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99 한심해


처음에는 '짝사랑'이라 그때는 전혀 억울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짝사랑이 아니다. 그가 내 마음을 아는 이상, 외사랑이 분명해졌다. 짝사랑이 외사랑으로 바뀌고 나서 나는 억울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명확하게 해 두자면 그가 내 마음을 안다 해도 그의 마음은 나와 같지 않은, 쓸쓸하고도 외로운 외사랑말이다. 나는 짝사랑일 때와 외사랑일 때 이렇게나 온도차가 심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데, 그건 바로 '억울함' 때문이었다.
짝사랑일 때는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다. 혼자 몰래 그를 마음에 품었었기에 그가 날 싫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었으니까. 그가 내 마음을 알아버렸다 해도 그는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닌데 왜 주고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오해하고 착각한 걸까. 그저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 그가 행복하길 바라는 것, 나에게 사랑이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은 것인데 나는 미처 그 당연한 사실을 몰랐던 걸까.
나에게 한 번 웃어주기만 해도,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기만 해도 좋은 것이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짝사랑, 외사랑'하는 이의 기본 태도가 아닌데, 왜 나는 항상 그 이상을 바랐던 걸까.
여기 내 질문에 답은 내가 정확하게도 안다. 그가 너무 좋으니깐, 그를 너무 사랑하니까 항상 그 이상을 바랐던 거다. 그런데 그에게도 일부 잘못은 있다. 그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이 사랑의 시작은 100% 아니 200%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그런데 그가 물에 술 탄 듯, 술에 물 탄 듯한단 말이지.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그는 분명히 카사노바거나 바람둥이가 맞는 거 같다. 내가 본 그는 그런 이미지가 분명 아니었는데.... 너무 착해서 내가 싫어도 싫다는 소리를 못해서 그런 걸까??ㅠ 아니면 알고 보면 진짜 나 같은 작가들이 사무실에 한 트럭 있는 거 아냐??ㅠ 진짜 그건 정말이지 싫다.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남자인 것도 억울한데, 만인의 남자라니 그건 정말 싫다.

이게 다 그의 애매모한 말 한마디 때문이다.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다는 말..

작가인 내가 수없이 곱씹어 생각해 봤지만 답은 하나다.
그를 좋아하는 내 마음은 고맙지만, 내 마음이 부담스럽고 싫다는 말을 저렇게 돌려서 나를 헷갈리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고는 나한테 미안하니깐 나에게 밖에서 보자고 빈말을 한 거겠지? 내가 가엽고 불쌍해서??ㅠ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세차게 위아래로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었다. 한심해 박선팔.
그래서 좀 억울하다. 아니, 많이 억울하다. 나에 대한 마음이 장난이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내 글을 보고 나면 그러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 그가 내 첫사랑이고 짝사랑인 상대인걸 알았으면 그냥 싫으면 싫다고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주치의 선생님 오시면 여쭤봐야겠다. 혹시 내가 다중인격은 아니냐고, 아니면 조증이나 조울증이 있냐고 말이다. 그를 사랑하고 나서는 다중인격이 된 듯 싶다.  하루는 그가 너무 좋아 미쳐있고, 또 다른 하루는 그가 너무 밉고, 또 어느 날은 그가 너무 갖고 싶고, 또 어느 날은 미치게 그립다.

그를 사랑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내가 많이 조급한가 보다.
1년 동안 내 마음 숨기기에 급급했던 내가 조금은 억울하다. 이렇게 들켜버릴 줄 알았으면, 이왕 들킬 줄 알았더라면, 숨기지 말고 좋아하고 있다고 말해볼걸. 그가 내 마음을 알고도 밀어내지 않는 걸 미리 알았더라면 진즉에 사랑하고 있다고 나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이라도 해볼걸. 그가 날 이렇게 연민하고 동정할 줄 알았으면 첫사랑이라고 짝사랑도 하고 있다고 고백해 볼걸. 전부 후회된다. 그랬더라면 조금은 더 그가 날 봐줬을 텐데 말이다. 나는 결코 많은 걸 바라지 않았는데.. 그 기회조차 내가 날려버렸다. 그래서 후회되고 억울하다.



달리지 않으니 살이 금방 찌기 시작했다.
원래 다들 책에서 보면 상사병 걸리거나 짝사랑 또는 외사랑을 하면 입맛도 없어진다더니 그건 다 뻥인가 보다. 난 입맛, 밥맛이 없어져본 적이 없다 ^^
항상 맛있으니까 ㅎㅎㅎ 사진 찍는 데도 손에 소시지가 들려있는 걸 보니 말이다 ㅎㅎㅎ
풉! 얼른 보러 가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