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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89 드러나는 본 모습


당신을 잊기 위한 노력은
당신을 그리움 속으로 데려가며
그리움 또한 사랑이 됩니다.
나는 끝내 당신에게 스며들어
나의 노력은 당신에게 닿는 길일뿐입니다.

빠르게 뛰는 심장, 무겁게 흐르는 공기.
파란 하늘 아래 신호등을 기다리는 차량들 사이에서 나는 빠르게 당신의 차를 찾습니다. 내 두 눈은 오직 당신만을 찾고 있어요. 그리고는 생각합니다.

'저 횡단보도 위 할머니가 횡단보도를 건너갈 동안 숨을 참아내면 당신이 내게 올 거야..'

허리를 꼿꼿이 피고 신호를 기다리고 계셨던 할머니는 신호가 바뀌자 그 허리가 그만 접혔어요. 그러고는 아주 느리게 지나가시는 거예요. 눈물이 터져버렸어요 ㅠㅠ 숨을 참아내지 못했거든요.. 철없게도 느린 할머니를, 어리석게도 숨을 참아내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가.. 결국은 숨을 참아내도 당신이 내게 오지 않을 것임을 알아버렸기에 쉼 없이 눈물이 났어요.

지긋지긋한 짝사랑,  당장이라고 저 멀리 던져버리고 싶은데 이놈의 짝사랑은 손에 잡히지가 않아요. 이제는요, 먼저 다가온 당신이 미워요.. 이럴 거면 다가오지나 말지.. 당신을 원망해 봤자 암만 소용이 없네요.. 내 안에 분명 무조건적으로 당신 편인 내가 존재하고 있거든요.

당신은 결코 몰랐을 테니까요.. 내가 당신을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을 테죠. 당신을 찾아가서 바닥에 드러눕고 생떼 부리고, 고래고래 고함지르고 싶어요.. 나 좀 사랑하라고요.

개썅 ㅠㅠ 썅썅썅!!!!! 젠장할!!
좋아하면, 내가 좋아하면 너도 어??!! 나 좋아해야 되는 거 아냐? 사람이 예의가 없어!!!! 너 다정하고 배려있는 사람이면서 나한테는 왜 그러는 거야 ㅠㅠ  받기만 하고 주질 않으니 나는 어쩌라는 거냐고!!! 너 사실,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잖아!!!! 그러면 알아들어야 하잖아!! 내가 잘해주면 너도!!!!! 잘해주긴 하지만... 사랑을 줬어야지!
그래, 사랑. 잘해주지 말고 사랑을 달라고 ㅠㅠ
내가 이렇게 사랑한다고 매일 밤 고백하잖아!!!! 너 없이 못 살겠다잖아. 너한테 가고 싶다잖아. 사랑 달라고 하잖아. 너 때문에 미치겠다잖아. 보고 싶다잖아. 사랑한다고 하잖아. 나 좀 봐달라고 하잖아. 너는 그걸 쌩까니??? 나빠!!!! 설마 못 알아듣는 거니? 꼭 이렇게 내가 씅을 내고 인상 쓰고 말해야 들어줄 거야????? 씨... 가만 안 둘 거야..

아고... 속 시원해..ㅠㅠ 이렇게라도 풀어야 살지..
안 그래요?^^
괜찮아요. 당신이 이 글을 봐도 상관없어요. 이판사판 공사판이야 이거야!!!!!
사실은 내 글을 보아도 잘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당신 입장도 잘 알고, 내 글을 안 본다는 당신에게 굳이 뻔뻔하게도 내 글 읽고 있냐고 물어볼 용기는 내겐 없으니까요..


아마도요, 이 글은 사랑하지 않음으로써 사랑을 영원히 남기고 기억할 거 같아요. 분명, 사랑이었으나 사랑하지 않았다는 그 기억이 오랫동안 기억되기를.. 서로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사랑이기를 바라야 하는 거겠죠.

내가 당신을 보고 싶다고 해도
당신은 날 보고 싶지 않을 테죠.

내가 아무리 구구절절 마음을 담아내 글을 써도
당신은 그냥 소설이구나 할 거죠?

내가 당신 없이 죽을 거 같아 찾아가도
당신은 그냥 출근하는 그 많은 작가 중 한 명이겠죠?
딱 그 정도일 거죠?




#가정의 달 기념?

올해 첫 라운드는 부부동반이었다.
골프가 취미는 아니었으므로, 가기까지 많은 갈등을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다녀오는 걸로 결론 내렸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편했으면 그걸로 되었다. 뒤풀이에서 마신 맥주 덕에 몸은 노곤노곤 흘러내릴 직전이었다. 피곤했으므로 맥주 한잔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섬유유연제 바꿨어?"
"아니??"
"니한테 달달한 냄새나는데?"
"아, 바디로션 바꿨어. 오빠도 쓰고 있는 거 다 쓰고 써봐.  욕실장에 뒀어"
"응, 사랑해. **야"
"응?? 왜 또 지금이야ㅠ"
"아니, 그냥 사랑한다고"
"아.. 미안"
"말 나온 김에 우리 언제 해?"
"말일에 하기로 했잖아"
"저번달에 너 입원해서 안 했잖아"
"아... 오늘은 아니야! 피곤해 오빠 ㅜㅜ"
"그럼 내일 하자"
"응..."

