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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86 확실한 사랑이다


누가 사랑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한, 사랑은 결코 온전히 아름다울 수 없다. 내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그렇지만 나는 내 사랑의 끝을 아름답게 끝마치려 한다.
그를 보고 돌아서니 이미 산더미처럼 불어난 그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분명 가기 전에, 당신을 좋아하지 말아야지, 꼭, 그래야지, 하는 다짐은 죄다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분명한 건, 그래서는 안되었다. 그와 내가 '우리'가 될 수 없단 판단이 진즉에 들었을 때 관뒀어야 했던 게 맞았다. 빌어먹을. 썅.

당신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 맞을까. 사랑이 아니라 갖지 못한 상황에서 느끼는 강한 승부욕이나 소유욕이 아닐까. 그렇게 되면 나와 그에게도 상처일 텐데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강한 아빠 밑에서 "노력해서 안 되는 일이 결코 없으며, 세상에 돈으로 못 가질 건 없다", "강해야 한다"와 같은 맥락으로 나름 꽤 강하게 살아왔다. 살면서 갖고 싶었던 걸 갖지 못한 일은 단 한 번도 기억에 없다. 삐삐든, 최신 휴대전화든, 286•386• 486 컴퓨터든, 악기든, 한정판이든, 뭐든 갖고 싶다는 건 죄다 가졌었다. 딸바보 아빠의 무한 사랑으로 그저 아쉬움 없이 살았었다. 가져보지 못한 경험이 전에는 전혀 없이 말이다. 지금 내가 그의 마음을 갖지 못해 생기는 강한 승부욕이 아닐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나, 그를 보고 나서 승부욕이나 소유욕은 아니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단지 난 당신과 있는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느리게 흘렀으면 할 뿐이었다. 그와 나, 단둘이서 알 수 있는 대화 내용과 내가 본 그의 모습. 결코 해피엔딩이 될 수 없지만, 지금을 잊지 않고서 오래 간직하기를 바라는 게 전부인 내 마음을 보고 사랑임을 확신했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대체 무엇이겠어요...


있죠. 난 당신 생각을 무지무지 무진장 많이 해요.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이야기하고 싶고, 같이 손 잡고 싶고, 안고 싶어요. 내가 가는 길목마다 당신이 따라오고, 언제 어디서든 무언가를 하든 간에 온통 당신밖에 떠오르지 않아 안 그래도 실수투성인데 더 산만해졌어요.
당신을 좀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게 아쉬워요. 아주 오래전에 만났더라면 당신의 어린 시절부터 봐왔을 텐데. 내가 알지 못한 당신의 삶이 궁금하고, 당신이 힘들 때마다 같이 할 수 없었기에 조금은 서글퍼요. 게다가 이건 조금 쪼잔해 보이고 유치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당신의 손을 잡아왔을 인물들을 내가 모두 물리치고 싶어요...
더불어 문득, 앞으로 당신의 미래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를 상상하면 몹시도 아픕니다.
나는 당신을 귀하게 여기고 있어요. 남들보다 많이 아끼는 마음입니다. 이걸 사랑이라고 봐도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