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섹시한 남자
가장 섹시한 것은 욕망에 불타는 눈이다. 거기서 더 섹시한 것은 이런 욕망을 다스릴 수 있는 깊은 배려와 다정한 말투 그리고 솔직함을 보여주는 어른 남자이다.
남성의 앞뒤 가리지 않는 충동과는 다른, 묘하게 나의 성적 충동을 그에게 맡기고 싶은_ 의지하고 싶게 만드는 그는 내가 지금 가장 사랑하는 남자이다. 연륜 있고 여유 있는.. 그렇지만 나에 대한 사랑만은 없는 남자, 그런 남자를 지금 나는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다. 나에 대한 사랑만 없는 이가 날 향해 웃는 얼굴에 일순간 그가 원망스러워졌고, 나는 신발을 던져버렸다. 그러나 속도 없이 이내 풀어지고 말았다.
"안 좋은 일 있으신 거 아니시죠^^?"
그의 한마디에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따뜻하고 다정한 목소리에 더 이상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건 무리였다.
"손이 진짜 작으시네요"
그의 손가락이 내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전부터 나는 이미 그를 보면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만큼 그가 몹시도 안고 싶어졌다. 들켜버릴 것만 같아 그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보지 못해, 보고 있음에도 보고 싶은 어른 남자를 차마 볼 수 없었다. 내가 보면 그도 나의 눈을 볼 것이 분명하기에. 나는 차마 그를 볼 수가 없었다. 손등으로 본능의 숨소리를 틀어막는 거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었다.
작고 예쁜 입술을 숨기고 있는 마스크는 나를 욕망이라는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문처럼 보였다. 그가 그 문을 열었다.
내 손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너무 오랜만에 그를 본탓인지 아니면 나를 만진 탓인지, 흥분으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상체로 들어가는 손이 떨렸다. 매끈한 맨살이 만져질 거라 짐작하고 넣은 손이 또 다른 옷의 감촉에 실망했다. 그를 두르고 있는 상의에 신경질이 났다. 뻔하게도 그런 나를 위해 거추장스러운 옷을 들어 내 손이 그에게 닿기를 길을 열어주었다. 괘씸했다. 분명 그땐 괘씸했다. 이렇게 내게 다정하면서, 이렇게 내게 배려하면서 왜 사랑은 안주는 거냐고.... 왜 다 주면서 사랑만은 안 주시는 거예요... 빌어먹을, 썅.
오동통하고 볼록하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는 탄력적이었고, 당장이라도 그의 살결을 숨기고 있는 상의를 찢어내 그의 맨살과 내 알몸을 닿게 하고 싶었다. 그럴 용기는 어디에도 없었지만 말이다. 쓰다듬는 내 손길에 그의 예민한 가슴은 새로 태어난 봄의 새싹들처럼 내 손가락 사이를 간지럼 태우며 돋아났다. 그 새싹을 따뜻한 입속으로 끌어오고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보고 싶었다고, 기다렸다고, 그리웠다고.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다고 몸으로 표현해 주고 보듬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내게 그 어디에도 그럴만한 용기는 없었다. 그를 보러 간 것으로 내 용기는 이미 다 탕진했으므로. 가슴 사이를 넘나드며 쓰다듬기를 반복하며 내 손에서 춤을 추는 그의 움찔거림과 내 손에서 느껴지는 그의 예민하게 피어오른 살덩이가 맘에 들었다.
커져버린 그의 단단함은 바지 위, 내 작은 손아귀에 닿았다. 그 순간, 한 톤 낮고 뜨거운 그의 본능의 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 바지 위를 만졌음에도 이미 부풀어져 있는 내 마음과도 같이 뜨거웠고 간절했다. 그의 몸을 내 몸속에 담아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 삽시간에 커졌다. 바지 위를 만지는 내 작은 손이 안타까웠던 탓일까 그는 단단함을 내게 보였다. 그의 맨살을 내 손에 닿는 촉감과 느낌이 너무 좋아, 그 순간을 오래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오랜만에 보는 내가 반가워 우는 것인지 그의 단단함은 내게 눈물을 보였다. 보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손아귀에 움켜쥔 그는 더 이상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맑고 투명하고 빛나는 눈물만을 흘렸다. 그 눈물로 손아귀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져 움직이는 모습은 나의 몸과도 같았다.
