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봄은 따뜻한가요?
당신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온통 웃음이 새어 나와요.
생각만 해도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행복한 상상들로 가득 차요.
"좋아"
내게는 좋은 기억이 당신에게 다르게 기억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이 퍽 슬프기도 하지만, 여전히 당신의 음성과 말투가 맴돌며 나를 간지럽혀요. 당신은 어때요? 잘 지내요?
따뜻한 날씨만큼 평온하고 안온한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당신의 티 없이 말갛게 웃는 얼굴이 나의 구원이니까요.
있잖아요,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나와 당신은 한 시절만 함께할 인연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모든 걸 받쳤다'라고 마무리해야지 했는데요, 아직은 아닌가 봐요.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해서, 과거형이 되지가 않아요ㅠㅠ 그 시절이 영원이라 믿고 싶은 나에게 도저히 '한때'라고 말해줄 수 없어요.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요, 사랑도 글도. 당신에게 가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혼잣말처럼, 독백처럼, 일기처럼.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당신에게 내 마음을 쓰고 또 써요.
나는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었을까요. 막, 진짜, 막 어리숙하고 실수만 잔뜩 하는 술주정뱅이로 기억하는 건 아니겠죠? 남들에게는 생글생글 잘만 생글거리고 싫은 소리도 퍽 잘하는 편인데, 어째서 당신에게만은 그게 잘 안되는지요... 아마 당신에게 향하는 마음이 사랑이라 그런 것이겠죠? 당신만 보면 고장 난 장난감처럼 버벅거려요. 내 딴에는 당신에게 향하는 사랑을 숨기고 싶었나 봐요. 생글생글 잘 웃는다고, 웃는 얼굴에 침못뱉는다며 민원고객은 죄다 내가 해결할 만큼 웃음도 헤픈데 당신 앞에선 자꾸 굳어져요. 오해는 하지 말아요. 당신을 보고 불안이 높아져 그런 건 아니니까요. 당신이 너무 좋아서, 내 표정에 신경 쓸 여유조차 없을 만큼 당신을 사랑해서 그런 거니까요. 나요, 싫은 소리도 생글생글 웃으면서 퍽 잘하거든요? 사실 당신에게 따져 물을 것이 너무도 많은데요, 당신을 보면 꿀 먹은 것처럼 말문이 막혀요. 가서 '따져 물어야지' 다짐하고 당신에게 가잖아요? 당신을 보면 다 잊어버려요. 보기만 해도 너무 좋은 걸 어째요... 이래서 사랑은 위험한 거라니깐요. 진짜 위험해요. 나를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으로 바꾸는 건 단연코 사랑이거든요. 이런 내가 너무 낯설어요. 원래 내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요. 당신에게 기억될 내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다는 건 과한 욕심일 테지요.. 내가 당신에게 귀찮은 존재처럼 여겨지지 않았으면 해요. 나는요,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편이라 불안감에 번번이 휩싸이기도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당신을 그 속으로 데려오곤 해요. 미리 행복감에 젖어 살아갈 힘을 얻어요. 당신으로부터요.
당신이 없어도 나는 내가 괜찮기를 바랐어요. 정말로요. 나도, 내가 너무 소중하거든요. 그런데요, 이렇게 한 순간에 당신을 보지 못하는 남이 되어버리기에는 너무 슬퍼요. 굳이 뻔뻔하게 말하자면요, 처음부 터 이렇게 될 거라는 것을 애초에 알았어요. 다 알고도 시작한 사랑이었기에 버거워도 견딜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끝내려니 못하겠어요. 안 되겠어요. 끝내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끝은 정해져 있으니깐 언젠가는 끝이 나겠죠. 이 사사로운 감정 하나가 끔찍하게 까슬거려요. 나,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을까요. '가끔 와요'라는 말대신 차라리 '오지 말아요'라고 내게 말하지 그랬어요. 그랬다면 당신이 미워서라도 가지 않을 텐데... 또 모르죠. 그래도 당신에게 갈지..
속에도 없는 괜한 인사말에도 자꾸만 당신에게 가고 싶게 만드는 당신이 야속해요.
나 기억력 좋다고 이야기했잖아요. 오랫동안 당신의 말들이 나를 괴롭힐 것이 너무도 분명해요. 자랑은 아니지만요, 88년생들이 마지막 고등학교 등록금 냈던 시기예요. 나는요, 장학생으로 등록금 3년 동안 한 번도 안 냈어요. 공부를 열심히 했냐고요? 아녜요. 매일 수업시간에 책만 읽었어요. 늘 가방에 책들로 무거웠어요. 그래서 내가 키가 작으려나요? 이건 비밀인데요, 우리 부모님만 빼고 모두가 알았어요. 내가 작가가 되는 일이요. 아무튼,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벼락치기를 해도 기억력이 좋아 장학생이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요, 내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말도, 심쿵할 말도 하지 말아요. 평생 당신을 보게 할 셈은 아니잖아요. 그렇잖아요.
그런데요, 나 알아요. 당신이 내게 상처 주고자 작정한 건 아니라는 걸요. 다만 당신이 내게 줄 수 있는 것이 연민과 동정뿐이라는 사실이 내게 날아와 비수가 되었을 뿐이지요. 당신이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라 좋았는데, 당신의 착함과 다정함이 이렇게 독이 될 줄 몰랐어요.
내가 당신을 보러 가지 않아도 나를 기억하길 바라요. 내가 그리워지길 원하다는 말이에요. 무척이나요.
차라리 읽지 말아요. 안 읽으셨으면 해요. 그래야 또 참지 못하고 당신을 보러 가는 길이 쉬울 테니깐요. 그러니 애써 찾아서 읽지 말아요. 똥 잘 싸는 법 검색으로는 단연코 못 찾을 테니까요. 그러니 내 글 읽지 마요. 또 당신을 보러 갈래요.
당신은 글을 매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모르시겠죠? 담백하고 덤덤하게 짝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싶지만, 당신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서 내가 서서히 죽어가요. 처음에 당신을 사랑할 시에는 당신이 날 살렸지만, 지금은 당신이 날 죽이고 있어요. 당신 없이 살지 못하게 해 놓고선, 이제는 당신한테 귀찮아질까 봐, 지겨워질까 봐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당신이 미워요.
그럼에도, 당신에게 향하는 마음은 여전히 사랑이에요.
나는 온유한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워요,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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