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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61 듣고 싶어




"사랑해"

국어사전에도 없는 세 글자의 저 짧은 말이 그의 입으로 몹시도 듣고 싶다. 때론 구원 같은 의미를 가지기도 하고, 어쩌면 소멸 같은 의미를 가지기도 한 저 말이 나는 그토록 듣고 싶다. 입술로 전하지만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 진실된 눈으로 완성되는 말. 그에게서 듣고 싶다. 마음이 시켜서 하는 말이 아니라도 된다. 거짓이어도 좋다. 빈말이어도 좋다. 인심 써주듯 해도 좋다. 아무 감정 없이 책 읽듯 해도 좋다. 그의 목소리로 저 말이 듣고 싶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를 상상을 해봤다. 그와 있는 것만으로 자꾸만 설레는데 직접 들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얼마나 달콤할까.
그에게 듣는 저 짧은 한 마디에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겠지? '사랑해'는 나에게 '밥 먹자'라는 말만큼 흔한 말이지만, 그의 입에서 내뱉어지는 일은 더군다나 나를 향해 뱉어질 일은 결코 없는 금기어 같은 문장이겠지.
나는 그를 볼 때마다 저 말이 튀어나올까 봐 의식해서 참고 있다. 가령, 그와 나눈 대화에서 눈꼬리 늘어뜨리며 웃을 때나 그의 얼굴과 가까워질 때 또 그의 입에서 낮은 호흡이 내뱉어질 때면 나도 모르게 진심이 훅 튀어나올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착한 사람이니깐 한 번만 해달라고 졸라볼까? 그럼 못 이긴 척 말해주려나. 그래주려나. 거절하지 못할 거 알면서 조르는 내가 더 나쁜 거겠지? 그래, 그렇겠지?
나는 그를 온전히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그에게서 온전한 '사랑해'라는 말이 듣고 싶다. 그뿐이다. 마음을 달라는 건 아니잖아? 진짜 사랑해 달라는 건 아니잖아? 그저 그냥 어른 남자 입에서 저 말이 몹시 듣고 싶은 거다. 그게 다다. 어렵지 않잖아?
  나 왜 이리 못돼졌지?ㅜ 내가 점점 못나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ㅠ 아니지, 그냥 숨김없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마음을 고백하는 거라 해두자. 나라도 날 구차하게 만들지는 말자. 너무 구질구질하니까 말이다.
못났다. 증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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