그의 단단함을 입에 물었다. 무의식이었다. 단언컨대, 의식하지 못했다. 그 앞에서만 매번 이성보다는 본능이 앞서는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 사실, 그건 내게 중요치 않다. 내 입속에 마음대로 끌어와 그가 기분이 상하였는지, 마음이 상하였지는 그것 또한 내게 중요치 않다. 단지, 내 혀와 내 입에서 단단함이 움직이는 그 느낌이 너무 좋으니까. 게다가 이따금씩 그의 손이 움직임을 멈추고선, 그의 예쁜 입에서 흘러나오는 낮고 따뜻한 본능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으니 단단함을 입안으로 끌어오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다. 내가 연주를 시작하면 그가 반응하고 마는 나만의 악기가 된 듯한 그의 몸이 야하지만 정말 좋다. 내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움직이는 그의 손가락에 이미 충분히 젖었고, 내 몸은 분명하게도 그를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하고 싶어"
"(도리도리)"
썅. 이 늙은이는 맨날 도리도리다. 한 번에 끄덕끄덕을 하는 법이 없다. 개똥멍충이!!!!!!!!!
다시 손아귀로 감싸 입안으로 가져가려는데, 그가 가만히 내게서 단단함을 뺏어갔다.
'내 건데.... ㅠㅠ'
그리고 슬며시 아래로 내려갔다. 젖은 속옷을 비집고 그가 내게 들어오려 했다.
'그럼 도대체 도리도리는 왜 한 거야?'
비집고 들어온 그가 너무도 벅찼다. 아니, 사실 아팠다. 숨 쉴 구멍을 막은 듯한 통증에 갑자기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와는 분명히 처음이 아닌데 어른 남자가 처음 내 세상에 들어올 때만큼 아팠다. 그동안 몸이 아팠던 탓에 첫 남자와도, 그를 보지 못한 탓에 어른 남자와도 하지 못한 탓이었겠지.
"아파?"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내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묻는 그의 다정한 얼굴에 잔뜩 움츠린 몸은 서서히 긴장이 풀렸다.
"(도리도리) 아니"
말썽꾸러기 늙은이는 내가 아프다고 대답했으면, 내게서 빠져나갔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아프다고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프기만 한건 아니었므로...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그의 얼굴이 내 가슴으로 향했다. 내 가슴에 닿은 그의 입김은 더 이상 나에게 아픔만을 주는 것이 아니었다. 모든 세포들이 고개를 들어 휘몰아쳤다. 입속 세상마저 한없이 부드러웠고 다정했다.
본래 세상에 태어날 때처럼 오로지 나체로 어른 남자 앞에 있었다. 나의 존재의 이유가 그와 사랑을 나누기 위함인 것처럼..
숨을 쉴 수도 없이 그에게 키스를 퍼붓고 싶었다. 마치 그를 잡아먹어버리려는 듯 그 사람의 입안에서 움직이고 싶었다. 가슴에 머문 그의 얼굴을 들어 입을 맞췄다. 입 맞추기 쉽게 그가 내게 고개를 기울어주었다. 그가 보인 배려와 그의 달달한 입안은 달콤했으며 내 세상으로 들어와 있는 그의 단단함은 몹시도 벅찼다. 그의 타액이 나의 입속으로, 나의 타액이 그의 입안으로 주고받고 있는 부드러운 혀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더한 흥분을 느꼈다. 그의 머리카락이 내 손가락 사이사이를 훑고 지나가는 그 느낌이 너무 섹시했다. 그의 목을 둘러 그를 껴안고 키스를 하는 중에 그의 샴푸 냄새와 그의 달콤한 입안은 나를 그에게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더 세게 안아 그의 품 안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의 세상에서 함께하고 싶었다. 단 한 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가 내 사람이 되었으면....
