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과 악 그리고 중립
"**씨는 성선설을 믿어, 성악설을 믿어?"
"저는 맹자의 성선설을 믿습니다."
회사 점심시간 때 직장상사의 물음에 성선설을 믿는다고 고민 없이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먼저 이야기에 앞서, 필자는 종교가 없습니다. 종교 자체를 싫어하거나 배타적이지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종교는 마음이 약한 사람들이 갖는 안식처다. 그 시간에 본인에게 집중하라.' 말씀하셨고 지금 어른된 필자의 입장에서 부모님의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여하튼, 필자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 종교의 힘을 빌리는 때가 오면 어떤 종교가 나와 잘 맞을까에 대한 물음에 불교, 기독교, 천주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관련 종교 책을 읽고 나름 책을 통해 공부를 해봤지만, 종교 모두가 전체적으로 의미하고 뜻하는 바가 같다고 생각합니다. 필자의 짧은 견해로는 각각의 종교의 이념이 같다는 겁니다.
아직도 그때의 생각과 같으며, 여전히 신앙생활은 하는 종교는 따로 없습니다.
성선설은 인간의 성품이 본래부터 선 한 것이라고 보는 맹자의 학설입니다.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은 근본적으로 악하다고 보는 순자의 학설입니다.
그리고 성무선악설은 선과 악은 인간이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는 고자의 학설입니다.
직장상사의 물음에 종교적 관점에 따라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겁니다. 성선설보다는 본래부터 죄를 지고 태어났다는 성악설을 주장합니다. 원죄로 인해 십자가가 필요한 기독교, 불교에서는 마하반야 바라밀다 즉, 넓고 큰 지혜로 경지에 이른다의 뜻으로 인간의 본성이 청명하다는 성선설.
필자는 왜 성선설을 믿는가
주위만 둘러보아도 많은 악행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도 압니다. 테레비만 봐도 수없이 많은 악행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걸요. 그런데 왜 필자는 성선설을 고집하는가에 답은 바로 "반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절대악이니 절대선을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하나, 인간은 끝없이 고민하고 반성한다는 겁니다. 필자는 단연코 반성이 없다면 발전도 없다 생각하는 입장이거든요.
인간의 본성을 선, 악, 중립이라고 결론 내림에 있어 시대적 배경, 사회적 배경, 가치관 등에 따라 받는 영향을 무시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간은 자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이 있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생각과 반성을 한다는 겁니다. 이 사실을 기준으로 삶을 살아간다면 선에 더 가까운 삶을 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아직 필자는 악한 아기는 여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성선설 뒷받침내용) 뿐만 아니라 아이는 부모를 모델링하고 닮아간다. 선과 악이 애초에 없으며 자라온 환경적 요인에 의해 학습된 것이라고 말하는 성무선악설도 일리가 있다 생각하는 필자의 짧은 소견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쟁이 아니라 선한 영향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야기기 삼천포로 빠졌네요.

선한 영향력
요즘 부쩍 남편 회사 동생들을 만나는 횟수가 잦습니다. 그 이유는 필자를 찬양(?)한다며 맹신 1호와 2호를 자처하며 필자와 만나는데요. 교대 근무의 특성상 휴가까지 내며 저와 밥을 먹고 시간을 보냅니다. (필자는 교주나 사이비 종교는 극혐 합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는 남편과 맹신 2호를 자처하는 동생을 만났습니다.

npca 대회를 준비하는 동생은 아직 미혼이고 저보다 두 살 어립니다. 10월에 대회가 있는데 그전에 마지막 치팅데이라며 같이 만수채에서 같이 식사를 했습니다.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필자는 그 동생으로부터 경계는 풀어지고 눈도 마주치고 이야기도 잘 주고받습니다. 어제 대화 중에 필자가 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 같다는 말에 조금은 부담스러웠습니다. 남을 뒤통수를 친다거나 사기를 치는 사람은 단연코 아니나 그렇다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내가 선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람이 괜찮다, 괜찮지 않다의 판단은 오로지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기준이 되는 일이니 굉장히 주관적이라 네 말이 맞다, 네 말이 틀렸다고 할 순 없으나 그래도 그 말을 듣고 말과 행동에 한 번 더 생각하고 하게 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책임이 실린다는 거겠죠?
글로 담기도 민망할 정도로 필자를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할 따름인데 왠지 선한 일만 해야 할 거 같고 옳은 길만 걸어야 할 거 같은 느낌? 필자는 불안도 높고 강박 또한 높아 불안과 공포를 느끼면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저는 그런 일이 잦고요.

필자가 밤새 곰곰이 생각해 본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먼저, 자기 자신을 제대로 잘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선한 사람의 대상인 '나'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다는 건 얼토당토 한 일이죠. 그리고 두 번째는 본인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중심을 잡고 흔들림 없는 뿌리 깊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 거죠.
그런 면에서 필자는 선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여전히 외부로부터 오는 환경에 불안을 느끼며 흔들립니다. 흔들리는 과정에서 좀 더 옳은 길을 걸으려 노력하지만 아직은 거리가 멀다라고 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인데 선한 영향력이 가진 긍정적인 기운은 다시 더 크게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것임에 의미를 두고 선한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 더 나를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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