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어지는 사랑, 가까워지는 그리움.
나에게서 그를 내보내기로 결심한 이후, 부쩍 그에 대한 그리움은 나와 한층 더 가까워짐을 느끼고 있다.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에게 주었던 내 마음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까. 잊을 수 없겠지, 돌려받을 수 없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어른 남자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일이 불가능해 보인다. 내가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고 한들,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질까? 그리움이 있는 한 끝나지 않은 사랑이야기는 계속 이어지겠지. 내가 지금 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그래도 그를 사랑하는 일을 일로 삼아 나는 그만두어야만 한다. 짝사랑이 아니라, 외사랑이니까. 그가 다 알아버렸으니까. 그에 대한 배려이자, 그를 허락 없이 사랑한 내 몫이다.
혼자 한 사랑은 결국은, 버려지고 버려져도 주인을 찾아가는 강아지처럼 나도 그에게로 향하겠지. 아무리 사랑해도 닿지 못할 사랑임에도 말이다.
어째서 나는 그의 껍데기라도 가질 수 있으면 가지고 싶게 된 걸까. 그 시작이 쉬웠을 거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두근거려서는 안 되는 심장이 두근대기 시작했고, 동시에 나의 도덕성과 윤리에 대한 고민도 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사랑이 커질수록 양심은 닳고 닳아갔다. 나는 그렇게 나를 잃어감으로써 그를 온전히 무결하게 사랑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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