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엘리베이터 앞은 마치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갑고, 반지점프 직전처럼 두렵고, 무섭다. 그 앞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꿈쩍도 않는 엘리베이터에 결국, 무거운 장화를 신고 계단을 오른다.
'이런 꼴로 가긴 싫지만, 오늘 안 보면 또 언제 볼지.....'
계단을 오를수록 담배꽁초들과 쓰레기들이 관리되지 않고 여기저기 널브러져 괴롭지만, 곧 만날 그를 생각하며 계단을 오르는 있는 모습이 비장하고 비장하다. 아직은 결벽증이 치료되기 전이므로...
마스크를 하고 있지만, 말갛고 다정한 그의 기분 좋은 목소리에 더러운 계단을 참고 올라온 긴장을 보상이라도 받 듯 풀리고 만다. 그의 목소리만으로 긴장을 풀게 할 만큼 내 두 귀는 그의 목소리에 길들여져 있었다.
"하고 싶어"
한결같이 매끈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모든 감각들을 일깨운다. 그의 손길이 스쳐 지나가는 곳마다 물결처럼 소름이 돋아났다. 덩달아 가슴이 부풀어 오르고 엉덩이가 들썩였다. 용기만 있다면 그의 손가락을 더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다. 이제 그의 손은 다리 사이를 어루만졌다. 솜털이 일제히 고개를 들었고, 짜릿함에 어지럽기 시작했다. 새어 나오는 소리를 입을 막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길고 부드러운 손가락은 예민한 피부에 도착했고, 어루만지고 간질이며 계속 머물렀다.
조심스러운 그의 손끝에 그동안 그를 보지 않아 서운했던 마음 한 자락이 스르르 녹아내린다. 그 손길이 마치 밤하늘의 별빛처럼 아련하게 나를 감싸 안으며 내 속에 스며들어 슬픈 사랑을 부드럽게 위로해 주었다. 그의 손길에 닿으면 내 사랑의 모든 두려움은 희미해지고 그 따스함 속에서 내 마음은 밝아진다. 그의 품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안식을 찾으며 잔잔한 물결처럼 평온해진다.
다부진 상의 속으로 손 넣기 쉽게 옷맵시를 고쳐주는 그의 배려에 웃음이 났다. 내내 잘생기고 멋있었는데 손길에 따라 움찔 거리는 그가 갑자기 무척이나 귀여웠다. 바지 위로 단단해진 단단함은 충분히 뜨거웠고 단단했다. 서둘러 맨살의 단단함을 만지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차린 듯 단단함을 손에 쥘 수 있게 해 주었다. 맨손으로 단단함을 닿았을 때 그와 나는 동시에 낮은 호흡을 내뱉었다. 그의 몸 중에 가장 따뜻한 곳. 부드러웠지만 단단했다. 그도 이미 충분히 미끌거렸고, 미끌거리는 단단함을 붙잡아 움직였다. 그리고 이끌리듯 입으로 가져갔다. 처음엔 그의 단단함을 입으로 가져가기까지 민망했다. 그러나 왜인지 그에게는 이런 내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에 대한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의 단단함을 내 혀끝으로 온 순간부터는 나의 본능이 먼저 움직였다. 욕망의 불꽃이 지금 나를 표현하는 말인 듯싶었다. 입안 가득 단단함을 머금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앙다문 입술과 질끈 감겨 있는 눈.
"넣고 싶어"
이제 더 이상 도리도리나 '여기선 안돼'라는 거절을 하지 않는다. 아래로 내려가는 그의 행동에 마른침을 삼켰다. 탄탄한 가슴과 어깨, 단단한 허벅지, 건장한 체격에 더 단단한 그의 단단함은 두 다리 사이로 중심을 그대로 꿰뚫었다.
얕은 그의 신음까지 더해 미칠 것 같이 좋았다.
구름 위로 걷는 듯 그의 손길에 몽롱해진 나를 전혀 다른 자극의 극치에 달하게 했다. 그의 몸이 내 몸 안에 있는 이 상태가 좋았다. 무슨 짓을 해도 가질 수 없는 그를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 것임이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를 갖고 싶다.
"아파?"
"아니, 좋아"
가슴으로 향해오는 얼굴에서 그의 목이 보인다. 그 목을 끌어안고 싶었다. 그의 살냄새를 맡고 싶었다. 그의 목을 끌어안고 울고 싶었다. 안기고 싶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땐 그랬었다.
부드러운 혀끝에서 춤을 추던 나는 또 다른 쾌감을 느꼈다. 곧 내 입속으로 들어온 그의 혀는 달달하고 부드럽다. 내게서 나가는 그의 혀를 붙잡고 만다.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나에게서 빠져나간 단단함을 손에 쥐고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나의 향과 그의 체향이 콧속으로 밀려왔다. 기분 좋은 향이었다. 좀 더 아래로 내려가 입속에 넣었다. 그의 감긴 눈과 앙다문 입술은 날 더 더한 늪으로 빠져들이게 충분했다. 다시 다리 사이로 내려간 그.
'뒤로 해주세요'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내뱉어질 뻔했다.
왜 그 앞에선 이렇게 솔직해지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한 번도 뱉지 못한 말을 짝사랑하는 그에게 내뱉을 뻔했다는 사실에 눈앞이 깜깜하고 아찔하다.
뼈가 으스러지도록 완벽하게 하나가 되고 싶었다. 그뿐이었다. 나는 결코 그의 여자가 될 수 없다. 이 시간만큼은 욕심내어도 괜찮다 싶었던 걸까.
"너무 야한거 같아요"
야하고 야했지만, 그렇게 내 몸도 그에게 길들여지고 있었다.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를 끊어낼 수 있을까. 그의 한가닥 삐쭉 나온 파마머리가 미워 보이는 날이 오긴 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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