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그에게 그를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의 마음이 사랑이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분명 그랬다. 내 사랑은 기대를 먹고 자라 제법 살이 찌고 덩치를 키우더니 그 역시 사랑일 거라 자꾸 세뇌시킨다. 그리고 이내 사랑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커진 건 사랑이 아니라 내 이기적인 욕심이었다. 이기적인 욕심을 알아채고 그때 멈췄어야 했다. 순수한 사랑이 지금은 변질되어 이지경에 왔음에도 나는 여전히 멈추기를 하지 않고 있다.
요즘 날 끈질기게 찾아온 불면증은 어김없이 비켜서지 않고 나를 막고 있다. 약을 먹지 않기로 하고 나서 제대로 자본적이 없다. 몸이 닳고 아픈 동안에 나는 잠시 그를 잊을 수 있었다. 여기에 희망을 실어본다. 처방해 준 약을 더 이상 먹지 않기로 말이다. 거울 속에 나는 말라가고 있다. 먹는 것만큼은 누구에게 절대 지지 않는데, 그럼에도 말이다.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그를 보러 가야겠다. 나를 만나달라고. 그걸 마지막으로 나는 원래의 무료하고 지루하더라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놔야 한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를 나에게서 털어내야만 한다는 건 확실하다. 사랑을 포기해서라도 기어이 익숙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껍데기만 있을지라도 그 속에서 나는 행복을 찾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니까.
나중에 이 또한 후회하는 일이 분명 오겠지. 그래도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사실 또한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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