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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85 모두 내 잘못입니다


그를 마음에 둔 게, 내 마음을 그에게 준 게 잘 못이었다.
다시는 돌려받지 못할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멈출 줄 모르고 그를 향하는 내 마음이 처량하다.
저번 주, 그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그에게 잠시 맡겨 두고 왔다. 그에게 두고 온 마음을 되돌려주러 그가 내게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큰 내 마음을 덜컥 두고 왔다. 그 큰 마음을 두고 왔는데도 어두운 밤만 되면 그 마음이 나를 찾아와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나를 어지럽히고 괴롭힌다. 맡아달라 한적도, 맡기라 한 적도 없어 누굴 원망해야 할지 몰라 결국 또 그 화살은 나에게로 향한다. 원망스럽다가도 그런 내가 한없이 안쓰러워 또 나를 너덜너덜하게 만든다. 이럼에도 나는 그의 밤은 다정하기를, 평온하기를. 조용히 바라는 마음이 그에게 닿기를 바란다.
하늘에 달이 뜨고, 내 마음에 그도 따라 뜬다.
하늘에 반짝이는 저게 달인 지, 어른남자인지 헷갈린다.


내가 대체 그에게 무얼 원하는지, 무얼 바라는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도, 원하는 것도 없는 거 같은데 그게 또 아닌 것 같단 말이야. 내 사랑에는 분명하고 확실한 답이 정해져 있고, 나는 그 답에 가까이 가고 있다 생각하는 데, 정답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기분. 그래서 내 마음이 하는 소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를 독점할 수 있게 되면 나는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그를 오롯이 내가 차지할 때의 기분말이다. 그게 궁금해졌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의 마음도, 그의 시선도 모두 나의 것으로 독점하면 어떨까. 뭐 이런 시답지 않은 시시한 생각을 하냐고 물어보겠지? 그러면 나는 확실하게 답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가 얄미워서 그런다고. 그는 나를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겠지만, 나는 안다. 그가 이미 나를 독점하고 있다. 그 사실을 어른 남자만 모르고 있을 뿐. 그가 언제 내 글을 읽을지 모르겠지만, 사실 내 마음을 알았으니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가 있겠나 싶지만, 혹시라도 언젠가 그가 날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가 기쁠까 아니면 불쾌해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와 나의 관계는 너무 불공평하다. 이건 너무 기울어지는 싸움이다. 치사하고 얄밉다. 나는 그를 결코 이길 수가 없다. 내 마음은 그를 독점하고 싶다는 건가?  독점한다고 바뀌는 건 전혀 없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무슨 마음인지. 그러나 한 번은, 한 번으로는 안 되겠지만 그래도 한 번은 내 마음을 전부 그에게 쏟아내야만 할 거 같다. 계속 차고 있는 마음을 비워내는 게 먼저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