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음파, 내진 같이 보면서 설명드릴게요"
"네????? 내진이요??"
"속옷 벗고 치마로 갈아입고 오세요"
"....... 네"
몸에 이상이 있거나 아프면 곧바로 병원을 가는 편이다. 그러나 그중에 아프고 불편해도 가기 싫은 병원이 하나 있다. 바로, 치욕의 의자가 있는 산부인과. 나는 그 의자에 치마를 올리고 다리를 벌려 진료를 보는 자체가 정말이지 싫다. 코어 운동을 무리하게 해서 통증이 생긴 것이 분명한데 귀 얇은 첫 남자는 직장동료가 집사람이 골반염 일 때와 증상이 비슷하다며 산부인과 검사도 받아보라고 권했단다. 소가 도살장 끌려가듯 나는 산부인과에 끌려갔다. 4년 만에 오는 곳이라 더 어색하고 민망하고 싫은 곳이었다. 처음 내가 첫 남자와 사랑을 하고 부정출혈로 응급실에 왔었는데 그때 당직 남자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보기 시작해 쭈욱 이분께 진료를 봤었다.
"마지막 생리와 마지막 관계는 언제입니까?"
"어......."
"마지막 생리는 15일, 마지막 관계는 10월 말입니다"
첫 남자가 대답했다.
그리고 낯 뜨거운 사생활을 묻는 문진을 끝내고 내가 어떻게 아픈지 증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의사 선생님을 뵈었다.
"오신 김에 자궁경부암 검진도 같이 진행할게요.
초음파와 내진 같이 보면서 설명드릴게요"
"네? 내진이요????"
"속옷 벗고 치마로 갈아입고 오세요"
간호사가 이야기했다.
"엉덩이까지 치마 올리고 다리 벌려 누우세요. 선생님, 준비 다 되었습니다"
"자, 한번 봅시다. 다리 힘 빼세요. 넣겠습니다"
"아아파요ㅠㅠㅠㅠㅠ"
복부초음파가 아니었다.. 질 초음파였다 ㅠㅠ
"다리에 힘을 빼세요. 그래야 안 아파요"
"아파서 안 돼요ㅠㅠ"
"이제 내진하겠습니다"
"악!! 잠시만요 내진은 왜 해요! 임산부도 아닌데!!!"
"다리다리 다리 힘 빼셔야 상처 안 생깁니다. 환자분, 호흡하시고 힘 빼세요! 골반염은 내진으로 확인하겠습니다. 복부에 통증 있으면 이야기하세요"
"아파요! 아프다고 했잖아요"
"불편한 거 말고 통증이 있을 때 말씀하세요"
의사 선생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치욕의자에서 치욕스러운 검진을 했다. 내 예상대로 골반염이나 질염은 없었고, 자궁은 깨끗했다.
하.. 머리는 산발이고, 온몸에 힘을 얼마나 줬던지 힘이 하나도 없다.
"자궁이 깨끗하다면 임신도 잘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됩니까?"
첫 남자가 물었다.
"자궁이 깨끗하다고 했지, 건강하다고는 안 했습니다. 3회 연속적으로 유산을 한 경우, 자궁의 건강상태는 좋은 상태는 아니며 설사 임신을 한다 해도 또....."
유산. 잊고 지내고 있었다.
아이를 잘 품어주지 못하는 내 몸이 원망스러웠을 때가 있었다.
"한의원에서 자궁이 차다고 해서 한약도 먹고 따뜻하게 하는데 효과 없을까요?"
첫 남자가 물었다.
"하하. 한약 먹고 임신하면 난임이나 불임이 있을 리가 없죠"

잘 들었니? 배를 따뜻하게 한다고 해서, 한약과 보약을 먹는다고 해서 임신이 되지 않는단다. 그러니 헛된 꿈은 접어라. 첫 남자야. 한약 그만 먹고 싶어.....
세상은 참으로 요지경이다. 누구는 원치 않은 아이가 잘도 생겨서 문제, 누구는 각종 몸에 좋은 거 챙겨 먹고 난임 치료를 병행하고, 신앙과 종교를 믿으며 온 마음과 멘탈도 신경 쓰면서 건강과 체력을 위해 운동을 겸해도 생기지 않는다. 그럴 수 있지. 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신체 또한 다르다. 거기다 호르몬도 각기 다르며, 자궁 또한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난임과 불임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나는 술, 담배 경험이 없었고, 첫 남자 이전에는 남자 경험 또한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임신이 쉽게 잘 될 거라 생각하는 무지한 첫 남자야. 아이를 임신하는 데 있어서 그럴 수 없는 내 몸이 문제 이긴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신의 영역이다. 그리고 둘 낳았음 된 거 아녀??? 그러니 이제 그만해.
젠장.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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