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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44 깊이 알면 다쳐



  내가 느끼는 이 사랑의 감정을 대체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글로 내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긴 할까 싶기도 하다.
어쩔 땐 그가 이런 내 마음을 글이라도 봐줬으면, 알아줬으면 바라다가도, 또 어쩔 땐 너무 찌질하고 불쌍해 보여 안 봤으면 한다. 만약에 보면 뭐라 생각할까. 아마 거대 똥파리라고 생각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겠지? 당연하지. 상처받지 말자, 알고 있었으니까.
나도 개자식한테 그런 느낌이잖아? 나와 개자식 어쩌면 비슷한 상황이네. 아니, 아주 똑같은데?? 절절하게 나를 좋아하고 연락하고 찾아오는 개자식의 마음은 똥이고, 내가 하는 사랑은 로맨스다?? 나 완전 쓰레기네..... 알고 보면 개자식이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와는 방법이 다를 뿐. 나는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이 못된다. 개자식도 나에게 몇십 통 전화할 때, 내가 안 받을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하는 마음은 오죽할까. 사무실로 찾아와 나의 쌀쌀맞은 행동을 뻔히 알면서도 찾아오는 마음은 어떨까. 내가 그동안 그 사람한테 너무 모질게만 대했나? 어린 남자에 대한 색안경으로 그 사람을 똥취급했나...?
  아마 이런 내 마음을 어른 남자도 나에게서 느낄 것이다. 가끔은 그 개자식이 마냥 어리고 철없이 보인다. 마음을 받아달라는 투정 같이 말이다. 설마 그도 날 그렇게 보는 걸까? 그래서 내치지 않고 불쌍히 여기는 건가?
어른 남자는 날 내치치 못하지만, 나는 개자식에게 곁을 두는 법이 없다. 어른 남자는 착하고 나는 나쁜가? 응? 아닌데? 나도 나름 착한 면은 있는데? 역시 어른 남자는 바람둥이가 맞는 거 같아. 삼촌이 예전에 그랬다. 오는 여자 안막고, 가는 여자 안 막는다고. 그도 그런 비슷한 거겠지? 예전에 '삼촌은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었을 때 그 대답을 듣고 '이게 뭔가' 했는데 이제야 생각하니 바람둥이 같은 대답이었네.
"난 새로운 여자가 좋더라" 그게 조카한테 할 소리였니...  
  어른 남자에겐 을. 개자식에겐 갑. 진짜 나한테 너무 실망스러운데? 내 마음은 소중하고 남의 마음은 똥처럼 취급하는 나임에 말이다. 아니, 그러면 어른 남자는 성인군자야? 이게..  자꾸 생각에 생각에 꼬리를 물다 보면 끝이 없다 ㅋㅋㅋㅋ
사랑에 갑을 관계는 없지만, 짝사랑이 내 이번 소설의 키워드라는 밑밥을 깔고 생각해 보자. 어른 남자와 나는 같은 갑의 입장에 있다. 어른 남자는 나에게서 갑이고, 나는 개자식에서 갑이다. 같은 갑이지만, 분명하게 다른 게 하나 있다. 나는 을과는 손도 잡기 싫다는 거다. 그러나 어른남자는 을과 가능하다. 고로, 역시 어른 남자는 바람둥이가 맞다. 뭐 지금에 와서야 바람둥이가 맞든 맞지 않던 중요하진 않다. 이미 사랑해 버린 걸? 이미 사랑하고 있는 걸?
그가 바람둥이라고 대입을 하면 그에 대한 궁금증은 대부분 답이 나온다. 내 사주가 이성을 홀리는 사주가 아니라, 분명 그가 사람을 홀리는 사주를 갖고 있는 것이다.
내일 개자식과 공적으로 만난다. 어른 남자와 같이 성인군자처럼 될 순 없겠지만, 나도 그 사람에게 모질게 내치진 말아야겠다. 내가 어른 남자를 사랑하듯이 그 자식도 그냥 단지 날 좋아할 뿐이니 일부러 상처는 주지 말아야지. 나와 처지가 같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자식이 꽤 불쌍해 보이고 안쓰럽다 ㅠㅠ


이제 머리가 제법 묶인다. 곧 풀리긴 하지만 말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매일 마시는 맥주 덕에 2킬로가 쪘다. 머리카락이 길어진 대신 나는 살을 얻었다... 내일 아침에는 조금 더 일찍 나가 조금 더 달려야겠다. 아니, 근데 왜 나는 어제가 수요일이라고 생각했을까..  아직 그를 보러 갈려면 한참 기다려야 한다. 바보 멍청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잘 가는 시간이 갑자기 거북이처럼 흘러가는 건 내 기분 탓이지? 그렇지? 어른 남자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 암만... ㅠㅠ
보고 싶어. 보러 가고 싶어.
말해버리고 싶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나도 말해버리고 싶어!!!! ㅠㅠ 어르신 많이 좋아한다고!!!
아마 사랑 조금만 더 깊게 했다간 성격파탄자로 가는 길은  매우 쉬웠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