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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75 허무로 살지어다


당신의 다정한 모든 것이 지독해요.
온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겠다 했을 때의 다정은 포근한 봄과 같았는데,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다 한 뒤의 당신의 다정은 나를 무너트려요. 밤에는 특히 더 위험해요. 그 다정이 나를 죽이기도 하고요, 나를 갈아먹기도 하고, 나를 아프게도 해요.
매일 습관처럼 당신을 사랑하고, 그 끝에는 항상 이별을 해요.
그리움과 이별이 함께 와요. 사랑에 설레는 순간보다 이제는 이별이 내게 한참 오래 머물러요. 여느 때처럼 당신의 그리움은 익숙한 얼굴로 날 찾아와서는 익숙한 슬픔으로 머물고 이제는 더 이상 사랑이 아닌, 이별에 더 익숙해진 것 같아 슬픕니다.
그럼에도, 아직 당신에게 가는 마음은 사랑이에요.
당신을 미워할 수 없어서 사랑해요..
당신은 모르시겠죠. 당신이라는 그리움에 취해 쓰러졌다 깨어나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영혼마저 버린 나를요.
말도 안 되는 사랑 때문에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겠다 하는 나를요.
미련이 남아 떠나지 못하고 어리석게 붙들고 있는 나를요.
온통 당신으로 가득 차있는데 결코 내뱉지 못한 나를요.
당신이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어요.
또, 당신이 전부 다 알아버렸으면 해요.




당신은 고슴도치 같아요.
삐죽삐죽 가시를 가졌지만,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가시를 한껏 내리고 다정히 곁을 내어주는 점이, 강하고 단단해 보여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귀여운 점도 당신과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게도 삐쭉삐쭉한 가시 내리고 잠시 곁을 줄 수는 없는 거죠? 이제와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나도요, 뻔뻔하게 당신을 짝사랑하는 배짱 있는 여자지만, 사실 나도 아프고 다쳐요. 가시에 찔리면 얼마나 따끔거리는데요. 그럼에도 당신을 보러 가잖아요. 가시에 찔릴 거 빤히 알면서도 당신을 보러 가잖아요.
당신은 결코 알지 못할 테죠.. 사랑받고 싶다는 갈증에 치명적일 줄 알면서도 이럴 수밖에 없는 나를요.
여차하면 두더지도 먹는데 고슴도치도 먹어버릴 거예요!!
농담이에요^^  
윽, 보고 싶어요. 말갛게 웃는 모습이 벌써 그리워요.
당신 보러 가고 싶어요.. 근데요, 나는 못 가요. 지겨워하실까 봐, 귀찮아하실까 봐.. 사랑 달라고 조르는 어리숙한 모습으로 나를 기억하실까 봐 차마 가지를 못합니다.




당신이 있어
내 마음은 매일이 봄입니다.

시린 겨울 끝자락에도
당신 생각으로 꽃이 피어납니다.

당신은 나의 봄,
나를 향해 활짝 핀 벚나무.

당신은 봄의 바람으로
나를 다정히 흔듭니다.

당신은 봄의 향기로
소리 없이 내게 스며듭니다.

매일매일 봄인 나를
매일매일 기어이 나를 겨울로 내모는 것도
당신입니다.


하동에 다녀왔는데요, 너무 예쁜 동네에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에 연신 담았어요. 풉, 나 당신 진짜 좋아하나 봐요. 예쁜 거 보면 당신이 먼저 떠올라요.
깨끗한 물이 흐르는 조용한 동네에서 당신과 살고 싶어요. 뭐 먹고 사냐고요? 나만 믿어요. 당신은 내가 주는 사랑만 먹고살아요. 나요, 연필만 있으면 당신 먹여 살릴 수 있어요. 안되면 농사일도 잘하고요, 밭일도 퍽 잘해요^^ 산에서 나물 뜯어서 먹어도 되고요, 나 낚시도 잘하고요, 정 안되면 두더지랑 개구리 잡아서 굶기지 않을 테니 걱정 말아요. 우리 같이 두더지 집에 죄다 불 피우고 기다리는 것도 행복이겠어요. 같이 산토끼 잡아도 즐거울 거 같고요. 나 고무새총 진짜 잘 쏴요. 고무로 새총 만들어서 새 잡아 구워 먹어도 되고요.  그것도 싫으면, 노래 부르고 춤추고 웃음 팔아서 돈 벌어 올게요. 나 되게 잘하거든요! 싫어하시려나요? 아빠도 딴따라는 진짜 싫어하셨는데.. 나이 든 당신도 싫을 수 있겠네요. 그럼, 그냥 얌전히 당신 옆에 꼭 붙어서 사랑을 쓰겠어요. 아마 사랑 이야기가 샘솟을 거예요. 당신만 옆에 있다면요..^^
나 정말 든든하고 듬직하지 않아요?^^ 그러니 내게 올래요? 여러모로 배 터지게 해 줄 수 있어요.   그렇게라도 당신 옆에 있고 싶어요. 나요,  시대를 잘못 타고난 거 같아요. 차라리 일부다첩제가 존재한 고려시대에 태어났으면 좋았을뻔했어요.. 정실부인은 아니어도 괜찮아요. 첩이라도 당신 옆에 있으면 그 마저도 행복에 겨워 살 수 있을 테니까요. 그것으로도 행복해할 것이 너무 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