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오랜만에 나에게 꽃을 선물했다.
지나가는 길에 어여쁜 연분홍 꽃에 시선을 빼앗겼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나는 결국 꽃을 내 품 안에 데려오고 말았다.
나의 그는 꽃과 같다.
어른 남자의 아름다움이 나를 지배하고, 진한 향기가 나를 매료시키는 그는 '꽃'이다. 그렇지만 그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소중하다. 그는 내게 피었다 시들어 버리는 꽃과 비슷하다. 잠깐 아름다움을 가지고 나에게 왔다가 이내 가버리는 꽃이다. 내 품에 안겨 있는 꽃의 운명은 내게 올 때부터 정해져 있는 것처럼, 그도 피어오른 아름다움에 웃고, 그가 시들어 찾아오는 이별에 운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는 처량한 내 모습. 누가 보면 지정신 아닌 줄 알 거야. 분명.
그러나, 그렇게 보여도 난 상관없다. 그가 오랫동안 내 옆에 있어준다면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아도 아무 상관없다.
꽃의 진한 향기는 점점 바람을 타고 사라지기 시작했고, 시들어 버린 꽃은 땅에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겠지.
그렇게 되면 단 하나도 내게는 흔적이 남지 않겠지. 아무런 자국도 남지 않은 채 그렇게 사라지겠지.
지금 나는 장미를 맨 손으로 잡는 행위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다. 꽉 쥐고 있는 손 틈 사이로 피를 흘리는 것처럼 따갑고 아프지만, 결코 쉬이 놓고 싶지가 않다.
놓을 수가 없다. 놓아지지 않는다. 그러고 싶지 않다.
차라리 장미 가시가 내 손에 박혔으면 한다. 그 박힌 가시가 날 아프게 할 동안만큼은 그가 내게 머물고 있으니까.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금요일 강연 준비를 해야 하는데 자꾸만 자꾸만 삼천포로 빠지고 있다. 그가 나에게 잘 지냈냐 잘 잤냐 둥 안부를 묻거든 나의 포학한 성격이 나올지 모르니 미리 꽁꽁 숨겨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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