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예뻐요?"
"예뻐요"
"예뻐서 사랑하시나 봐요^^"
"^^"
"당신이 너무 좋아요. 큰일이에요. 당신은 나 좋아하세요?"
"좋아한다 해도 그럴 수 없잖아요"
"맞아요. 근데요, 당신은 나 좋아해요? 나 좋아하세요?"
"좋아, 좋아요"
"연민, 동정 아니고? 진짜?"
"네"
연민과 동정이 아닌, 좋아한다고 했다. 풉, 엎드려 절 받기란 이런 걸 보고 하는 말이다. 이로써 나는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죽이기로 다짐했다.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끝내는 게 아니다, 나를 더 예뻐하지 않다고 해서 그만두려는 게 아니다. 그래서 그런가? 글쎄.. 잘 모르겠다.
잘 알지 못하는 그를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사랑했다. 내 사랑은 두 사람 모두에게 갈 수 없었고, 항상 그에게만 향했다. 그에게 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불편했다. 그럼에도 그에게 끌렸고, 그 불편함을 기어이 이기고 내가 느낀 죄책감 마저 썩 괜찮았다. 그 시각, 그는 당연하게 그가 사랑하는 이에게 흘러가고 있었다. 아마 나는 그 사실을 잊고 싶었지 싶다. 나와 함께 있는 순간에는 그가 내게로 향하고 있기를.. 그러나 나는 진짜 그의 껍데기일 뿐이었다. 그에게서 언제나 버려지는 패였음을 잊고 있었다. 마음이 없는 껍데기는 더 이상 날 더 갉아먹을 뿐. 그는 나와 있음에도 그가 사랑하는 이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랬었다. 예의를 논할 만한 자격이 없지만, 나에 대한 그의 예의는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정다감하고 배려 깊은 그의 행동은 내게만 향하는 것이 아닌,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를 잊기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건 알고 시작한 일이지만, 기어이 나와 있는 순간에도 그의 원래 사랑이 향할 곳으로 향하고 있는 그의 마음이 미웠다. 그래, 섭섭함과 질투 같은 것이 아닌, 단순히 미웠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예뻐요'라는 말이 얼굴이 예쁘다, 마음이 곱다의 의미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이었다. 그의 마음은 언제나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잊기로 했다.
당장은 무리겠지만, 천천히 조금씩 지워내면 될 것이다. 이러다 또 시름시름하다가 또 그를 보러 가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러나 개의치 않다. 그는 더 이상 읽지 않으니까..
<#1 엽편소설은 280편에 끝이 납니다. 280에서 끝이 나지만, 짝사랑에 대한 글은 가끔 아주 가끔 이어갈 예정입니다. #2는 조금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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