는 빗속이라면 나는 하얀 눈이 내리는 함박눈 속이죠. 당신이 눈부신 햇살을 마주하고 있을 시에 나는 달빛 아래서 긴 밤을 지나고 있죠. 당신과 나는 같은 시간에 있지만, 어쩌면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해요. 분명,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당신. 하지만 그 거리는 결코 좁혀지지 않죠. 애써 외면해 보아도 마음은 언제나 당신에게 향해있고, 애써 잊으려 해도 당신은 잊히지 않아요. 그렇게 당신은 내게 그리움으로 남아 내 하루의 틈마다 스며들어요. 당신과 내가 우리라는 이름 아래 놓은 이 거리를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운명이라 해도 나, 당신을 기다리고 그리워하며 사랑할래요.




비가 내리면 해가 뜨기를
눈이 오면 눈이 녹기를
밤이 오면 날이 밝기를
바람 불면 바람이 멈추기를
날이 더우면 날이 시원하기를
날이 추우면 날이 따뜻하기를
바라고 바라는 끝없는 인간의 욕심.

매 순간
만족할 줄 모르고
무언가를 갈망하며 애타게 기다린다.

빈손으로 나고 빈손으로 가는 인생
쌓고 또 쌓으며
내일을 향해 희망을 끌어안고 끝없이 이어간다.

아무리 기다려도 끝내 오지 않고
기다리지 않아도 쉬이 오건만,
가는 세월이 아쉬워도
오는 세월이 알 수 없어도,
영원히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 그리워한다.




내가 당신에게 물었던 '비 좋아하세요?'라는 말의 진짜 뜻을 당신은 알지 못했어요. 사실은요, '나 좋아하세요?'라고 묻고 싶었거든요. 사랑이 안된다면 좋아하는 마음이라도 내게 달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좋아하는 건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가볍잖아요. 나는요, 좋아하는 것들이 진짜 많아요. 책도 좋아하고요, 시도 좋아하고요, 걷는 것도 좋아하고요, 계절도, 하늘도, 달과 별, 그리고 비도 좋아해요. 그런데 사랑은요, 내 사랑은 오직 당신 것이에요. 나는 당신만을 사랑해요. 당신에게 억지로 사랑을 바라지 않아요. 그럴 수도 없고요. 내가 무슨 말하려는 지 알아 들어요? 또 못 알아듣죠??!!! 당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을 거 아녜요? 그중에 나도 끼어넣어달라고요. 죽어도 내게 향하는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면, 동정도 가여움도 측은지심도 넣어두시라고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요, 나 좀,  좋아해 주세요. 날 싫어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러니 좋아해 달라고요. 부탁 아니고요, 협박도 아니고요,  화내는 것도 아니에요. 애원하는 거예요. 날 좋아해 주세요. 아주 많이요.  날 아껴주세요. 사랑인가 의심할 만큼요.
모두에게 다 다정하면서 왜 내게만 그렇게 야박하세요...
내게만 다정하지 않아 슬펐는데, 당신이  다정해서 사랑했어요.  웃기죠..
바라옵건대, 부디 날 좋아해 주세요.

내 눈빛이 당신에게 가닿아 평온하기를.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가닿아 안온하기를.
내 입술이 당신에게 가닿아 행복하기를.
내 손길이 당신에게 가닿아 잘 자기를.
내 사랑이 당신에게 가닿아 나를 좋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