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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108 동정은 사랑이 아니다


예전에 아주 예전에 동정을 사랑으로 착각한 적이 있었다.
보통 '동정'하면 챙고주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보고 있으면 가엽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었다. 그러다 어느 날, '저 사람을 챙겨주고 싶다,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나는 사랑인 줄 착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곧 혐오스러웠다. 내가 남의 인생을 구원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조금은 실망스러웠거든. 여기서 동정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 남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풂.으로 나와있다. 내가 어렸을 때 사랑일 수도 있겠다 하는 마음은 정확하게 동정,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었다. 그 상대가 어려운 처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걸 보고는 상대가 더 이상 어떤지 궁금하지 않았고,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 또한 들지 않았다. 그때 나는 느꼈다. 상대방을 동정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내 아래로 본다는 것이다. 적어도 사랑을 할 대상은 동정에서 시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어른남자는 나를 분명 동정하고 있다. 내 글을 본 이상 그는 나를 동정할 수밖에 없다. 이리도 절절하게 혼자 슬픈 사랑을 하고 있는 데, 그것도 본인을 사랑하고 있다는 데 어찌 가여워 보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른 남자가 나를 동정하는 마음을 사랑으로 오해하는 것보단, 그의 동정이 나에 대한 사랑으로 오해하게 될까 봐 나는 그게 두렵다. 이미 내 눈과 귀는 그에게서 이성을 잃은 지 오래라 이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이른 아침

"징징징ㅡ징징징ㅡ"

"여보세요"
"작가님 일어났어요?"
"네,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에요?"
"출판사 미팅 약속 잡아야 해서요"
"언제예요?"
"다음 주 월수 빼고 작가님 일정에 맞춘다고 해요"
"그럼 화, 목, 금? 가능하다는 소리예요?"
"그렇죠?"
"저 못해요"
"네? 이번달까지는 시간 괜찮다고 하셨잖아요? 무슨 일 있어요?"
"아뇨. 언제까지 답 드려야 해요?"
"그래도 이틀 정도 전에 약속을 잡으셔야 거기도 준비를 하고 하지 않을까요?"
"그럼 취소해 주세요. 아니면 그다음 주는 무조건 그쪽에서 원하는 시간에 맞출 수 있다고"
"일단 알겠습니다 작가님 주말 잘 보내세요"
"네 감사합니다"


한통의 전화를 받고 나는 웃음이 났다.
아마 그는 내가 시간이 굉장히 많은 사람인 줄 알고 있겠지? 언제 연락이 올지도 모르는데 무작정 기다리고 있었던 나를 보고 조금은 씁쓸해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아니, 적어도 미리 연락을 주겠지? 설마 당일 연락 주는 건 아니겠지....??  진짜 그러기만 하면 달려가서 한대 주 차버릴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