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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육아일기

엄마의 진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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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이의 이름을 불러준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반의 반만 이라도 누군가의 엄마가 아니라
엄마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엄마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점점 없어진다.



"**엄마", "**어머님!"
내 이름은 "**엄마"이다.
첫 딸을 위해 고민하고 고민해서 아빠가 지어주신, 아름답고 어질게 살아라는 뜻을 가진 내 고운 이름은 하루에 단 한 번도 불리지 않을 때가 많다.
뭐... 어찌 보면 한 번도 불리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렇게 내 이름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라진다.
그렇게 엄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렇게 내 이름은 원래의 나 자신도 옅어지게 한다.



엄마가 되는 어떤 교육이나 커리큘럼 없이, 출산과 동시에 나는 자동으로 엄마가 되었다. '엄마'라는 꼬리말을 달고 내 마음은 자주, 수시로 구겨졌다. 완벽한 엄마는 아니더라도 '잘'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임신 내내 무거운 몸으로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내 몸은 거대하게 변했고, 제왕절개의 고통은 마치 내 배가 불타는 듯했으며, 내 작은 유두에서 모유를 먹는 아이가 미울 만큼 아팠다. 육아를 하면 할수록 나의 자존감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이렇게 못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에 꽤나 큰 충격을 맛보았었다. 엄마라는   이름은 15년을 넘게 학교를 다니면서 단 한 번도 배우지 못한 일이었다.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늘 고갈되는 하루에 숨이 막혔다. 24시간 하루 중 내 시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단 5분도 없었으니까. 그러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모든 이유가 나에게서 시작된 것 같은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하루 종일 정말 미친 듯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도 제대로 하는 일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그렇게 엄마가 된 지 7년이 지났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여전히 아등바등한 인생이지만, 이제는 제법 짬밥도 생겼고, 요령도 생겼다. 아이를 낳아 키우지 않았다면 결코 몰랐을 벅찬 행복과 사랑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 엄마의 삶이 내게 보였다. 내 삶의 눈물 버튼. 친정엄마.
옆에 엄마가 계시지 않았다면 나는 진즉에 두손두발 들고 고꾸라졌을 거다. 무엇하나 그냥 되는 것이 없는 것을 엄마를 통해 배웠다. 아침마다 따뜻한 밥 먹는 일도, 저녁이 되면 온기로 편하게 잠드는 일 등등 모두 엄마의 손길이 없는 곳이 없었고, 모두 엄마의 희생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엄마의 남은 시간은 엄마의 이름을 찾아주고 싶다. 내가 내 이름을 갈망하듯 내 엄마도 분명 그러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진짜 이름을.
나도 엄마지만 여자이고 그 이름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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