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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65 잘자요



꼭 잘 자요,
편히 잘 자야 해요.

찬바람 오지 못하게
이불 단디 덮고
편히 잘 자요.

제게서 자꾸만 떠나가는 잠은
그리움이 남긴 발자국 따라가다
그대 곁으로 나를 데려 놓고 맙니다.
지치지도 않고 그대 곁으로 가는 마음을
오늘도 거두지 못하고 그대에게 가고 말았습니다.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나는 지금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차마 버릴 수 없는 건 이제 그리움 밖에 없습니다.
보잘것없겠지만, 해볼 건 다 해보고 싶었던 욕심으로
행여나 찾아올까 하는 기다리는 마음이 허무해졌습니다.
압니다. 알아요.
기다리라 하지 않았고, 기다린다 하지 않았죠.
압니다. 알고 있어요.

오늘도 결국은 그대에게 도달하고 말았으니,
오늘은 나쁜 꿈도 꾸지 말고,
꼭 잘 자야 해요.
그대는 내게 없지만,
그대 곁에는 내가 있을게요.
그러니, 깨지도 말고 잘 자요.

아프지 말아요.
감기라도 걸리지 말아요.
늘 그대의 행복을 바라지만,
오늘만은 잘 자기만을 바랄래요.

그대보다 그대를 더 사랑하는 내가
그대 기억 속에서 영원히 살고 싶습니다.
보고 싶어요, 많이.
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날이 밝으면 그대가
늙고 못나져 버렸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그대를 좋아하는 마음이
죽어버렸으면 해요.

수없이 가까이 다가가는 상상을 해보지만,
가까이 가기엔 너무 두렵고 무섭습니다.
바람 앞 촛불처럼 그대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요.

미워하면 할수록
보고 싶어 집니다.
버리려 하면 할수록
미워집니다.
미워하면 할수록
또 보고 싶어 지고요.

가도 가도 끝도 없는 길에서
그리움만 차곡차곡 쌓고 있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미워요. 진짜 밉습니다.
그리고 좋아해요. 정말 좋아하고 있습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하고 있어요. 미칠 만큼 사랑해.
자고 있는 그대 옆에서 너무 떠들다 갑니다.
깨지 말고 아침까지 푹 잘 자길 진심으로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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