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다.
우리의 인생 모든 순간에는 '처음'이 존재한다. 태어나서 현재로 이르기까지 수많은 '처음'들과 마주한다. 이처럼 '처음'이라는 것을 빼고 인생을 설명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살면서 많은 '처음'을 경험한다. 모든 '처음'의 순간들이 마냥 기쁘고 설레고 좋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가슴 떨리고, 설레게 좋은 '처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것으로 '사랑'을 꼽을 수 있다. 첫사랑, 첫 데이트, 첫 만남, 첫 고백은 부풀릴 수 있을 만큼 한껏 부풀려놓게 만들고, 처음이라는 감정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이건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완벽한 밀실에 산뜻하고 확실하게 갇히고 마는 아찔하고도 황홀한 경험에 이르게 한다. 이것은 어쩌면 사랑이 지닌 특유의 에너지이자,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사실 원래 처음 그 자체만 봤을 땐 힘이 없다. 늘 처음은 서툴고 낯설며 완벽하지 않다. 그리고 처음은 곧 사라진다. 그러나, 그 처음을 잘 지키려는 마음과 그런 행위가 만나 사랑을 지키는 힘이 된다.
나도 처음은 있었다. 살면서 반복되는 일상 속에 어른남자는 내게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따른다.
나로서는 그에게서 모든 '처음' 순간들을 꽤 많이 누렸다. 그에게 난 처음이라는 순간이 찾아볼래야 없겠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럴 때 보면 가까이 있는 듯 하지만 서로 다른 평행선에 서있다.
그동안 경험했던 처음의 순간들이 어른 남자를 대입하게 되면 다시 '처음'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자면, 남주여주 사랑이야기를 쓰면서 수없이 대사에 '보고 싶다'라는 말을 썼었다. 소설 속에 스토리와 사연을 담고 있어 그게 전달이 되긴 하겠지만, 지금처럼 보고 싶다의 절절하고 진정성 있게 써보기는 '처음'이다. 같은 말인데도 어른 남자가 들어가는 순간, 나에게는 모든 순간이 처음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나의 모든 처음을 그와 함께 경험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없는 일이다.
별 시답지 않은 대화를 계기로 이어지고 연결되는 '함께'라는 시간 속에 매력과 끌림이라는 지극히 사적 감정에 빠져들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분명하고도 선명한 내 처음 사랑을 확신하고 그렇지 않은 상대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는 헛된 욕망이 확고해졌을 때 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나는 그에게 자석처럼 끌릴 수밖에 없었다.
당신은 내게 동정과 연민만 하세요.
난 사랑을 할 테니.
아쉽고도 애석한 일이지만 이걸로 나는 족하다.
앞으로의 나는 여러모로 무너지기를 시작하겠지만, 진짜 사랑을 한 대가로 만족해 보련다. 참고 참고 또 참아서 부디 괜찮아지기를.
빨리 지나가기를.
D-day 14
#비
얼마전 일기예보에서 내일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었다.
다시 확인했더니 여전히 비가 잡혀있다.
그가 비를 몰고 오는 것일까, 비가 그를 내게 데려오는 것일까. 이유가 뭐가 됐든 내가 둘다 좋아하고 있다는 거.
'감성 글쟁이 > 엽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엽편소설)#1-122 거짓말 (2) | 2024.10.19 |
---|---|
엽편소설)#1-121 설렘과 애틋 그 사이 어딘가 (1) | 2024.10.18 |
엽편소설)#1-119 말의 무게 (3) | 2024.10.17 |
엽편소설)#1-118 기적은 기적일 뿐 (0) | 2024.10.16 |
엽편소설)#1-117 깃든 하루 (0) | 2024.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