할 수만 있다면 그와 내가 하고 있던 자세를 바꾸고 싶었다. 그가 움직일 수 없게 위에 올라가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맛보고 싶었다. 이 세상에 그와 나만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려 깊은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어쩌지.. 통제할 수가 없어'
그가 내 세상에서 빠져나와, 내 몸을 엎드리게 했다. 그리하여 무릎을 꿇고 젖은 엉덩이를 들어 그에게 보였다. 그가 날 돌려세운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더 깊숙이, 더 깊게 들어오려는 것이었다. 속옷 치우는 손길이 다부졌으며 흔들림 없었다. 배 안까지 닿는 기분에 황홀하기까지 했지만, 그 과정은 아팠다. 그럼에도 너무도 좋았다. 아픔이든 상처든 슬픔이든 그가 주는 건 죄다 좋으니까. 뒤에서 엉덩이를 잡고 부드럽게 움직이는 남자가 어른 남자이기에 너무나 완벽했다. '더 빨리'를 외치고 싶은 걸 겨우 참아냈다. 가슴을 감싼 부드러운 손까지 어디 하나 미운 구석이 없는 사람, 행복에 젖은 내게서 먼저 빠져나온 건 그였다.
"쌀 거 같아"
아까보다 더 잔뜩 미간을 찌푸려 속삭이듯 말하는 남자가 무척 귀여웠다. 그런데, 아직은 안 되는 일이었다. 그가 내 세상에 더 머물러주었으면 했으니까.. 그를 보지 않는 날들에 보상을 받아야 했었다. 조금 전까진 그를 등지고 무릎을 꿇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를 보고 무릎을 꿇어 그의 단단함을 입안으로 끌어안았다. 더 부풀고 더 단단해진 단단함이 입안에 머금고 있기가 벅찼다.
'얘 좀 작게 만들어 달라고 하면... 해줄까? 작게 만들어 입에 가득 담고 싶다'
"안 돼요. 참아요"
"못 참아요"
"왜 맨날 못 참아요ㅠ"
"제가 참을성이 없어요 ^^"
으이고.. 자랑입니다. 아마 그는 막내라 그런 듯 싶다. 입안에서 움직이던 그는 곧 이내 따뜻한 봄에 겨울을 토해냈다. 하얗고 하얀 세상으로 만들어버렸고, 나는 그것을 내 몸속으로 집어삼켰다.
이렇게 위태로운 관계는 시작되고 말았다.
어떤 남자가 나의 몸을 욕망한다는 게 그토록 황홀한 일인가. 분명 아니었다. 아니, 분명 아니다. 지금도 변함없는 사실이니까. 어른 남자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어떤 시간을 보내든, 그의 손을 잡고 그의 목에 매달리고 싶고, 그런 그가 나를 안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이미 생겨버렸으니까. 만지고 만져지고 싶은_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어 안달이 나게 한 최초의 남자가 내 몸과 마음에 지독하게 새겨졌다.
"살이 왜 이렇게 부드러워요?"
"살이 쪄서 그래요^^;;;"
그에게는 마음이 아닌 몸으로 시작한 관계였겠지만, 나에게는 몸보다는 마음이 먼저인 몸짓이었다. 단지 매끈하고 탄탄한 몸을 만지고 싶은 게 아니라, 고요 속에서 그에게 간절히 닿고 싶은 마음으로 그를 만지고 싶은 것이다. 나를 가장 아름다운 손길로 만져줄 당신에게만 벌거벗은 몸을 보여주는 나를 그는 알까.
나는 사랑 없이는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깐.. 터져버린 나의 욕정을 저주해야 하는 걸까.
다리 사이에 쓰라린 통증과 화장실 갈 때마다 느껴지는 아픔은 그가 내게 머물렀다는 나만 아는 그의 흔적이 되었다.
그에게는 그런 내 모습도 이해해 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어리숙한 모습도 그에게만큼은 더 이상 약점이 되진 않을 거 같다.
우습게도 첫 남자와 다른 나의 반응이다. 첫 남자에게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왜인지 자존심 상해서 지난 과거에 많은 남자를 만났다고 거짓말했지만, 이상하게도 어른 남자에게는 오직 당신뿐이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 유일하다고, 자꾸 진심을 전하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그에게 한없이 약점을 드러내고 있어도, 나는 그에게서 만큼은 언제나 안전하다. 어김없고, 어쩔 수 없이 나의 마음은 어른 남자에게로만 흐르고 있다. 그건 내 의지로는 되는 것이 아니어서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하나, 이 사랑이 그에게 닿을 땐 무해한 사랑일 것이다. 틀림없다.
잘 자요,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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