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
소리 내 처음으로 읽어봤어요. 담백하게 첫음절을 떼어낸 뒤 미련이 남은 듯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단어. 수없이 글에서 당신을 불렀음에도 이유 모를 그리움에 당신을 부르고 남은 호흡을 물게 해요. 당신이라는 단어만 보아도 어딘가 아련하고 슬프고 그러면서 동시에 벅찰 만큼 사랑으로 가득 차요. 나는요, 당신이 당신이라 너무 좋아요. 처음부터 이미 당신은 내게 당신이었으니까요. 그런 당신을 당신이라고 부를 수는 없음에, 오늘도 나는 글 속에서 주야장천 당신을 불러봅니다^^
당신, 당신, 다아아아앙신, 다아아앙시인!
당신도 한번, 당신이라는 단어를 말해보세요. 누굴 부를 때 말고 꼭 혼자 있을 때 해봐요!!! 따라 하세요. 당. 신.
담백하게 첫음절 '당'을 내뱉고, 뒤에 '신'을 뱉으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죠? 그 벌린 틈사이로 당신에 대한 그리움과 슬픈 사랑이 당신을 부르고 남은 호흡으로 물고 있다고요. 그래서 숨을 쉴 때마다 아프다고요, 그래서 말할 때마다 당신이 그립다고요. 당신은 결코 알지 못하겠지요. 아무리 진심을 담아내도 당신에게는 가닿지 않으니, 너무 답답하고 속이 상합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당신에게 울고 불고, 떼를 써서라도 말하고 싶어요. 나 좀 봐달라고요, 나 좀 사랑해 달라고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당신이 사랑하는 이에게 '당신'이라 불러보라는 말이 절대 아니에요. 혼. 자. 있을 때 해보라는 겁니다.
전에, 내가 당신에게 물었지요. 최근에 읽었던 소설이 뭐냐고요. 그때 당신이 곰곰이 생각하다가 내가 쓴 엽편 소설이라고 수줍게 대답하며 말갛게 웃던 그날을 기억하세요? 나는요,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걸 좋아해요. 그 사소한 이야기 속에 당신이 내 글을 마지막으로 읽었다는 대답을 하는 순간, 사소한 일이 더 이상 사소하지 않은 날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에요. 너무나 벅차게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했었어요. 당장이라도, 앞에 있는 당신의 귀를 내쪽으로 잡아끌어 입을 맞추고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용기가 없었으니깐요.. 행복에 젖어 어쩔 줄 몰라하던 그때 말이에요, 그때 나는 알았어요. 당신이 필요하다 외치는 초라하고 애절한 마음을 더 이상은 가둘 자신이 없게 되었어요. 당신에게만 향하는 사랑을 내가 멈추게 할 순 없겠구나 하고요.
수없이 곱씹어보고서야, 우리가 왜 함께 할 수 없는지를 이제야 깨달았어요. 서로 끌어안고 있는 두 몸이 결국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더라고요. 당신과 맞잡은 손도 왼손과 오른손, 다른 쪽이어야 함께 마주 볼 수 있다는 것을요.
#사랑이 무조건 행복한 결말이어야만 할까요
있잖아요, 내가 그동안 쓴 소설에서는 절대 이뤄지지 않는 슬픈 사랑만을 담았어요.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고귀하고 아름다우며 소중한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두 주인공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식으로 결말을 내리죠.
가수가 노래 제목 따라간다는 말은 가수의 업이고, 작가는 결말 따라간다는 말이 있어요. 내 글이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당신과 나 지금 달라졌을까요? 그럴까요? 글을 쓰는 걸 너무도 좋아하는 나인데요, 요즘은 글 쓰는 내가 몹시도 싫어요. 당신과 내 이야기가 내 손끝에서 새드엔딩이 되어버린 건가 싶기도 하고요,
당신을 몰래 사랑할 때, 그때 글을 쓰지 말았어야 했는데.. 싶기도 해요. 내가 작가인 것이 너무도 원망스러워요. 요즘 그래요.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 나는요, 죄다 슬픈 이야기만 쓰는 듯해서 속이 상해요. 작업 중인 소설 마무리 되면요, 당분간은 쉬고 싶어요. 앞으로는 더욱더 해피엔딩으로 글을 쓰는 건 무리일 거 같기도 하고요, 더 이상은 새드엔딩 쓸 자신이 없어요. 모든 여주인공이 나인 거 같아서요.
새 출판사에서는 지금도 충분히 슬픈데, 더 슬프게 애절하게 써달라 그래요. 누구의 아이를 임신한 지 모른 채 엄마의 삶이 아닌, 여자의 삶으로 마무리해달라는 말이 왜 그렇게 아픈가요. 결국, 죽음으로 내몬 건 나예요.
허나, 사랑이 무조건 행복한 결말이어야만 할까요?
내 대답은요, "아니요"입니다.
세상 모든 사랑이 새드엔딩으로 끝나버렸으면 좋겠어요.
사랑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용기
비를 좋아하실까
내가 부담스러우실까
과거로 돌아간다면 날 만나주실까
물어보지 못하게 용기도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죄다 죽어버리면 가는 길이 편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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