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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277 코끼를 삼킨


#껴안은 채

당신에게 결코 가닿지 않을 편지를 위해 매일 아름다운 단어를 모으는 나를 아시나요? 이것 또한 버릇이 되어버릴까 봐 매일 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는 나를요.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잔뜩 껴안채, 무작정 살아내고 있어요. 얼마 전에 손가락, 발가락 하나 꼼짝 하지 못할 정도로 온몸이 아팠어요. 잠들었다 깨고, 깨고 나면 주린 배를 채우고, 약도 먹고 또 잠들고 원초적인 시간들을 보냈어요. 그래도 온몸이 아팠어요. 해서, 약 대신 소주를 마셨어요. 우와. 술이 만병 통치약이었어요!!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아픈 몸이 나른 나른 해지더니 어느 순간 하나도 아프지 않더라고요. 그때도 나는 어김없이 당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당신도 술을 마시는 거죠? 마시지 마요, 몸 다 버려요. 나는 당신보다 좀 젊고 어리니? 괜찮지만, 당신은 아니잖아요, 너무 많아요 나이가. 노발대발하며 팔짝 뛰시겠지만, 사실이니까요... 어쩔 수 없어요. 받아들이세요. 내 나이가 어리고, 젊다는 게 아니라,  당신보다 어리고 젊다고 한 겁니다. 오해마요.
혹시 당신은 어린 왕자 책 읽어보셨어요? 학창 시절에 추천 도서라고 해서 한번 읽고, 20여 년이 지나 어제 다시 읽어봤는데요, 다시 읽어보길 너무 잘했어요. 어른이 되어 읽는 편이 더 좋은 듯해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학생 때는 너무도 끔찍했었는데, 지금은 그 그림을 보고 허공의 공허가 보여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그 진한 그리움과 허무를 견디지 못하고 고통을 알면서도 큰 코끼리를 삼켰을 보아뱀이 너무 안쓰러웠어요. 책에는 그리움으로 코끼리를 삼켰다는 내용이 어디에도 없어요. 그 유명한 그림 있잖아요. 이런 모양을 보고 다들 모자라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니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는.. 겉모습과 생김새만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싶었던 내용일 텐데, 나는 그렇게 안보였어요. 보아뱀이 자신보다 큰 코끼리를 어떤 마음으로 삼켰을지 알 거 같아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리고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라는 내용에서 여우는 또 얼마나 애처로워 보였는지.. 꼭 당신에게 길들여진 내 마음 같았어요. 이 책은 어렸을 때 이해하지 못한 그리움의 세계를 발 들여놓았어요.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여우보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여우가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생각 들었고요. 그러나 어린 왕자를 알아버렸기에, 기다리며 삶을 사는 것이 여우의 운명이듯 나 역시 당신을 가슴에 품고 사는 것도 내 운명일 테지요.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여우는 나였어요.



#흔적

당신은 내게 기다리라 한적 없고, 기다린다 한적 없는 나지만요, 이토록 비가 내리는 날에는 오지 않을 당신을 기다리는 이유를 알지 못합니다. 반가운 비가 내려서 일까요. 아니면,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유일까요. 당신과 함께 하고 싶다고 당신을 안고 울면 좀 나아지려나요. 당신 목에 팔을 두르고 울어버리면 괜찮아질까요. 내리는 비처럼 나도 무언가 쏟아내고 싶어요.
  나는요, 다신 사랑하지 못할 거 같아요.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하다가 이제 겨우 당신을 만나 처음 사랑을 알아버렸는데 다시는 그런 사랑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어느 누구와 도요. 내 몸 곳곳에도, 내 마음 곳곳에도 당신의 흔적들이 저마다 아우성입니다.
당신이 너무 보고 싶어요. 꽤 늦은 밤까지 내리는 비 때문이겠죠? 그래서 더 그런 거겠죠?  
깨지말고 푹잘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