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향보다는 살냄새가 좋아
코끝에 맴도는 당신의 향기와 몇 마디 주고받은 대화가 나의 일상 전부가 되어 나를 어지럽혀요. 왜인지 모르겠지만, 당신을 아주 오래 좋아할 것 같은 기분에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당신에게 미안하기도 해요.
사실은요, 사랑을 하고 싶어 손꼽아 기다렸지만, 이런 식으로 슬픈 사랑을 원한 건 아녔기에 나 역시 당황스러워요. 온종일 당신으로 휘몰아치는 감정들로 퍽 위태롭거든요. 사무실에서 소설 결말에 대해 방향성 잡다가 화가 치밀어 올라 결국엔 울어버렸어요. 내가 하는 사랑이 서툰 사랑이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서툰 사랑이라고 해요. 알아요, 처음이라 서툴긴 할 거란 말이에요. 그렇지만 내 사랑은 결코 서툴지 않아요. 성숙한 사랑이라 표현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서툰 사랑 또한 아니란 말이에요! 꽤 정확하고, 아주 확실하게 당신에 대한 사랑이 틀림없는데, 왜 서툴다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 보니깐요, 그냥 울고 싶었는데 출판사님이 툭하고 건드린 내가 와르르 무너져버렸던 거 같아요. 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자꾸만 흔들리는 마음을 잡기가 몹시나 어려워요..
당신은.. 잘 지내고 있어요? 아픈 데는 없고요? 아침마다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평일에는 술 안 마신다는 다짐도 잘 지키고 계셔요? 또 반팔 입고 여기저기 막 쏘다니는 거 아니죠? 젊지 않고 늙으셨으니... 옷맵시를 단디 동여매고 다니세요.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요. 늙으면 잘 낫지도 않더라고요.
당신에게 하고픈 말이, 당신에 대해 궁금한 말들이 몽글몽글 구름처럼 여기저기 내 마음을 들쑤셔요. 그러다 꽉 찬 거품처럼 내 안에 잔뜩 차버려 옴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어요.
풉, 사랑을 쓰다 보면 어느새 당신에 대한 고백이 되어버려요, 매번. 아..... 당신이 무척 보고 싶어요.
나요, 당신을 오래오래 보고 싶어요. 그래도 될까요..
이번에 용기가 생겨서 당신을 보러 가게 되면 그때, 물어보려고요. 계속 보러 가도 되냐고요...
안된다고, 싫다고 해도 공적인 핑계로 보러 갈 거예요. 그런데 왜 물어보냐고요? 나는 단지 당신의 입으로 보러 와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을 뿐이에요. 그뿐이에요.
당신이 내게 해주었던 이야기들을 매일 반복해서 되뇌고 있어요. 혹여나 당신이 들려주었던 이야기 속에 당신의 마음이 담겨있지 않을까 하고 설레기도 하고, 당신을 좀 더 일찍 만났으면... 어땠을까 하고요.
아참, 초등학생이 매일 같이 찾아가면 결혼해야 될 운명이라는 말, 기억하세요? 꼭 기억하세요. 내키지 않겠지만 그래도 내게 와요. 밑져야 본전이라고 내게 오면 손해 가는 일 없도록 할게요. 그러니 내게 와줘요. 우리 약속했잖아요, 그렇죠? 그렇다고 칩시다.
내게 꼭 와주세요.
내 발걸음이 이제는 우산을 핑계로 갔던 길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향해야 하는데 왜 아직 내 발길은 오직 당신에게로만 향하는 걸까요. 나는 당신을 매일 보고 싶어 합니다. 더불어 당신에게 가는 상상도 매일 해요. 하지만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죠.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당신에 대한 감정에 수없이 지고 말아요. 이제는 이길 법도 한데 말이죠.
이기는 날이 오긴 할까요.
내가 오라고 하면 내게 오실 겁니까.
내가 다 버리고 오라고 하면 오실 겁니까.
못 오죠? 너무 뻔한 대답이죠? 알아요. 날 좋아한다 해도 어려운 건데, 나 좋아하지도 않는 당신에게 내게 오라니.. 말도 안 되죠. 풉, 내가 이토록 뻔뻔하지 않았습니다만? 이렇게 낯짝이 두껍게 변해버렸어요.
당신이 못 오면..... 내가 당신한테 갈까요.
내가 당신에게 가면 받아줄래요?
그런데요, 내가 당신에게 가는 길도 쉽지 않겠어요. 당신에게 가고 싶지 않다는 말이 아녜요.
