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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60 타투



  그의 몸은 굉장히 다부지고 탄탄하다.
그를 감싸고 있던 옷이 그의 탄탄한 몸을 꽁꽁 숨기고 있었구나 싶어 괜히 옷이 미워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의 몸'이다. 남자는 남성적인 면모를 잘 발현되는 인체를, 여자는 여성적인 면모를 가진 인체가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는 여성적인 몸매의 여자에게 끌리고, 여자는 남성적인 몸매의 남자에게 성적 매력을 느낀다. 그렇게 비 오는 어느 날 그의 몸을 보았다. 시각으로부터 오는 자극은 실로 컸고, 이상적이었다. 테레비에서만 보았던 넓은 어깨와 등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그의 위에서 목을 끌어안고 좀 더 가까이 밀착했을 때, 그때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았다. 그러고는 또 한 번 현실의 벽을 직면했다. 그는 사랑하는 이가 있는 한 지붕 아래 사는 사람이었다.

"아팠겠어요"

문신을 쓰다듬으며,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그 말을 내뱉는 나도 아팠다.
사랑하는 그가 아팠을 고통이 내게 오버랩되어서 아픈 것인지, 아니면 그의 문신의 의미가 날 아프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몸에 그려진 타투가 날 많이 아프게 했다. 그리고 다시 그를 끌어안았을 땐, 옳은 것은 죄 다 버리고 틀린 것만 끌어안고 있는 듯한 내 모습이 슬펐다.
그러나 알고도 시작한 것임에 그 슬픔은 그에게 보일 순 없었다. 슬픔을 보였다간 그가 도망갈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나는 그 슬픔이 오래가지 않았다. 그와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금방 나를 말랑말랑한 상태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그에게 안기고 있을 때 나는 꽤 그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았다. 또 나는 그에게 쉽게 헤어나지 못할 것도 느꼈다. 어쩌면 평생 끌어안고 가야 할 숙명이라고 느껴질 때즈음, 그는 내게 한 땀 한 땀 내 몸에 각인시켜 주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문신처럼 내 몸 어딘가에 그를 새겨버렸다.
나만 아는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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