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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63 백허그



"편집장님, 다른 편집장님도 편집할 때 이렇게 해요?"
"아뇨.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작가님이 처음이에요. 불편하세요?"
"아니요!"

'불편하긴요, 너무 좋아요'

매번 공적인지 사적인지 모를 그의 행동의 명분이 궁금했었다. 그렇지만 확인할 용기가 없었다. 공적이었다고 그가 대답하면 지극히 사적인 내 감정에 상처를 입힐 것이 분명했으며, 또 하나는 그에게는 공적인 일이었으나 사적인 나로 인해 변질되어 버렸다고 원망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용기가 생겼고, 나는 물어보고 말았다. 그의 대답은 사적이었다고, 사적이라고 말했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가 원하는 답을 말하는 그. 한번 더 듣고 싶었다. 한번 더 말해달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기쁨과 동시에

'왜 그랬나요? 왜 그러셨어요?'

라고 반문하고 그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마스크를 벗고 말갛게 웃는 그의 얼굴을 보고 나의 반문은 쏙 들어가 버렸다. 너무 보고 싶었던 그의 얼굴. 그토록 오매불망 그리워했던 어른 남자가 선한 얼굴로 날 본다.

'괴롭히고 싶어'


어째서 인지 왜 그의 선한고 말간 얼굴만 보면 괴롭히고 싶은 건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겠단 말이지. 분명, 그와 나 사이는 흑과 백,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명확한 관계이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는 날 사랑하지 않는, 꽤 정확한 사이. 날 사랑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기나 불만, 반발심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아닌 듯하나, 그를 괴롭히고 싶은 이유를 아직 정확히 찾지 못했다.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본다면, 나는 괴롭히는 쪽이 아니라 괴롭힘을 당하는 쪽에 가깝다. 굳이 왜 그에게만 내가 괴롭히는 쪽에 서려는 것일까. 당최 왜??

말간 표정의 얼굴로 사적이라고 대답하고는, 부드러운 손을 더 부드럽게 무장하고 내게 들어왔다. 몇 번의 경험으로 뻔히 알고 있는 그의 손길과 느낌이지만 여전히 떨리고 설레고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의 손길에 움트는 나와 내 손길 속에서 그의 상체는 곧 민감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만다. 내 손은 방향을 틀어 바지 위에 본능적으로 멈췄고, 바지 위로 느껴지는 단단함과 축축함에 간신히 부여잡고 있는 이성의 끈이 툭하고 끊어지고 만다. 그리고 본능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 손은 빠르게 그의 맨살을 만지길 원했고, 그런 날 위해 그는 배려를 보여주었다. 더 뜨겁고, 더 단단한 그였다. 몇 번의 경험으로 미끌거리면서 움직일 수 있게 내 움직임은 변해있었고 이미 단단했던 그는 더 한번 단단해졌다. 그렇게 나는 그의 손에, 그는 내 손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내 입안에서 단단한 그를 살살 어루만지며 달래주고 싶었다. 머금고 있고 싶었다. 그러나 나보다 그가 빨랐다. 아래로 내려갔다. 내 안으로 들어오기 전, 그는 매번 내 얼굴을 빤히 본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표정이, 내 모습을 보고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가 날 보듯이 나도 그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있다. 앙다문 입술과 어딘가 집중하면 미간을 찌푸리는 버릇이 있는 그는 굉장히 섹시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가 내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날 벅차게 차오르게 한다.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낮은 호흡을 내뱉으며 그는 내게 천천히 그리고 깊게 들어왔다.
그가 내게서 꽉 찼다.
사랑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에 행복했다. 지금부턴 확실하게 그는 내 사람이 된 것이다.

