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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17 깃든 하루





#출근길
허겁지겁 출근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버스를 향해 밀려드는 인파에 휩쓸리는 중에도,
웃으면서 출근하는 나를 향해 '좋은 일 있나 봐?' 하는 표정으로 보는 오너에게 배시시 웃는 중에도,
막내가 타주는 핫초코 미떼 마시는 중에도,
온통 머릿속엔 어른 남자가 깃들어 있다.

일 시작하기 전,
깃든 어른 남자가 내 마음을 살살 간지럽히며 놀아달라고 한다. 아이참, 오늘 바쁜데....

'그럼 조금 만이야'

라며, 그동안 나눈 대화를 곱씹고 함께 한 순간들 중 몇몇 장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며 혼자 미소 짓는다.
헤^^



"과장님!!!! 과장님!!!!!!!"
"어?? 나 부르는 거야????"
"네!!"
"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ㅠ 몇 번을 불렀는데 대답도 안 하시고"
"미안, 왜, 무슨 일 있어?"
"금요일에 점심 저랑 같이 먹어요"
"안돼!!!!!!"
"약속 있어요?"
"응 선약 있어, 무슨 일인데 오늘 먹자"
"오늘은 저는 되지만 남자친구가 안된데요"
"**씨, 남자친구 생겼어??"
"이게 다 과장님 덕분이에요! 그래서 남자친구랑 같이 셋이서 점심 먹으려고 여쭤봤어요"
"축하해^^ 예쁜 사랑해. 응원할게. 부럽다!! 연애하니깐 어때??"
"말해 뭐 하나요ㅋㅋㅋ"
"온통 핑크빛이야??"
" 아뇨. 이럴 땐 진짜 작가 같아요. 콩깍지 벗겨질 때까지는 뭐 그렇죠 ㅋㅋ 과장님은 연애 한지 오래되셔서 기억 안 나시죠??"
"비밀인데 나 연애 한 번도 안 해봤어ㅎㅎㅎㅎㅎㅎㅎ"
"에?? 한 번도요???"
"응"
"왜요?"
"몰라 그냥 안 했어"
"못한 거예요 안 한 거예요?"
"둘 다???"
"그럼 그동안 무슨 재미로 살았어요??"
"그러게나 말이다. 헛살았어"
"연애할 나이에 연애를 한 번도 안 해보셨다니... 아니! 왜 안 하셨어요 아깝다 ㅠㅠ 예쁠 때 하시지"
"괜찮아 나도 사랑하고 있어"
"에?? 누구요? 형부?"
"글. 아끼고 애정하고 사랑하고 있어"
"과장님은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어서 글쓰세요?"
"그냥 글 쓰는 게 좋았는데 얼마 전부터 더 이상 작가 안 죽이고 꾸준히 써보려고"
"왜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서 몇 년 뒤에도 누군가가 날 생각했으면 좋겠어서. 살다가 날 잊어버릴 수도 있잖아. 그럴 때 내가 작가로서 글을 계속 쓰고 있으면 잊지 않고 날 꺼내볼 수 있게 해 주려고. 내 글이 누군가에게 응원이 되고 싶어"
"에?? 연애 한 번도 안 해봤다면서요??"
"연애를 한 번도 안 했다 그랬지, 첫사랑은 있거든!!!!!!
너 농땡이 그만부리고 니 자리로 돌아가!!!"
"넴 ㅠㅠ 점심은 다시 시간 보고 약속 잡을게요"


딱 보름 남았다.
보름동안은 진짜 온마음 다해 그를 사랑할 거다.
보름 뒤에는 원래 자리로 돌아가 내가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에게 내 사랑이 가 닿기를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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