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필자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게 분명하다.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매일이 실수투성이다.
필자는 절대 어리바리한 사람은 아니다. 다만, 불안이 높아 당황하거나 놀라면 버벅거리거나 버퍼링 걸린 것처럼 보일뿐이다.

며칠 전 첫째 아이와 롤러장 갔을 때 일이었다.
필자는 운동신경이 애초에 갖고 타고나질 않았다고 봐야 한다. 자전거도 못타, 아이들이 타는 발로 미는 킥보드도 못타, 인라인, 스키, 보드 등등 자동차 말고는 탈 수 있는 게 없다. 이날은 남편이 없어서 아이만 타게 했다. 한참을 타던 아이가 목이 마르다길래 편의점에서 좋아하는 페트병에 든 주스를 하나 구매했다. 필자는 페트병 뚜껑을 잘 열지 못하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다. 암만 용을 써도 도통 뚜껑이 열리지가 않았다. 결국 필자의 치아로 뚜껑을 따기로 하고 입에 넣어서 돌리는 순간, 어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민망해서 페트병을 문채 그대로 멈춰버렸다. 웃으면서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하고 들고 가더니 필자의 침이 묻어있을지도 모르는 뚜껑을 쉽게 열어다 주었다. 정말 쉽게, 전혀 힘들이지 않고.
당황해서 "고맙습니다."라고 꾸벅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떴다.

4살인 둘째는 아직도 마음이 불편하면 필자의 젖을 찾는다. 불안이 높은 필자의 영향인 듯하여 만지지 못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항상 필자의 상의 옷들이 대부분 늘어져있거나 또는 단추로 된 상의를 자주 입게 되는 편이다. 롤러장에 입고 갔던 상의가 단추가 있는 여름니트였는데 단추가 약간 헐거워져 있었다. 첫째 아이랑만 하는 데이트인지라 헐거워진 단추를 다시 고쳐달지 않고 그대로 입고 갔던 게 화근이 되었다. 한참을 타던 아이가 조금 쉬고 싶은지 뒤뚱거리며 나에게로 왔다. 그러다 중심을 잃어 휘청거리는 걸 필자의 옷을 잡고 간신히 넘어지진 않았지만, 그 헐거워진 단추가 떨어져 나갔다. 가방 안에는 단추를 대신할 만한 게 없어서 손으로 옷을 부여잡고 있었다. 편의점에 반짇고리를 팔 수도 있다는 생각에 편의점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4~5살 되어 보이는 아이가 중장비와 헬리콥터 장난감을 들고 혼자 뛰어다니던데 굉장히 산만하고 위험해 보였다. 편의점에 반짇고리가 없다고 해서 뒤돌아서 가려는데, 그 꼬맹이가 나에게로 넘어졌다. 헬리콥터 날개를 허벅지를 긁으면서 말이다.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도 굉장히 아팠다. 놀라고 아파서 고함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그 꼬맹이의 아빠인지 모를 남자가 다가와서 무슨 일이냐 물었고 카운터 아주머니는 아이가 나에게 와서 넘어졌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도톰한 청바지였는데 긁힌 부분에 청바지가 트였다. 아이 아버지는 연신 죄송하다며 트인 바지를 보고 많이 다친 거 아니냐며 어쩌질 못해 우왕좌왕했다. 아프기도 아팠지만 첫째와의 데이트를 망친 것에 그리고 내가 아끼는 바지가 찢긴 것에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 "만지지 마요! 괜찮으니까!"를 외치고 화장실에 가서 상처를 봤는데 생각보다 허벅지가 생각보다 많이 긁혔다. 혼자 있을 첫째 아이 생각에 얼른 다시 나왔다. 놀랜 첫째 아이를 달래주고 더 탄다는 아들. 그 사건이 있을 동안 니트 단추가 날아갔다는 사실을 새까맣게 있고 있었다. 멍하니 앉아서 아이가 잘 타는지, 넘어지지 않는지 넋 놓고 보고 있는데 롤러스케이트를 선수처럼 잘 타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안경을 안 썼던 터라 누군지 몰랐는데 그 뚜껑을 열어줬던 젊은 총각이었다. 아직 완벽하게 타지 못하는 아이가 넘어질까 노심초사 보고 있는데 갑자기 두 사람이 내 근처로 지나가는 게 아니라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한 명은 아까 그 넘어졌던 아이 아버지였고 한 사람은 뚜껑 열어 준 총각.
젊은 총각이 먼저 내게 도착했고, 나에게 내 위에 옷을 보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그때서야 단추가 날아갔던 게 생각났다. 총각이 내게 건넨 건 서류 집게였고, 아이 아빠가 내게 준 건 본인 회사 명찰이었다. 아이 아빠는 "다리는 좀 괜찮으세요? 바지는 배상해 드릴게요. 그리고 옷핀이 필요할 거 같아서 가져왔어요."라고 했다. 너무 민망했다. 서류 집게와 명찰을 받고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곧장 화장실로 내달렸다. 뛰다가 슬리퍼가 벗겨지는 바람에 넘어졌다. 하.. 진짜 이날은 일이 계속 꼬이기만 했다. 롤러장은 왜 이리 깜깜한 거야!!
벌떡 일어나 뒤도 보지 않고 화장실로 내달렸다.
아이 아버지에겐 배상은 필요 없다, 아이가 안 다쳤던 걸로 다행이라 생각하자고 말해주었다. 회사 명찰과 서류 집게를 단추 대신 달고 집에 올 수 있었다. 분명 그 사람들 눈엔 내가 어리바리한 아이 엄마라고 생각했을 거다.
뭐 다신 안볼사람들이니 상관없지만 그래도 싫다.
생각해 보니 그 젊은 총각은 거기 직원이었던 듯하다. 나올 때 열심히 뒷정리도 하는 걸 보니??
여하튼 이 날은 필자가 하루종일 실수를 한 날이다. 정신을 단디 챙기고 다니도록 하자!

지금은 허벅지 긁힌 부분이 많이 나아졌고 아프진 않지만, 내 몸에 이렇게 상처가 생긴 것 자체가 기분 나쁘다. 강박이 있는 사람은 뭔가 해결이 되지 않으면 그게 해결될 때까지 자꾸 확인을 하게 되는데 지금 이 상처를 얼마나 확인했는지 모른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들여다보겠지??
명찰과 집게는 집에 와서 이 날의 실수와 함께 쓰레기 통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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