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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19 말의 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다시는 내생에 없을 것처럼 구는,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사람이 말이다. 그런 운명의 남자가 내게도 생겼다. 지금 하는 사랑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마음을 다 주고 있다. 돌아설 때 한치의 미련도 남지 않을 만큼, 정말 딱 그만큼. 지금 내겐 오직 그 사람으로만 가득 차있다.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이별을 겪게 되면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다시 사랑할 누군가를 채우려 찾는다고 한다. 나는 그런 의도를 가지고 사랑을 찾아서는 안 되는 입장에 있다. 핑계일지 모르겠지만, 지금 하는 사랑도 처음엔 사랑인지 확실치 않았고, 결국은 사랑을 하고 있으면서 사랑임을 뒤늦게 알아버렸다.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내 마음과 몸은 그에게 가 있었으니까. 그러니 이번 사랑이 진짜 마지막 사랑임이 현실적으로 확정된 셈이다.
그래서일까. 마음의 무게만큼 말의 무게를 느낀다.
나는 말의 무게를 잘 안다. 그리고 그 말의 무게가 무거운 말일수록 아껴야 함도 안다. 무게가 무거운 말을 함부로 뱉으면 분명 무거운 말인데도 불구하고 말의 무게가 가벼워지고 가벼워진 만큼 그가 날 보는 가치의 무게도 가벼워질 것이다. 내 마음이 그에게 가벼워 보이는 건 추호도 싫으니까. 이런 무거운 내 마음을 그래도 그에게만큼은 말해버리고 싶다. 사랑하는 마음을 접기 전에 한 번은 그의 눈을 보고 직접 전하고 싶다.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다고.
내 마음을 다 안다고 해도 내가 직접 말해서 아는 것과는 다르니깐.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난 나중에, 그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지 않은 일을 후회할지도 모르기에 말이다.
아쉽게도 나 혼자 하는 일방적인 사랑이라..... 나의 말과 행동에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다. 부담스러워하겠지? 싫어하겠지? ㅠㅠ



#수요일 점심시간

"사무장님, 뭐 하나 여쭤봐도 됩니까?"
"뭐든"
"며칠 뒤에 여성분과 만나기로 약속되어 있으면 지금 뭐 하실 거예요?"
"작가로서 질문이지?"
"예리하신데요?ㅋㅋ 네! 궁금해요. 사무장님 또래의 사람들의 생각이요"
"난 운동. 배가 좀 나와서 배 좀 집어넣어야 되지 않을까. 난 운동을 한다로 할게"
"며칠 운동한다고 달라질까요? ㅎㅎㅎㅎ"
"그래도 힘없이 처진 뱃살에 조금이라도 힘을 주기 위해서 해야지"
"그다음에는요?"
"외모 체크!"
"아, 근데 깜빡하고 말 안 한 게 있어요"
"뭔데"
"사무장님은 그 여자 마음에 안 들어해요"
"에이, 진작 말했어야지. 그럼 운동도 외모도 아무것도 안 하지"
"왜요??"
"만사 귀찮아"
"치... 그러니 와이프한테 맨날 혼나죠!!"
"그 여자 예뻐?"
"귀찮다면서요 ㅎㅎㅎ  예쁘면 달라지나요?"
"당연하지!!!"
"뭐 평범해요"
"그럼 곤란한데...  답이 됐긴 됐어?"
"네 뭐 그닥 큰 도움은 안되지만요"

사무장님 말에 다이어트한다는 그가 떠올라버렸고, 나는 그의 얼굴을 떠올린 채로 밥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