내가 욕심이 많아 가진 걸 버릴 수 없다는 말 또한 아녜요. 물질적인 것은 얼마든지 다 버릴 수 있어요. 망설이지 않고, 죄다 버릴 수 있어요. 그렇지만 내게는 버릴 수 없는, 버려질 수 없는, 결코 그럴 수 없는....
모질지 못한 내가 퍽이나 서글퍼집니다.
결국, 나와 당신이 함께 하는 시간은 이번생에 결코 없을 것이 분명해졌어요. 오도 가도 못하는 내 처지가 소설의 결말 밖에는 어떠한 방법이 없네요.
당신에게 가는 길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고 싶었습니다.
이 문장은요, 당신에 대한 사랑을 내가 나에게 허락할 때 썼던 문장이었어요. 이미 답이 정해져 있어 당신에게 향하는 사랑이 쉽게 지쳐버릴 줄 알았거든요. 아니, 내게는 불 보듯 뻔한 가시밭길로 방향을 틀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었어요. 그런데 평생 가슴에 주홍글씨처럼 꼬리표를 달고 다닐지라도,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당신과 함께라면 그 길은 사랑이라고 달콤한 상상을 했었어요. 우습게도 착각이고, 오만이었어요. 나는 당신에게 간절히, 너무도 간절하게 가고 싶었지만, 내게는 그 어떠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가고 싶다고요, 당신한테. 갈 수도 없는 몸인데 너무 가고 싶다고요... 가도 반겨주지 않을 건데도 가고 싶다고요.
이래서 여주가 몸을 달빛 별빛 속으로 몸을 내던지나 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그래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얼마나 힘들었을지 공감이 가요. 결단코 여주의 선택이 잘한 일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무책임하고 대책 없는 행동에 언짢기 그지없지만요, 그럼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도 분명해요. 오죽하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이 홀가분해 보이겠어요... 사랑할 수도, 그렇다고 사랑하지도 못하는 마음을 오죽하겠어요. 오죽했겠어요. 비극적인 선택이 모두의 안위와 안녕 그리고 마음의 짐을 벗어버릴 수 있었겠죠. 나는요, 여주가 너무 이해가 돼요. 여주의 마지막은 새드엔딩이 아닐 거예요. 남주를 사랑할 수 있음에 행복했을 거예요, 분명. 거기다 비까지 내렸잖아요. 누워서 본 하늘이 얼마나 예쁠지 궁금해요. 가을의 선선한 날씨에 구름 낀 달빛과 별빛은 은은하게 여주를 비추고 거기다 조용히 내려앉은 비는 더할 나위 없이 남주를 사랑하기에 충분했으리라 생각해요.
역시, 나는 새드엔딩 전문인가 봅니다. 더 슬프게, 더 애잔하게 글로 표현해야 하는 내가 원망스러워요. 소설이 책으로 나와도 당신에게는 알려주지 않을래요.
슬픈 건 내가 다 가져갈 테니, 당신은 행복한 것만 하세요. 당신이 제발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매일매일.
행복한 당신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게 항상 행복하세요.
내게 틈을 보이지 마세요. 머리 들이밀고 비집고 들어가면 큰일이잖아요. 그러니 꼭 행복하세요.
지금은 당신에게 머리 들이밀고 품에 안겨 울고 싶어요.
내가 우는 건, 여주가 안쓰러워서 우는 거예요. 다른 의미는 없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저 내가 만든 여자주인공이 너무 불쌍해서 우는 거뿐이니깐.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당신에게만 향하는 마음을 어떻게든 회수해 볼게요. 그러니 기다려요.
당신이 보기에는 내가 무모해 보이고, 막무가내로 보이겠지만, 그렇다면 내쪽에서는 성공한 거예요. 이건 알고 계셔야 해요. 쫄보 중에 쫄보라 못하는 게 투성이지만요, 그런 내가 당신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당신에게 갔다는 건 분명, 헷갈리지 않는 정확한 사랑이었어요. 단 한 번도 당신을 보러 가는 길이 쉽지 않았어요. 공적이든 사적이든, 단 한 번도 내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러니 걱정 말라고요. 무해한 사랑만 할 테니깐요......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자고 있을 당신 옆에 가서 당신을 쓰다듬고 싶어요.
당신이 보드라운 살결이 내 손에 닿으면, 슬펐던 기분들은 사랑으로 금세 채워질 텐데....
잘 자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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