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고지에 '사랑'을 쓰자니 너무 당연하게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사랑, 발음부터 사랑인 것을. '사랑' 두 글자를 꾹꾹 눌러 담아 한 획으로 쓰고, 읽힙니다. 쉬이 써지는 두 글자 앞에 당신이 들어가면 쉽사리 원고지에 써지지 않습니다. 써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쓰는 것이겠지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너무 쓰고 싶은 문장입니다.
직접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요,
달려가서 말해버리고 싶기도 해요.
그뿐이게요?
당장 당신에게 울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왜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니냐고 따지고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나도 알아요.
같은 마음이라 한들, 같은 마음이 아니라고 한들 뭣하나 바뀔 것은 없겠지요.
왜 난 당신을 덜컥 겁도 없이 사랑해 버린 걸까요.
왜 어리석은 일을 저질러 버린 걸까요.
당신께 닿고 싶어 요동치는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우린 앞으로 멀어질 일만 남았습니다. 이렇게나마 볼 수 있는 날은 앞으로 점점 간격이 벌어져 당신은 당신의 안전지대로 돌아가야 하겠지요.
저요, 내가 당신의 안전지대였으면 해요. 당신이 돌아갈 안전지대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였으면 좋겠다고요.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아무것도요.
도무지 방법이 없어요. 그래서 당신을 버리려고요.
버릴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버려야 내가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실은, 사실은 버리고 싶지가 않아요 ㅠㅠ 잘 안 살아도 되니깐 당신을 끌어안고 살고 싶어요ㅜ 아무도 모르게, 아무한테도 티 내지 않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요. 하지 말아야 할 사랑을 한 대가로, 혼자 몰래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내 남은 날이 지옥에서 사는 꼴이겠죠?
그렇지만 당장 당신을 보러 가지 않는 건 지금이 바로 지옥일 테죠... 저 어쩌면 좋을까요.
그래도 당신에 대한 본질의 사랑은 변함없습니다.
살다가 내가 필요한 만큼 나를 꺼내 이용하세요. 힘들거나 지칠 때 맑고 명랑한 모습으로 당신의 기억 속에 살 수 있게 많이 웃을게요. 나보다 많이 사셨지만, 인생의 조언이 필요할 때면 머리 맞대고 함께 고민할 수 있게 지혜로운 여자가 되어 당신의 기억 속에 살고 있을게요. 기대어 울 곳이 필요하면 마음껏 쏟아내고 내 품에 곤히 잠들 수 있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러니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준비하세요. 항상 뒤에서 응원하고 사랑하겠습니다. 내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 날 찾을 수 있도록 늘 옆에 있을게요.
아무런 부담 없이 날 이용하세요.
그럼에도 내가 신경 쓰인다면, 그때가 되면, 그때가 오지 않겠지만, 그때가 오면, 우리 그냥 못다 한 사랑 열렬히 사랑하기로 해요. 만약에 말이에요, 만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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