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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글쟁이/엽편소설

엽편소설)#1-98 부치지 못한 편지


솔직하게 말하자면요.
사실,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당신 생각을 했어요.
꺼내 보일 수 있는 말과 마음이 많지 않아 줄곧 침묵했지만, 사실은 침묵하긴 싫었어요.
그런데 또 표현할 용기도 없었어요.
그렇지만 진심으로, 정말 진심을 다해 당신을 많이 좋아했어요. 지금도 그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독백에선 당신을 '그'라고 불렀는데, 막상 편지를 쓰려니 뭐라고 호칭을 불러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요.
원래는 부르고 싶은 호칭이 따로 있었어요.
내 사람, 내 사랑.
그런데 내 뜻을 전하기에 아무래도 연애편지가 될 거 같아 다시 고민해야 했어요.
'친애하는 그'라 부르기엔 미련이 남은 듯 입에 잘 붙지 않았어요. 괜히 아련하고 슬프고... 그래서 '너'라고 부르려고 했는데 조금 친근하긴 하지만, 존중과 동경이 빠진 느낌이고,  '그대'라  부르려고 했는데 그건 또 어딘가 그립고, 시린 느낌에 슬픈 편지가 될 거 같아 결국은 '당신'으로 호칭을 정했어요. 당신이라는 말이 참 좋고 당신도 좋습니다^^
당신에게 제 마음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하고 싶은데 전달이 잘 될지는 모르겠어요. 여러 번 생각해 봐도 내 마음을 직접 말로 표현하는 건 무리일 거 같아요. 온전한 마음을 전달하는 상상만으로도 뭐 때문인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거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부치지 못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이 글만은 꼭 봐주길 바라면서 말입니다.

그런 당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동안 참 행복했고, 지금도 당신 덕분에 가슴 박치게 행복합니다.
기쁘고, 설레고, 존경하고, 동경하고, 슬프고, 애잔하고, 애달팠지만, 이 모든 게 행복이었고 행복했습니다. 당신에게 한껏 달려가 안아주고 싶기도 하고, 안기고 싶은 마음에 수많은 밤을 지새웠는지 당신은 감히 상상조차 못 할 겁니다. 그만큼 당신을 그리워했고 매일 밤 또 그리워했습니다.
당신은 제게 '당신'이었어요.
이 마음을 부담스럽지 않게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아무리 진심을 담아내도 당신에게 가닿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차라리 편지보다는 서툴고 엉망일지라도 직접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
뭐 하나 쉬운 게 하나도 없네요. 이만 줄여야겠어요. 더 쓰다가는 이 편지가 사랑이 될 것만 같아서.
서툰 사랑을 고백하느라 편지가 길어졌네요. 내 마음을 급히 담아 보냅니다. 당신에게 해줄 말이 많지만, 그 이야기는 만나서 이어 갈게요. 그러고 싶어요.
잘 자요, 당신.