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벽증은 강박장애의 일종이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이다. 불안이 높은 나는 청결에 대한 집착과 위생에 대한 불안이 꽤 높은 편이다. 그래서 내가 모태솔로였기도 하다. 스킨십이 마냥 '타인의 오염을 나에게 묻힌다'는 생각에 연애할 엄두를 못 냈었기에. 지금도 결벽증이 완치되었거나 좋아지진 않았다. 대신 예전보다는 나아졌음을 몸소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여전히 주변에서는 그런 나를 유달스럽다, 너무 깔끔한 것도 병이다라는 소리를 하지만, 나는 내가 이 정도로 결벽증과 친해진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첫 남자와의 스킨십에도 예외는 없다. 손 잡는 거 외엔 나머지 스킨십이 썩 편치 않다. 첫 남자가 단순히 더럽다는 말이 아니다. 수많은 바이러스와 오염들이 묻어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미치면 첫 남자와의 스킨십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그걸 정확하게 아는 첫 남자는 나와의 스킨십 전에는 공들여 씻고 온다. 그런 나에게 어른 남자는 예외였다. 사실, 지금도 어른 남자가 나의 청결 기준에 맞는 사람인지 조차 모른다. 그럼에도 그와 있을 때는 결벽증이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번에 상담하면 물어봐야겠다. 특정 사람한테 결벽증이 사라지기도 하냐고 말이다.
어른 남자의 손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체온에 굉장히 부드럽다. 여자인 내 손보다 더 부드러운 듯 하니 말이다. 나에게 남자가 평생 둘 뿐인데 이 둘은 너무 다르다. 첫 남자의 손은 굉장히 따뜻하고 오랜 운동으로 손이 부드럽지 않다. 손바닥 곳곳에는 굳은살이 있어서 만지면 딱딱하다는 느낌이 든다. 스킨십이 허락된 관계인데 여전히 그와의 스킨십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반면 어른 남자는 다르다. 모든 행동이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내 몸에 닿는 그의 손이 원래 나의 신체 일부 마냥 그의 손은 나에게 몹시 익숙하다. 스킨십도 연륜이 묻어나는가? 아니면 진짜 바람둥이인가? 그가 바람둥이는 아니라고 했으니 과거에 바람둥이였나? 아니면 아예 나와 반대인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태솔로, 그는 연애를 쉰 기간이 없을 정도로 연애경험이 다분한?? 아마 그가 바람둥이거나 여자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나의 모든 궁금증이 한방에 해결된다. 그에게서 못 벗어나는 나도 이해가 되니 말이다. 그런데 그건 아닌 거 같다는 게 문제다. 그가 보여준 말에는 담백하고 솔직한 진실만이 담겨있었으니깐.
다른 작가들과의 만남에서 세균과 바이러스가 어른 남자에게도 묻어있을지 모르는 일인데 그와의 만남에서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그의 손을 반기는 게 문제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대하는 나의 결벽증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 키스도 마찬가지다. 나는 살면서 세명의 남자와 키스를 했다. 23살에 과외하는 고딩한테 삼행시로 입술을 뺏기던 날, 그날 나는 첫 키스를 당했다. 한 손은 나의 목덜미를 잡아 입술을 떼지 못하고 했고, 한 손은 입술을 열지 않는 나의 가슴을 움켜쥐어 입을 열게 했다. 로망이었던 첫 키스의 기억은 민달팽이 물컹한 느낌의 담배 맛이 나는 키스로 각인되었다. 고작 18살 고딩한테 입술을 뺏긴 수치심에 기억에서 지워버리기로 했으나 여전히 첫 키스가 누구였냐 어땠냐는 물음에 그 까만 눈동자의 학생 얼굴이 떠올라 이제는 담백하게 얘기할 수 있는 나도 조금은 어른이 되었다. 두 번째 키스 상대는 첫 남자다.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첫 남자와의 키스는 양치하는 기분이었다. 결벽이 있는 날 배려해 얼마나 많은 양치를 했는지 키스하는 동안 양치를 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세 번째 키스 상대가 바로 어른 남자다. 서른 중반, 키스의 로망은 이미 끝나고도 남을 시기에 책에서 본 첫 키스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나는 그가 첫 키스 상대는 아니었으나, 느낌만은 첫 키스만 가지는 감정을 다 느낄 수 있었다. 아! 나는 키스할 때 눈을 감지 않는 버릇이 있다. 불안이 높은 사람들은 눈을 감으면 어둠의 공포에 휩싸여 눈을 감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그렇다. 그러나 어른 남자와의 키스에선 눈을 감았다. 테레비에서 보면 연인들이 키스할 때 눈을 감는데, 그 이유는 심리학적으로 설명된다. 시각에 몰입되어 있으면 촉각에 집중력이 떨어져서 눈을 감아 촉각(키스)에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본능적으로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또한 불안으로 느꼈고 키스를 하는 동안에도 나의 불안을 낮추기 위해 눈을 뜨고 있었는데, 어른 남자와 키스할 땐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눈을 감게 되었다. 그의 입술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이렇듯 나는 어른 남자에게만 예외적인 일이 많다. 그와 있으면 불안, 강박, 결벽 전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희망이 생기기도 한다. 그의 직업을 이쯤 되면 바꿔도 될 듯하다 ㅋㅋ 심리상담가로 말이다. 그러면 나는 또 그를 쫓아가겠지. 내담자가 되어 상담사 어른남자를 찾아가겠지? ㅋㅋㅋㅋㅋ
그가 내 글을 읽지 않을 거 같긴 하지만, 만약에 보게 되면 나를 변태 스토커라 생각하겠지??ㅠㅠ
자꾸 어른 남자 이야기만 하니깐 어른 남자가 너무 보고 싶다 ㅜㅜ 오늘은 비가 와서 하늘에 묶어 두질 않았더니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비가 내리는 동안엔 그도 내가 조금은 생각이 났으면 좋겠다 ㅜ 오늘 비가 내리고 나면 내일 더 많이 추워질 텐데, 나이 많은 어른 남자가 감기라도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만수무강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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