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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87 둑 안에 든 마음




제방이나 둑, 아시죠..?
요즘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둑은 하천이나 호수의 물의 범람을 막고 물을 가두기 위해 흙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구조물을 말합니다.

그에게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구두로 말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을 안다. 그가 알고 난 후 쏟아지는 마음을 더 이상 막을 수가 없다. 버티면 버틸수록 마음은 빨리 불어난다. 금방이라도 가득 찬 마음이 부피를 더해 막고 있는 둑을 부숴버릴 것 같다. 이 둑이 무너지면 나는 엉망이 되겠지. 둑이 무너지기 직전에 나는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간다. 내 마음을 글로 빠르게 써 내려가면 둑이 터지는 건 겨우 막을 수 있다. 임시방편이다.
둑이 터지는 걸 겨우 막아서고 나는 다시 홀로 둑을 지켜야만 한다. 맡은 바를 묵묵히 잘 해내고 있는 나는 대견하면서도 안타깝다. 내가 그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가 날 꼭 사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 내 마음이 조금씩 증발하기만을 끊임없이 기다려야 한다. 허나, 지금은 무더운 여름이 아닌 가을이다. 끝없는 기다림이 더욱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되겠지. 아군도 적군도 하나 없이 기나긴 외로운 싸움이 시작된다. 여전히 그로 가득 찬 마음이 금방이라고 둑을 범람할 것 같지만, 둑 안에 있는 날 보러 올지도 모르기에 오늘도 나는 둑을 지켜야 한다.
내가 미쳤지. 무턱대고 마음을 채운 내 탓으로 이렇게 많은 물이 되었다. 최선을 다해 둑을 지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피해를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