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는 거짓말쟁이야!!!"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안전하게 타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키제한. 110cm 이상, 120cm 이상.
첫째가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말한 뒤부터 매일 키를 재어보는 게 하루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놀이기구 타러 가도 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가 놀이기구도 못 타는 겁쟁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미루고 미뤘는데 터져버린 것이다.
졸지에 나는 첫째 아이에게 약속을 어긴 천하의 나쁜 엄마가 되어있었고, 37살 먹은 어른이 7살 어린이한테 거짓말하는 파렴치한 어른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유치원, 어린이집을 째고 급하게 가족 여행을 가기로 결정했다.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굉장히 추운 날이었고, 몹시 추웠다. 거기다 몸살인지 근육통인지 모를 상태라, 조금은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버거웠으며 거기다 얼마 전 발톱에 무거운 걸 떨어뜨리는 바람에 생발톱이 빠지고 있는 중이라 아프기도 했지만, 첫째 아이의 원망하듯 울며 말하는 모습을 차마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아파도 오길 잘했다.
힘들어도 오길 잘했다.
세상 모든 엄마는 강하고 지혜로우며
자식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만 보고도 엄마는 안 먹어도 배가 부르고, 거기다 심지어 입에 든 것도 자식이 먹겠노라면 그마저도 꺼내 먹이고 마는, 자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자기 자신이 죽더라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감에 망설임이 없는 것이 엄마랬다.
우리 아이들에게 나도 이런 존재이고 싶다. 이런 존재일까.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세상에서 정한 좋은 엄마의 됨됨이는 배우거나 학습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고 그런 상황이 오면 나도 기꺼이 내 몸을 던져줄 수 있다.

엄마와 함께 놀이기구 타고 싶다고 한 첫째는 나와 회전목마만 3번 탄 것이 전부이다.
그마저도 나는 큰 결심을 여러 번 해야 했으며, 회전목마에서 말은 타지 못했다ㅠㅠ
그런 엄마라도 같이 와서 좋다는 착한 아들. 겁 많은 엄마와는 달리 아빠와 첫째 아들은 아주 신나게 탈 수 있는 놀이기구는 죄다 탔다. 내 자식이지만 엄마 안 닮아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테레비를 잘 보지 않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있다. 뭔가 영상을 보고 싶거나 자극이 필요할 때마다 나는 "동물의 왕국"을 본다. 오래전부터 좋아했고 여전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아이들도 동물의 왕국을 켜놓으면 나와 같이 빠져들어있다. 테레비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만나 반갑고 신기하고 좋았지만, 이내 가족들과 떨어져 머너만 타국에서 동물원에 갇혀있는 이들이 안쓰러웠고 미안했으며 연민에 빠졌다.

많은 동물 중에서 침팬지와 눈이 마주치고 나서 꾹꾹 참고 있던 눈물이 결국 터져버렸다. 즐거울 것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공허한 눈빛으로 자신을 구경하는 인간들을 멍하니 쳐다보는 침팬지의 갈 곳 잃은 눈동자. 자기 발을 잡고 심심하듯 구르기만 하는 두 마리의 침팬지 행동에 나는 펑펑 울고 말았다. 멈추질 않았다.

<동물의 왕국> 중에서 나는 특히 고양이과 동물 중 유일하게 무리생활하는 사자를 굉장히 좋아한다. 무리생활은 몸을 숨길 수 없는 초원에서 먹이 사냥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번식을 위함과 새끼를 지키기 위해 암컷의 처절한 동물의 세계에서 사자는 무리를 지어 살아야 함을 본능으로 일깨운 생존이다. 동물의 왕이라고 불리지만, 사실상 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며, 새끼를 지키기 위한 처절한 암컷들의 슬픈 이야기가 바로 동물의 왕국이다. 매번 테레비로 동물의 왕국을 볼 때마다 대성통곡을 하는 나를 아직도 남편은 이해하지 못한다.... 역시나 사파리에서 본 사자의 뒷모습에 끝끝내 눈물을 참아내지 못하고 말았다.

그런 엄마 마음을 알고 있는 두 아이는 둘이서 소곤소곤 작당모임을 한다.
"너네 엄마아빠 보고 싶지? 우리가 조금만 크면 꼭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줄 테니깐 반찬투정하지 말고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있어. 꼭 구하러 올게. 나는 약속 지키는 어린이거든!!"
귀여운 작당 모임하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얘들한테서 니를 보는 거 같다. 유전자 힘은 대단해"
동물원에서 동물의 구출을 약속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다.

낮잠 자는 시간에는 뭐든 못마땅하다. 죄다 싫고, 죄다 미운 것투성이다. 결국 4살 둘째 아이의 만병통치약 '찌찌'를 찾는다. 수유실에 데려가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찌찌를 찾고 나서야 진정을 찾았다.
내 아이들 공식 자장가.
'예쁜 아기곰' 노래를 3번 부르면 꿈속으로 직행!
하루종일 바쁜 일정을 마친 둘째는 엄마가 불러주는 예쁜 아기곰 노래 2번 듣고 꿀맛 같은 낮잠을 잤다.
여전히 엄마품이 좋은 4살 쪼꼬미.
둘째보다는 형이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7살 형아.
거기에 눈물 많고 겁 많은 쫄보 엄마.
강하지 않은 엄마에게서도 잘 자라고 있는 거..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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