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몸은 굉장히 다부지고 탄탄하다.
그를 감싸고 있던 옷이 그의 탄탄한 몸을 꽁꽁 숨기고 있었구나 싶어 괜히 옷이 미워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몸'이다. 남자는 남성적인 면모를 잘 발현되는 인체를, 여자는 여성적인 면모를 가진 인체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는 여성적인 몸매의 여자에게 끌리고, 여자는 남성적인 몸매의 남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 그렇게 비 오는 어느 날 그의 몸을 보았다. 시각으로부터 오는 자극은 실로 컸고, 이상적이었다. 테레비에서만 보았던 넓은 어깨와 등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그의 위에서 목을 끌어안고 좀 더 가까이 밀착했을 때, 그때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았다. 그러고는 또 한 번 현실의 벽을 직면했다. 그는 사랑하는 이가 있는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이었다.
"아팠겠어요"
문신을 쓰다듬으며,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그 말을 내뱉는 나도 아팠다.
사랑하는 그가 아팠을 고통이 내게 오버랩되어서 아픈 것인지, 아니면 그의 문신의 의미가 날 아프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몸에 그려진 타투가 날 많이 아프게 했다. 그리고 다시 그를 끌어안았을 땐, 옳은 것은 죄 다 버리고 틀린 것만 끌어안고 있는 듯한 내 모습이 슬펐다.
그러나 알고도 시작한 것임에 그 슬픔은 그에게 보일 순 없었다. 슬픔을 보였다간 그가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나는 그 슬픔이 오래가지 않았다. 그와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금방 나를 말랑말랑한 상태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그에게 안기고 있을 때 나는 꽤 그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았다. 또 나는 그에게 쉽게 헤어나지 못할 것도 느꼈다. 어쩌면 평생 끌어안고 가야 할 숙명이라고 느껴질 때즈음, 그는 내게 한 땀 한 땀 내 몸에 각인시켜 주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문신처럼 내 몸 어딘가에 그를 새겨버렸다.
나만 아는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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