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에 갇혔던 내 사랑이 서서히 녹아가고 있다.
평생 그 얼음은 녹을 일 없을 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이번 생은 틀렸다고 말이다. 사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막 엄청 성격에 문제 있거나 하는 사랑의 기피 대상은 아니다. 분명히. 다만, 겁이 많고, 불안도 높고, 결벽증이 심해 스킨십을 할 수 없다는 정도?
각종 뉴스 속에서 나오는 사건 사고들에 내가 대상 일 수도 있겠다, 내가 피해자가 되면 어쩌지? 앞으로 결혼도 해야 하고 좁은 지방에서 살아야 하는데 괜찮을까? 난 나 하나 지킬 힘도 없는데.. 등등 같은 불안들이 연애를 시작하려는 내 발목을 잡는 것도 있다. 더군다나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나는 그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남자는 많았다. 날 좋다던 사람도 분명 있었고, 결혼 적령기가 되어 맞선도 2년 동안 매주 보았다. 사랑을 안 해보고 싶었던 건 결코 아니었지만, 그럴 상대가 마땅히 없었다. 나는 강한 사람이 싫었거든. 군인이셨던 아빠는 딸을 무척 사랑하는 딸바보가 분명 맞으시지만, 험한 세상으로부터 나약한 날 지켜주시는 데에 온 힘을 쓰셨다. 그 속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부드럽고 다정한 사람이길 바랐다. 아빠가 다정하지 않다는 소리가 아니다. 다정하셨지만 목표가 정해지면 불도저 같은 면이 있으신 그런 강한 분이시다. 여전히 날 공주라고 부르실 만큼 다정한 딸바보. 그러나 아빠는 체면이 매우 중요한 분이셨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쇼핑하러 백화점에 갔을 때였다. 그땐 밖에서도 날 "공주"라고 부르셨었는데, 백화점에서 아빠 직장동료를 만났고 그 후론 밖에선 두 번 다신 공주라고 부르지 않으셨다. 대부분 딸들은 아빠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절대 아빠랑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해서 많이 속상했다고 하셨다. 강한 자들 속에서 나는 부드러운 상대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은 만났다. 얼마나 과거로 돌아가야 그와 만날 수 있으려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만날 일이 결코 없었을 것이다. 그와 나는 평행선이다. 평행선은 만나지 않는다고 배웠다. 사랑하고 있지만, 바라보고 있지만, 다가갈 수 없는, 만나는 접전이 결코 없는 평행선. 제일 현실성 있는 건, 맞선에서 그를 만나는 것이다. 만약 맞선자리에서 만났더라면 나는 그에게 첫눈에 반하고 사랑에 빠졌을 것이 분명하다. 나이가 많아 맞선으로 추천 안 했으려나? 아니다. 내 기억으론 10살 많은 남자도 맞선으로 만났었다. 직업이 괜찮았고, 돈이 많았었지.... 그래, 우리 집이 돈이 없는 집은 아니지만, 팔려가는 느낌으로 나간 선자리였다. 열 살이 많아도 열두 살이 많아도 나는 그를 붙잡았을 것이다. 엄마 연세? 보다 어리면 되지 뭐...
여하튼 얼음에 갇혀있던 내 사랑이 녹고 있으니 내 사랑도 같이 녹아 없어졌으면 좋겠다.
내 사랑은 매번 만남의 흥분과 헤어짐의 아픔을 동반하지만, 사랑의 기억은 애틋함과 그리움만 남아 순간순간을 애절하게만 한다.
###
살다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떨릴 때가 있다. 대게는 2가지 경우다. 하나는 설레고 떨리고 기대되어서 이고, 다른 하나는 초조함과 불안함, 긴장으로 인해서 이다. 전자든 후자든 적당한 두근거림은 활력이 되지만, 지나치면 부작용이 따른다. 내 마음속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매우 거슬리는 건 전자의 이유일까 후자의 이유일까. 그를 만나기 전에도 이 정도로 쿵쿵 거림이 있었는지 도통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면 불안이 심해진건가?
이렇게 그를 떠올리며 글을 쓰는 순간에도 쿵쿵 거리는 소리가 귀까지 울려 쓴 글을 몇 번을 읽고 발행하는지 모른다. 지금 쿵쿵거림은 설렘과 떨림의 쿵쿵이다. 그가 몹시 보고 싶거든... ㅠ 요즘 부쩍 더 눈물이 많아진 듯싶다. 나이가 들면 여성은 테스토스테론의 남성 호르몬이, 남성은 에스트로겐의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한다고 한다. 자연의 이치랬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데 언제쯤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증가할까. 그만 울고 싶다. 졸지에 사무실에서 가을 타는 여자로 탈바꿈되었고, 집에선 다시 돌아온 울보가 되었다. 왜 우는지, 왜 울고 싶은지 정확한 이유는 없다. 그냥 속 시원하게 울어버리고 싶다. 내게 남아있는 감정을 눈물로 내 몸에서 내보내고 싶은 걸까.
사실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지금 그가 너무 보고 싶다는 것과 사무치게 그립다는 것. 그래서 슬프다는 것이다.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리고 달려서 그를 보러 가야겠다. 시간 날 때 틈틈이 그를 봐둘래. 그럴래.
그러고 싶으니깐.
'감성 글쟁이 > 엽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편소설)#1-154 경로를 이탈하셨습니다 (5) | 2024.11.13 |
---|---|
엽편소설)#1-153 남겨진 것들 (2) | 2024.11.12 |
엽편소설)#1-151 태도는 배려를 넘어 (0) | 2024.11.11 |
엽편소설)#1-150 길들여지다 (0) | 2024.11.10 |
엽편소설)#1-149 회춘: 다시 젊어짐 (6) | 2024.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