"아파?"
"아니, 좋아"


그가 갖고 있는 배려가 얼마만큼 쌓여있길래 이런 순간에도 배려가 보이는 걸까. 신기해.
짙은 들숨과 날숨을 내뱉는 그의 입술은 아찔하리만큼 날 어지럽혀놓았다. 그의 입술이 내 귀에 머물렀고 그는 나를 더한 곳으로 몰아세웠다. 따뜻하고 달콤한 그의 입속은 나를 더 갈망하게 만들었고, 그에게서 영원토록 벗어나지 못하게 가두는 듯했다. 그리고 갑자기 내게서 빠져나간 그. 행복을 쟁탈당한 기분이었다. 곧 다시 그는 내게 들어올 모양새를 했고, 나는 그에게 등을 돌려 엉덩이를 들어 보이고 말았다. 미친 거지.... 분명 날 변태로 생각했을 거다. 다행히 내가 뭘 원하는지 그는 정확하게 알아챘고, 내가 원하는 걸 하려 했다. 사실.... 등을 돌리고 곧바로 후회했다. 나이 많은 어르신이 나보고 왜 이러고 있냐고 물을까 봐 심장이 터져버리는 줄 알았으니까ㅠㅠ 그렇게 묻는다면 운동하는 거라고 이야기하려 했다^^;; 그런 창피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짝사랑이자 외사랑이 그날로 쫑날뻔한 일이었다.
뒤에 있는 그는 더 깊숙한 곳을 향해 더 깊게 들어왔고, 더욱 꽉 찼다. 움직일 때마다 어딘가 부딪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팠다. 그러나 분명 좋았다.
'아픈데 너무 좋다'라는 표현은 내 평생 쓸 일 없는 말이었다. 통증과 아픔을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아픈데도 좋다? 있을 수 없는 일을 경험했다. 이 이중적인 표현이 나를 표현하는 정확한 표현이다. 나 진짜 변탠가?ㅠㅠ

"많이 해도 돼요??"
"응? 많이 하면 안돼요?"
"임신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저 임신 안 해요"

뒤에 있는 그가 날 안으며 말했다.
내 뒤에 있으니 그가 어떤 얼굴로 하고 말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말투와 목소리에는 날 걱정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또 한 번 그의 배려를 보았고 다시 그와 나는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그에게서 길들여지고 있었다. 내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뜨거운 숨소리와 내 허리와 엉덩이를 잡고 움직이는 그의 모습이 상상되면서 짙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뒤에서 날 감싸고 있는 느낌이, 그와 완벽하게 하나가 된 듯한 시간이 끝이 났다. 그가 내게서 빠져나왔고, 현실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건네준 휴지엔 그가 남겨진 그의 잔해들이 아닌, 혈흔만 묻어났다.

"저 피나요ㅠㅠ"
"너무 세게 했나 봐요ㅠㅠ괜찮아요?"
"괜찮아요"

진짜 그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 같다. 그에게 등을 돌려 엉덩이를 들이밀고 있는 야한 여자였다가 갑자기 피 묻어난다고 쭈글쭈글 모드로 변하는 날 보고 뭐라고 생각하겠어ㅜ
문란한 여자라 생각하겠지? 하.... 젠장. 빌어먹을.
다시 그를 보러 갈 수 있을까? 없을 거 같다ㅜ
아니, 대체 나는 왜 그에게 등을 돌렸단 말인가... 첫 남자와도 하지 않는 걸 갑자기 왜 그런 행동을 어른 남자에게 한 것이냐고? 이쯤 되니 진짜 궁금하다. 내 나이의 여자는 다 이렇게 변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그 선무당? 의 말처럼 어느 남자와도 잘 맞아 무궁무진한? 발전가능성을 가진 건지, 아니면 어른 남자가 날 이렇게 만들어놓은 것인지 알고 싶다. 분명한 건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는 것과 내가 어떤 모습이든 어른 남자에게는 숨기지 않고 날것의 나를 그대로 보여주어도 이해해 줄 것 같다는 것. 요즘 내가 참 낯설다.

현실로 돌아와 나는 그의 마중을 받았다.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우리우리한 통증과 왼쪽 골반에서의 느껴지는 뻐근함이 불편했지만 첫 남자의 말이 떠올라 아무렇지 않은 척 걸었다.

"경험이 부족한 여자는 그만큼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는 걸 증명된 셈이야"

나는 그에게 매력 없는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경험이 많아 매력이 넘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가 돌아가고 내딛는 걸음마다 느껴지는 통증을 그제야 마주했고, 내게 있던 그가 조금씩 흘러나옴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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