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러니까 내게는요, 양자역학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신과 현세에서 이어질 인연 또한 아니며, 당신이 날 사랑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당신이 날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당신을 보러 간다고 했을까요..... 굳이 왜...
그냥 무를까요... ㅠㅠ
분명하게도, 당신을 본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서 가겠지만, 당신이 날 보는 눈빛이 사랑이 아닐 터이고, 반가움이 아닐터인데, 그러면 나에게 돌아오는 건 상처일 뿐일 텐데.... 굳이 왜 간다고 했을까요. 한주만 더, 한 달만 더, 한 계절만 더 참고 버티면 내 사랑도 식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또다시 리셋되어 당신을 사랑해버리고 말겠죠. 돌고 돌아 또 사랑이 시작되어버립니다.
당신 때문에 이렇게 힘든 날 알기나 알까요. 먼지 한 톨만큼이라도 알까요? 알면, 뭐가 달라질까요. 글쎄요... 굳이 알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굳이 알아서 좋을 것 없는 불편한 진실이겠죠. 당신이 내 글을 빠짐없이 읽고 미안해하셨으면 했다가도, 당신이 내 글을 안 읽었으면 해요. 그래야 내가 당신 보러 갔을 때 내쪽에서만 티 내지 않으면 우리 계속 공적인 관계로 남을 수 있으니깐요. 그런데 그건 안 되겠죠. 당신이 다 알아버렸으니깐요. 당신을 보지 않는 것도, 보러 가는 것도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어요. 그래도 당신을 본다는 생각에 한껏 부푼 내가 안쓰러워요.
#함부로 사랑 마세요
내 마음에도 봄이 왔나 봐요. 당신이 잊지 않고 날 찾아와 온통 피어나요. 그런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내게는 없고요, 그 방법을 도통 찾을 수가 없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사랑하지 말걸 그랬어요. 당신과의 추억과 기억을 조금 덜 만들고, 억지로라도 덜 사랑했더라면, 당신이 내게 피어나고 지고 또 피어나고 지고 하는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죠. 그러면 당신을 앓지 않을지도 모를 텐데요...
#잊는 건 미룬다고 오지 않는 게 아니래요
이별이라는 말을 쓰기가 참 그슥한 게, 시작이 없었잖아요.. 그렇죠? 시작도 하지 않는 사랑에 이별을 쓰자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요. 그래서 차일피일 미뤘어요. 혼자 하는 짝사랑,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 외사랑... 사랑이긴 하지만요, 짝사랑과 외사랑은 이별이 없대요. 이별 대신 잊어야 함이 있을 뿐이죠. 내 쪽에서만 사랑을 접으면 되는_ 그러면 아무 일 없는 것이 되어버리죠. 이별과 잊는 건 미룬다고 해서 오지 않는 게 아니래요.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고, 오늘 아픔을 내일의 나에게 미루지 말자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아플 뿐이다 싶지만서도, 그게 잘 안돼요. 사랑 앞에 이렇게 구질구질하고 못나 보이는 건 다들 그런가요? 아니면 나만 이런가요?
어차피 내 곁에 있을 수 없는 당신인데, 뭐 때문에 이리도 쉽지가 않은 걸까요. 미루면서 알았어요. 더한 슬픔과 더한 아픔이 매일매일 오늘보다 더 크게 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이제는 어쩔 수 없어요. 기필코 당신을 잊겠다고 한 약속을 기어코 지키고 마는_ 그래야겠죠.
날 사랑하지 않는 당신 말고, 첫 남자를 사랑할 걸 그랬어요.
날 사랑하지 않는 당신 말고, 개자식을 사랑할걸 그랬어요.
날 사랑하지 않는 당신 말고, 짝퉁남자를 사랑할 그랬어요.
그랬더라면, 나도 분명 사랑을 받을 테니깐요.
그래도 나는요, 어쩔 수 없이 당신만을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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