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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89 주인없는 사랑





사랑해
나는 사랑해 이 말이 참 좋더라. 꾹꾹 눌러쓴 진심이 느껴질 땐 참 미치게 좋아진다. 다만, 아직 그에게 온전히 말하지 못하는 까닭은 용기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수없이 내 입에서 뱉어진 사랑한다는 말이 그에게로 향하는 순간 가벼운 마음이라 여기진 않을까 하는 노파심일까. 아마 전자 후자 둘 다일 것이다. 난 용기가 없고, 그에게만큼은 내 마음이 가볍고, 헤퍼 보이고 싶지 않은 내 첫사랑이니까. 그런 이유에서 나는 결코 그에게 뱉고 싶어도 뱉을  수 없는 금기어가 되었다. 그를 볼 때마다, 그가 내 것이라고 느낄 때마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말을 삼켜야 했다. 그런데 절대 내뱉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말해버리고 싶은 이 아이러니한 마음을 나쁜 심보라 하겠지? 한번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겠지?  절대 입 밖으로 나와선 안 되겠지.
오늘도 출근하는 나에게 첫 남자는 익숙하듯 뱉어내는 사랑해라는 말에 그와 똑같이 대답해 주었다.
나도 사랑해.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그 말을 뱉었을 때 대답을 받은 사람에게 맞게 향한 건지 아니면 어른남자에게 향한 건지 생각했다. 그리고 이미 떠올려버린 그를 나에게 머물길 바랐고, 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그를 내 안에 담고 그의 흔적으로 남아있을지도 모를 창원으로 출근길에 올랐다.
언젠가 한 번은 내 마음을 전부 그에게 털어내고 싶다. 그래서 내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덜어내고 싶다.
언젠가 한 번은 사랑한다는 말이 제 주인에게 제대로 향했으면 한다. 그래서 내 사랑이 그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언젠가 한 번은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이 생겼으면 한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