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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23 궁금해요



#몹시도 궁금합니다

왜 그랬나요. 왜 그러셨어요?
당신은 사랑도 아니면서 왜 내게 머무는 건데요. 왜 내게 다정하게 굴고 살갑게 대하는 건데요. 사랑도 아니면서... 왜 내게 웃음을 막 흘리고 다니세요...?
왜 내 목도리 둘러주는 건데요.
아니면서, 아니라면서요. 아니랬잖아요. 사랑이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말해놓고선, 왜 그러세요. 이런 식이면 곤란해요. 아닌 거 뻔히 아는데 자꾸 내심 기대하게 만들잖아요. 헷갈려요. 헷갈린단 말이에요. 덜컥 당신이 좋다고 고백이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왜, 왜 그러셨어요.
짝사랑으로도 벅찼던 내게 왜 그러셨어요.
왜 자꾸 당신을 욕심나게 만들어요. 내가 말했지요, 당신은 내게 호기심으로라도 날 건들지 말라고요. 그런데 왜 그러셨어요. 당신의 저의가 뭐예요...?
왜 당신의 온기와 손길을 알아버리게 한건가요.
왜 내게 자꾸만 잘해주는 건데요. 설마 당신 눈에는 내가  턱없이 불쌍해 보이나요?

사실은요, 나 다 알아요, 당신이 내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알아요, 당신은 내게 사랑이 아니라 동정과 연민 그 사이쯤이라는 것도요.
알아요, 당신이 여리고 착해서 내게 상처될 것이 분명하기에 잘해주는 것이라는 것도 다 알아요.
알아요,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다는 것을요.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어요. 알아요, 정말 다 알아요.
알아요, 당신은 그저 당신을 사랑하는 내 모습을 재미있어하는 방청객일 뿐이라는 것도요.
알아요, 당신에게 나는 오뚝이처럼 데구르르 데구르르 구르면서 다시 당신의 옆에 있을 장난감이라는 것도요.
알아요, 당신에겐 이미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요.
알아요, 당신은 내게 결코 오지 않을 것을요.
안다고요, 전부. 나도 전부 알고 있다고요.
그냥, 단지, 모르는 척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뿐이에요.
분명히 아는데도 쉽지가 않은 걸요....

틈만 나면 당신 생각을 해요.
얼마 전에는요, 회사 식구들과 카페에 가서 케이크를 주문했어요. 한입 베어 물었는데, 참 기분 좋게 달더라고요. 숨 쉬는 매 순간순간이 이렇게 달면 좋겠다고 생각될 만큼 달았어요. 그러면서 당신이 내 옆에 있으면 얼마나 달까 하는 생각 하나가 몹시도 간절해져 나를 슬프게 만들었어요.
그리고요, 고객과 함께 있다가 당신이 타는 차종이 옆을 스쳐 지나가면요,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가슴이 막 빨리 뛰어요. 당장 어디론가 숨어야 할 거 같고, 오해하실까 봐 걱정되고... 나는 왜 이렇게 당신에게만 한없이 약해지는지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은 하나였어요. 사랑.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결국, 당신과 나는 이렇게 지독하게 얽히고 말았어요.
결국, 겁도 많은 내가 겁 없이 당신을 사랑해 버렸어요.
계산적인 내가, 대가 없이 당신을 사랑해 버렸어요.
미련한 내가, 미련 없이 당신을 사랑해 버렸어요.



별빛이 내린 밤하늘 아래, 당신의 눈빛 속에 빠져들고 싶어요.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되면 좋겠어요. 당신에게 함부로 내 사랑을 고백해버리고 싶어요.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죽고 싶은 이유가 당신이 되어버릴까 봐, 이 소설의 결말처럼 될까 봐 진짜 그럴까 봐 무서워요.

당신에게 가는 길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가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가고 싶어요.
당신이 그런 날 좀, 사랑해 주면 안 될까요. 이대로 마음을 접기에는 너무나 억울하고 분할 듯해서 자꾸만 미련이 남습니다. 그러니 날 사랑해 줘요.
길게 사랑해 달라 조르지 않을게요. 약속할게요.
도저히 사랑이 안 되겠다면, 그렇다면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줘요. 당신에게 사랑받는 기분은 얼마나 벅차고 행복할까요. 내 전부를 당신에게 주고서라도 당신의 사랑을 받고 싶어요.
당신이 날 사랑했던, 그 기억으로 살아갈 날이 죽고 싶은 이유가 되지 않도록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