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보니 벌써 30대 후반이 되어가지만, 내겐 여전히 7살 아이 정도의 순진무구함이 남아있다. 나이를 먹고 있음에도 철없는 부분이 있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서른 중후반의 일생을 살고 있는, 어쩌면 고단하고 매일이 버겁지만 현재의 삶에도 이제 적응을 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계획할 수 있는 내가 되어 갔다.

올해는 끝인 줄만 알았던 김장은 또다시 며느리인 나를 배추 앞에 서게 만들었다. 가게 김치는 메인 요리가 아닌 밑반찬으로 나가지만, 이렇게 정성과 사랑을 담아 김장을 하신다. 가게에 김치맛으로 온다는 손님들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어머님과 단 둘이 배추에 양념을 치대면서 주고받은 대화와 서로의 입속으로 갓 치댄 김치를 욱여넣고 맵니 짭니 속 따갑니 하면서 하얀 흰밥을 한거석 넣어주시는 호탕한 어머님과 그렇지 못한 며느리는 이제 그럴싸하게 서로 익숙해져 갔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마지막은 항상 케이크. 초에 불을 밝히고 서로 각자 소망하는 일을 소망한다. 아직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 있는 아이들은 갖고 싶은 장난감을 두 손 모아 기도하고, 나는 이 소소한 날을 깨지 않기를 소망한다.

뒷날, 외출 후 산타아빠가 다녀간 선물에 아이들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조립하고 만들기를 좋아하는 첫째가 갖고 싶어 하는 자동차 레고, 헬로카봇에 아주 푹 빠져있는 둘째를 위해 헬로카봇 변신로봇으로 며칠 동안 행복해했다. 어렸을 때 나도 이렇게 장난감 하나로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던 때가 있었나.. 생각해 보았지만 결국 떠올리지 못했다. 갖고 싶었던 것이 없었던 건지, 갖고 싶은 걸 미리 주셨던 부모님의 사랑 덕분인지....

2024년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 방학을 시작했다. 이틀 뒤, 첫째 유치원 방학. 공식적으로 '엄마'의 역할에만 초점을 두어야 하는 시기. 모든 내 생활이 아이에게만 집중된다. 첫째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 마지막 유치원 겨울 방학이므로 조금 더 많은 추억을 남기고자 많은 활동을 계획 중이지만, 계획만으로도 숨이 가쁘다.

형아 없이 엄마와 단둘이 하는 데이트에서 둘째는 사랑을 독차지하여 더없이 행복했고 덧없이 어리광을 피웠다. 마치 엄마가 점점 크면 클수록 사랑을 덜 준다는 생각을 하는 건지 마치 두 살 아이로 돌아간 듯 품에 파고들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엄마는 또 반성해 본다. '내 사랑이 부족했나, 아이에게 신경을 덜 썼나' 하면서 반성에서 자책으로 넘어갔다. 반성과 자책의 시간은 늘 길면 나만 손해라는 걸 안다. 둘만의 데이트에서 더 열심히 놀기로 다짐하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키즈카페에서 신나게 몸으로 놀았다.

첫째 유치원 하원과 학원을 보내 줄 때마다 업고 가잔다. 힙시트를 들고 수줍게 달려오는 둘째의 모습에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업어준다. 누가 저렇게 함박웃음을 하고 오는 자식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내 몸무게의 딱 반. 사실 허리가 아프고 골반이 아프지만, 이 또한 지나가면 후회할 듯하여 많이 업어주려 한다. 그런 맥락으로 아직 찌찌를 만진다. 불안하거나 낯설면 옷 속에 손을 짚어넣는데, 이 행동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더 업어주고 싶어도, 더 품어주고 싶어도, 더 안아주고 싶어도 점점 크면서 내 품을 벗어날 아이들을 생각하면 서운하고 슬프다. 7살 첫째가 지금 그렇다. 점점 내 품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과정이겠지만, 첫째가 금방 크는 게 아쉬워 둘째는 더 품으려 하는 내 욕심에서 오는 허용일 수 있겠다.

좌충우돌이겠지만 두 아이와 나 그리고 남편과 함께 올해의 마지막을 아이들과 함께 따뜻하게 잘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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