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38 입술

반응형


#목이 말라

마시고 마셔도 목이 말라요. 이상하게도 당신을 그리워하면 그렇게 목이 마르더라고요.
다정히 나를 달래는 음성과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는 손길에 경직되어 있던 몸을 한없이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온화한 마음이 들어요. 그런 생각을 할 때면 특히 더 목이 말라요.
단순히 화장실이 두려워 참아야 하는 목 마름이 아녜요. 수시로 마셔도, 벌컥벌컥 마셔보아도 마른 목을 잠재울 순  없었어요. 내 생각에는요, 단 한 번도 내 것이 되지 않은 당신의 이유로 내 온 우주가 죽어버려서 일까요. 죽어있는 내 우주가 물을 원하는 걸까요. 새 생명을 불어달라고..?  아니면, 당신을 갈망하는 욕망과 욕정 같은 것일까요.



나 잘 찍었죠?^^


#입술
입술은요, 입의 바깥 부분에 노출된 살을 의미해요. 섬세하면서 예민한 부위죠. 사랑의 도구이기도 하고요.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수단이기도 하고요, 당신의 예쁜 웃음을 내게 보여주기도 하고요, 키스를 통해 당신과 나, 그러니까 서로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한마디로 입술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신성한 신체 부위예요.
그 신성한 입술로 나는 당신에게 셀 수도 없이 '하고 싶어'를 내뱉고, '입에 다 해줘요'라는 이야기도 했죠. 단순히 입술은 쾌락적인 행위로 쓰이는 게 아닌데도, 분명 신성한 부위임에도 나는 당신에게 온통 쾌락으로만 사용했어요. 내 입술은 유독 당신에게만 신성한 목적만을 쏙 빼고 있었어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라는 고백이 내 입으로 먼저 나왔어야 했었는데, '하고 싶어'가 먼저였고요, 당신이 내 마음을 알아버리기 전에 나는 당신의 하얀 눈을 내 입속을 통해 몸속에 진즉에 가두었어요.. 지금 생각해면 처음부터 수가 틀어졌네요. 죄다 엉터리고 죄다 틀렸어요. 사랑에는 순서가 있던데, 왜 내 사랑에는 이렇게 뒤죽박죽일까요. 남들 뻔히 하는 사랑처럼 순서대로였다면, 당신과 나는 사랑하게 되었을까요. 그랬다면, 외사랑이 아니라 쌍방 사랑이었을까요.
  사실, 입술이라는 신체 부위는요, 공적인 신체부위잖아요. 어디에서도 얼굴을 노출한다고 해서 전혀 이상하지 않는. 반면에, 속살은 정반대지요. 바지와 속옷을 벗겨야만 볼 수 있는 부위죠. 누구도, 아무나 볼 수 없는 감춰진 부위의 키스는 또 다르죠. 입맞춤은 미디어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듯이, 사랑의 시작을 알리거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행해지죠. 속살과의 입맞춤은, 격식과 가면을 벗어버린 순수한 사랑의 몰입이라 생각해요. 은밀한 부분까지 받아들인_단순한 육체적 교감을 뛰어넘어 당신의 깊은 곳까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요.(당신은 내게 실수한 거예요. 가장 연약하고 취약한 부위를 허용하진 말았어야죠.. 내가 오해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당신과 나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상당히 대담한 행위죠. 당신의 사적인 신체를 나의 가장 공적인 입술과 맞닿는 일. 쾌락적인 의미로만 부여해 본다면 이 키스는 다분한 면이 있어요. 그렇지만 궁극적인 메시지는 달라요. 금기의 경계를 허물어 당신과 나 사이가 한층 더 가까워지기를....
풉...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장황하게 운을 띄우나 싶죠? 그저, 나는 당신과 사랑을 하고 싶다고요, 당신의 가장 취약한 곳을 입속에 담아내고 싶다는 말이 하고 싶은 것뿐이에요. 부드러운 당신의 더 부드럽고 연역한 부위를 내 입속으로 품고 싶다고요. 해서, 부드러운 당신도 내게서만큼은 한없이 부드러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요. 해서, 당신의 모든 것을 내 입에 가득 머금고 싶어요. 그때 느꼈던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요. 그때만큼은 다른 누군가의 남자가 아닌 분명 내 것이었었거든요.. 내 것이었던 그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결코 내 사람이 될 수 없는 사람이지만, 내 것이었죠. 그땐 정말 당신은 어느 누구의 사람도 아닌 온통 내 사람이었어요. 그렇죠? 그때 당신은 분명 내 사람이었죠?
이미 당신은 알고 있으시겠지만요, 나는요, 선입견이 있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이미 경험해 본 일에는 좀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요. 그러나 당신과의 일은 대부분이 처음이에요.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고, 내가 하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에요. 그렇지만, 정답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답을 만들어가는 내가 낯설고 흥분돼요.
왜 당신에게만 이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억눌린 욕망이 당신이라는 이유로 폭발한 것인지, 아니면 원래 이랬으나 이럴 이유가 없어서 몰랐던 것인지, 나도 모르는 나의 본래의 모습인지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당신과 있으면 착한 모습으로 고분고분하게 굴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당신을 괴롭히고 싶어요.
당신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 육체와 본능이 뒤엉켜 쾌감과 욕망으로 와전되었고, 이제는 온전하고도 더 깊이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요. 수많은 글을 썼지만, 이런 글을 내가 쓰고 있다는 게 웃겨요. 낯설고.
당신의 가장 낮은 아래서 당신을 올려다보고 싶어요. 깊게 빨아들이느라 놓쳐질 당신의 얼굴을 세세하게 기억하고 싶어요.
이제는 당신의 얼굴이 흐릿하거든요...
당신을 보러 가고 싶어요.
오늘도 여전히 나는 목이 몹시도 말라요.
당신만이 나의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이미 사랑을 해본 당신은 알고 계실 테지만, 사랑은 가혹해요.  추억이란 흔적을 남기고서 내 모든 걸 앗아가 버리죠... 그러니 당신은 어느 누구와도 사랑하지 말아요.
절대 하지 마요, 사랑.
만약에 굳이 사랑하고 싶어지면 날 사랑해요.
내가 인심 써서 받아줄게요 ^^
절대 다른 사람 사랑하지 마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