조용한 밤 냄새와 바람이 창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기분 좋은 바람이었고, 나는 잠들고 말았다.

뒷날,

"오빠, 우리 영화 보자"
"뭐?"
"벼랑 위의 포뇨"
"또??!! 몇 번째야. 엊그제도 봤잖아. 다른 거 보자"
"그럼 사랑의 하츄핑 볼래?"
"아니, 그냥 포뇨 보자. 근데 그럼 뭐 하러 물어봐? 그냥 키지"
"나 착하니깐 물어봐야지^^"
"몬산다"

"맥주 마실래? 난 마실 거야"
"내 것도 가져와줘. 근데 많이 마시는 것보다 꾸준히 마시는 게 더 안 좋데"
"걱정 마. 적당한 술은 혈액순환에 좋데^^"

몇 번을 본 영화지만 볼 때마다 눈물이 나는 이유에 대해 알지 못했다. 세드엔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이 났다.

"양치하고 올게"
"나도"

3분을 정확히 채우고 양치질을 하고 나왔지만, 첫 남자는 먼저 끝마치고 나와 있었다.

"사랑해"

시작을 알리는 첫 남자의 한 마디에 그의 입술을 피해버렸다.

"잠깐만"
"왜?"
"입으로 해볼게"
"넌 못한다니까. 결벽증 없어지면 그때 해"
"아니할 수 있다니까"
"왜 하겠다는 거야?"
"글 쓸 때 참고하게...."
"이제 돈 되는 글 쓰는 거야??"
"아마도??"
"저번에도 한다고 했다가 못했잖아. 할 수 있어?"
"응^^"

작업실 의자에 그가 앉았고, 나는 그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 무릎을 꿇어 세웠다.

"내가 잘 못하면 알려줘"
"응"
"오빠 얘를 먼저 작게 해 주면 안 돼?"
"안돼"
"안 하는 거야 못하는 거야?"
"못하는 거야"

"이렇게 하는 거 맞아?"
"응. 맞고 안 맞고 가 어디 있어. 그냥 치아만 안 닿으면 돼"
"아?? 정해진 거 없어?"
"응"
"근데 왜 치아가 닿으면 안 돼?"
"아프니까"
"아! 정해진 거 있어. 말 좀 그만해. 그만 좀 물어봐 ㅠ 무슨 질문이 그렇게 많아"
"궁금하니까"
"뭐 하려고"
"글 쓸 거랬잖아"
"이것도?"
"응^^ 아무도 몰라 우리 이야기인지..."
"이제 올라와"
"싫어"
"너 사춘기야???"
"어 ㅋㅋㅋ"

"이제 올라와. 간지러"

올라갈 생각이 없어 보였는지 그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의자에 앉게 하고 의자가 돌아가지 않게 잡았다.

"너 좀 변한 거 같아"
"뭐가?"
"얘가 왜 야해졌지?"
"아닌데?^^"

첫 남자는 의자 높이를 최대로 올렸고, 그의 입은 내 입술에, 그의 손은 빠르게 내 잠옷을 벗겼다.

"불 끌까?"
"아니, 깜깜해서 무서워"

의자 팔걸이에 내 다리를 올렸다. 그 덕에 벌려진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창피해"
"괜찮아"
"내려줘"
"말 좀 그만해ㅠ"

다리까지 잡고 있는 통에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그와 약속을 지켜냈다.



사랑은 사람을 참으로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티가 난다. 분명히 에너지가 다르다.
내가 그러하니까.
'금지된 사랑'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낀다. 수식어를 살펴보자. 금지된, 금지되어야 하는 사랑도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침묵 속에서, 눈빛 속에서, 서로의 영혼은 스쳐 지나갔다. 때로는 말보다 강하게.
하지만, 사랑에 빠진 나를 막은 것은 도덕적 이유였다.
사랑이 도덕이라는 벽에 멈춰서 있다.
그 벽은 타인의 시선이기도 하고, 나의 내면의 윤리이기도 한다.
그를 너무 깊이 이해했기에, 사랑하기에 지날 칠 수밖에 없는, 지나쳐야만 하는 관계다. 기어이 그의 사랑을 받아야 하는 마음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도 모두 흘려보내야만 한다.
이건 두려움이나 회피가 아니다. 비극적인 숙명이다.
그를 사랑하지만, 멀어져야 하고, 결국 나는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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