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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27 너의 말이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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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_ 당신이 떠오르면 안 되는 장소에서 당신이 내게 해준 말이 떠올랐어요. 매번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당신과의 시간은 언제나 짧아서 그 순간을 상자에 넣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지 못하도록 영원히 가둬두고 싶어요. 당신의 모든 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합니다. 당신에 대해 모조리 알고 싶어요.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요.

"특수부대 나왔어요. 영화 JSA 보셨어요? 거기 나오는..."

당신의 대답에 용수철처럼 내뱉고 싶은 말을 겨우_ 정말 겨우_ 온 힘을 다해 참아내야만 했어요.
이렇게 매사에 연륜 있고 성숙한 당신이, 강아지처럼 보드랍고 순한 당신이 특수부대 나왔다니요..?
반칙 아닌가요.... 당신, 너무 멋있잖아요.
당신은 나를 설레게 하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어떠한 짓을 해도, 무슨 짓을 해도 밉지가 않은. 왜, 사람 좋아하면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말 있잖아요. 지금 내가 딱 당신에게  그래요.
당신을 내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유치한 거겠지요? 그렇지만 나는 또 유치한 걸 끔찍이도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좋아해요. 사랑하고 있어요.
아마 이 내 고백은 오랫동안 계속될 거 같아요..
내가 당신을 보러 가면 확답을 받아놔야겠어요. 훗날 타임머신이 만들어져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요,  나와 만나기로요. 꼭 약속해 주세요. 난 꼭 당신을 만나 사랑할 거예요.
당신과 결혼해서 당신 닮은 예쁜 아이를 낳아 품에 안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요. 지금은 비록 내가 수천 번 꿈꾼 한 편의 아름다운 시나리오지만 어쩌겠어요..
당신에게 가는 길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깐요. 내게는 별다른 길이 없는걸요.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예상했지만요,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거 같아요. 최선을 다해 피하고 싶었으니깐요.... 나에게 당신이 운명이듯이, 당신에게도 내가 운명이었으면 했으니깐요.
당신의 손을 잡고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당신과 영원을 약속하고 싶었어요.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 당신은 결코 모를 겁니다.
과거에 당신을 만난다면, 절대 특수부대는 못 가게 할 거예요. 당신과 멀리 떨어지는 것도 싫고, 그렇게 위험한 곳에 당신을 보낸다는 건 더 싫으니깐. 당신이 군대를 갈 때쯤엔 나는 중학생이겠죠? 내가 못 가게 하면 당신이 안 갈까요? 갓 어른이 된 당신 눈에 여중생인 나는 얼마나 어리게만 보일까요... 젠장. 빌어먹을. 썅!!!!!  왜 그렇게 혼자 나이를 많이 먹었어요.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울고 불고 매달리면 착한 당신은 안 가겠죠? 하.... 과거로 돌아가도 순탄치만은 않겠어요. 사랑하기에 말이죠... 잘 안 풀리면 아빠한테 말해서 당신을 납치라도 해달라고 해야겠어요;; 데릴사위 어때요. 괜찮지 않나요? 휴~ 당신과 사랑하기 진짜 힘드네요...
과거가 바뀌어 내 옆에 당신이 있다면, 절대 전동킥보드는 못 타게 할 거예요. 당신이 다쳤다는 말을 듣는데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줄 알았어요.  얼마나 아팠는지 묻고 싶었는데 묻지 못해 속상했어요. 물었다가는 분명 사랑임을 들통 나 버린 것이 분명하니깐요. 당신이 술 마시러 가면 맨날 쫓아다닐 거예요. 누가 당신을 낚아채갈지도 모르니깐 항상 따라다녀야겠어요. 뭐..  만약 아이가 있으면 막내는 포대기로 업고, 다른 아이는  손 잡고 가면 되죠. 나 엄청 힘세거든요~
아무튼 지금 당신은 늙으셨으니, 술을 마시든, 마시지 않든 그냥 전동킥보드는 타지 말아요. 내가 대리기사 할게요. 운전 하나는 기똥차게 잘하거든요.

아주 곤란해요...
당신을 절대 떠올려서는 안 되는 장소였거든요. 그런데 그곳에서 히죽히죽 웃어대는 나를 보고 진짜 곤란했어요. 사랑에는 도무지 내성이 생기지 않는 모양이에요. 요즘 나의 재미난 상상은... '내가 만약 어린 당신을 만났더라면....' 이 주제인데요. 가정부터 애초에 쓸데없는 시간 낭비였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매일 하는 그 상상은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었다가 상상이 끝난 후엔 찾아오는 외로움과 슬픔은 나를 무너지게 만들어요.

조금 전, 약을 먹다 불현듯 떠올랐어요.
당신이 보는 앞에서 알약을 하나씩 먹었던 내 모습을요.
얼마나 나를 한심하게 봤을까요. 이 나이 먹도록 알약 하나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나를, 당신은 어떤 눈으로 나를 보았을까요. 저번에는 결국 알약을 삼키지 못해 휴지에 뱉는 모습까지 보았지요? 젠장, 썅.
나는 당신을 알면 알수록 더 깊이 사랑하게 되는데, 당신은 나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내가 싫어지게 되는 듯하여 몹시도 서글프고 아립니다.
약기운이 온몸 퍼지네요. 오늘은 일찍 자야겠어요. 잘 자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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